초선 이야기 13 - 마지막 이야기

2009. 9. 16. 00:31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이제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들어갑니다.

"사위가 지금 당장 미오성으로 쫓아가 동탁을 바로 죽일 수도 있네.

그러나 그곳은 사위가 접근하기 어려울뿐더러 그곳에서 동탁을 죽이면

초선이 얼마나 놀라겠는가? 

어찌 사랑하는 초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악몽 같은 기억을 남길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내가 동탁만 이곳 황궁으로 올 수 있도록 황제의 가짜 명령서를 만들어 보내면

동탁도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올 수 밖에는 없다네."

 

바로 군사를 끌고 들어올 수 없는 유일한 곳인 황궁 안으로 동탁을 유인한 후

여포가 동탁과 맞대결을 통해 동탁을 빠샤하고 치는 겁니다.

당대 여포는 천하무적으로 어느 누구도 그와 맞대결에서 이길 수 없는

그런 대단한 무장이지요.

 

사실 미오성은 황제의 장안성보다 공략이 더 어렵고 그 안에는 20년 간 먹을 식량이

준비되어 있고 실제로 그곳에 있는 동탁이 황제보다 더 폼을 잡고 거들먹거리는 요새입니다.

그곳으로 들어가 동탁을 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때 사위가 동탁을 죽이면 사위가 염원하던 초선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자네 차지가 되지 않겠는가.

나는 이 나라의 태사로 또 자네의 장인으로 목숨을 걸고 자네를 도울테니

사위가 해결해 봄세? 어떤가?"

 

그냥 자네와 나라는 단어보다 사위와 장인이라는 혈연관계를 내세우면

믿음이 더 강해집니다.

게젤 샤프트의 관계가 게마인 샤프트로 이어지면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왕윤은 이용하는 겁니다.

여포는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장인어른을 업고 다니고 싶습니다.

역시 사도 왕윤은 머리에 먹물이 많이 든 그런 사람입니다.

초선이만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인 들 못하겠습니까?

 

왕윤은 그런 여포에게 초선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며 "사위! 눈을 감고

잠시 초선이를 떠올리게나. 그 아이가 자네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저를 구해주세요.

제게는 여포영웅외에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매일 밤 늙은 영감탱이 동탁의 품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 필부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여 목숨을 거는데 세상의 영웅이라고 하시는

여포 장군께서 사랑하는 여자를 그냥 모른 척 다른 사내의 품에서 울게 내버려 둔다면

후세 사람들이 장군을 뭐라고 평가하시겠습니까?

Please~'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여기서 여포는 왕윤의 말대로 잠시 눈을 감고 초선이가

자기 품에 안겨있는 모습을 떠 올립니다.

정말 초선이 흘리는 눈물이 보이고 마치 품에 안겨 사슴보다 더 애잔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애원하는 모습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최면상태로 접어들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상상만으로도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면

왕윤의 최면 작전까지 대성공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윤은 여포에게 확신을 심어 줍니다.

"계단은 딛고 밟고 올라서야만 오를 수 있다네.

사위!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와 여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일은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은 일이라네 아시겠는가?

 

거사가 끝난 뒤 내가 이 나라 사도로써 그리고 자네의 장인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겠네.

나는 우리 딸을 여포에게 보냈는데 태사가 중간에서 가로채 인륜이 무너지고

도덕이 추락한 상황에서 내 사위가 정당한 무력행사를 했다고...

 

그리고 자네! 빅토르 위고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는가? "

무식한 여포가 알기는 쥐뿔을 압니까?

"패자는 문제의 변두리에서만 맴돌지만 승자는 직접 문제의 중심으로 뛰어든다고 했다네,

무슨 말인지 아시겠는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의 말을 적당히 섞어가며 이야기하면 무식한 여포는

동탁을 죽이는 일이 역사적 사명이고 진정한 영웅이 되며

온 국민이 열망하는 일이라고 맹신하지요.

 

사실, 여포가 동탁의 양아들이 되기 전에 먼저 정원이라는 사람을

양아버지로 모셨지요.

당시 정원의 힘은 여포의 힘이라 동탁도 정원을 제압하지 못했으니

동탁의 참모인 이숙이 동탁에게 적토마를 선물한다며 접근해 적토마에 눈이 먼 여포가

양아버지였던 정원을 살해하고 동탁에 오면서 양아버지와

양아들의 관계가 맺어지게 되었지요.

 

한 번 배신한 여자는 또 배신한다고 하지만,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양아버지를 죽인 전과가 붙어 다니는 여포가 양아버지 동탁을

죽인다고 달라지는 것은 취업 때 이력서에 한 칸 더 차지할 뿐

달라지는 것은 없잖아요?

 

"Good idea~"

머리가 나쁜 여포는 왕윤이 말한 빅토르 위고 이야기를 듣고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된다고 느낍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동탁을 죽이라는 말이고 그래야만 자신이

위인전기에 올라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뭣이 중헌지 여포도 알아갑니다.

 

그리고 예전에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에 사용된 칼이

왕윤 집안 가보인 칠성검을 건네주었다라는 말을 듣고

여포는 왕윤이 완전히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왕윤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이제야 확연히 눈에 그려집니다. 

사실 이들의 계획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계획은 왕윤이 혼자 했고 여포는 그대로 리모컨의 조정대로 움직이기만 했지

둘이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왕윤의 계획은 초선과 여포의 역할로 대성공을 합니다.

왕윤이 초선을 이용한 미인계는 초선의 아름다움과 지혜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방법도 가미가 되어 황제가 되려는

탐욕 덩어리인 동탁을 제거했습니다.

 

이런 동탁도 후일 조조에 잡혀 죽음을 맞이했고 그가 탔던 말인 적토마는

조조가 관우를 유인하기 위해 관우에게 주어져 천하의 적토마는 이렇게

사람을 꼬시기 위해 사용된 사연 많은 말입니다.

 

미인계란 그 대상이 권력 있는 자, 돈 많은 자, 능력 있는 자....

대부분 이런 남자가 대상이니 혹시 한 가지라도 해당이 되시는 분들은 늘 조심하세요.

언제 초선이가 당신에게 영웅이라고 부르며 들이댈는지 모릅니다.

 

佳人같은 필부는 지금 무엇을 하는지 누구 하나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여기 카페 회원분도 제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팔다리 쭉 뻗고 편하게 살면 됩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또 다른 여인을 찾아 떠나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