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4. 00:30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어제 초선과 여포의 첫 대면이 있었지요.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두려움을 몰랐던 여포가 초선을 보는 순간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순간적으로 치솟으며 가슴이 벌렁벌렁한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왕윤이 기회를 보고 바로 인터셉트하고 들어 옵니다.
"네 제 미천한 딸년 초선이라 합니다.
올해 열 하고도 여섯이지요."
와우~ 꽃보다도 예쁘다는 열 하고도 여섯 살이랍니다요...
"늘 규방 안에서만 곱게 지내다가 오늘 영웅께서 왕림하셔서 제가 술 한 잔 치라고 했습니다."
규방, 곱게 지내다가, 영웅, 왕림, 술 한 잔... 이런 단어가 여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됩니다.
그러니 오늘 여포를 위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를 공개한다는 말이 아닙니까?
"결례가 아니 된다면 받으시지요."
"결례라니요?
제가 영광이지요."
젠장 여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하마터면 결례라는 말을 걸레라고 할 뻔했습니다.
"영광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영웅을 제 집에 모신 것만으로 오히려 우리 집안 가문의 영광입니다.
컥! 한나라의 충신으로 이름이 높은 왕윤의 입에서 망나니 같은 여포가
집에 온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고요?
사실 여포는 동탁을 의부로 모시기 전, 정원의 휘하에서 정원을 양아버지로 모시고
천하를 호령하다 동탁이 여포 때문에 도저히 정원을 제압할 수 없어 여포를 잘 아는
가신 이유에게 적토마를 주며 여포를 유인해 끌어들였잖아요.
그때 적토마에 눈이 먼 여포는 양아버지 정원을 죽이고 동탁에게 오며 정원의
군사는 풍비박산이 났고 양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다녔는데...
전국적으로 바른생활맨이라는 왕윤의 입에서 여포의 방문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을 듣다니...
초선아~ 지금 뭐하는 게냐?
빨리 장군을 위해 한 곡조 올려야지?"
초선은 살짝 여포에게 미소를 보내고 살포시 일어나 Only 여포만을 위한 노래와 춤을 춥니다.
춤과 노래를 보내며 사이사이에 여포에게 살인미소도 날려줍니다.
물론 하트도 뿅뿅하고 함께 날아갑니다.
이때 부른 노래가 元多杰水가 부른 "We want nobody, nobody, but you"라는 노래입니다.
그러나 머리가 영 시원치 않은 여포는 You라는 지칭이 자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초선은 You라는 말을 Yeo Pho라고 바꾸면서 뇌살적인 윙크에 두 손을 입에 대고
하트를 만들어 여포에게 날려주니 그만 여포는 뻑하고 가버립니다.
드디어 여포의 입에서 "올레~"라는 최고의 감탄사가 나옵니다.
세상에 많은 남자가 있지만, 내게는 단 한 남자 바로 여포만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머리 나쁜 여포일지라도 단번에 가지 않을 사람 있나요?
초선의 춤사위는 천상의 선녀가 추는 춤이요,
그녀의 목소리는 옥쟁반에 구술을 굴리듯 청아합니다.
게다가 같이 들어온 다른 무희들이 백 댄서로써 함께 노바디 춤을 추니
그야말로 환상의 무대입니다.
지금까지 기분이 울적할 때 여포는 장안에서 제일간다는 장안제1루 VIP룸에 앉아
전국에서 제일 간다는 장예모 감독의 연출로 최고의 무희가 추는 춤을 보았고
가희의 노래를 들어보았지만, 오늘 이 무대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녀의 몸짓과 목소리에 마구마구 빨려 들어갑니다.
술에 취해서만이 아니고 사람에 취하면 정말 혼이 나간 모습입니다.
젠장.... 손에 든 술잔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립니다.
제가 옆에서 정신 차리라고 옆구리를 쿡하고 찔러주니 그때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지금 저 여인을 가슴에 품을 수만 있다면 천하와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영웅은 천하를 호령하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 말...
정말입니다.
여포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은 아니겠지?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아라'라고요.
"초선아! 아비가 나이가 드니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술을 마신다는 것도 힘들구나.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네가 장군을 모시거라.
장군! 나이가 드니 이제는 접대도 힘이 듭니다.
결례를 용서하세요."
오잉? 결례라니요?
흐미~ 좋은 것~ 천만의 말씀이고 만만의 콩떡입니다요.
그렇지 않아도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왕윤은 연회장을 빠져나가자 그 자리에 있던 일행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왕윤을 따라
퇴장하고 약속이나 한 듯은 사실 어제 약속한 대로로 바꾸겠습니다.
이제 둘만 남았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흐릅니다.
여포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여인만 품을 수 있다면 동탁인지 통닭 인지도 내칠 수 있습니다.
동탁을 목탁 두드리듯 마구 두들겨 팰 수도 있겠습니다.
적토마도 잡으라면 지금 당장 잡아서 뜨거운 가슴 위에 올려놓아
스테이크로 만들어 대접할 수 있습니다.
웰던까지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도 미디엄으로 충분히 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리를 비운 뒤 초선은 둘만 남자 더 교태를 부리며 여포의 혼을 뺍니다.
사실 이미 혼이 빠져 있는데 더 뺄 것도 없습니다.
이윽고 초선은 술잔을 반만 채우고 나머지 반은 그녀의 은근한 미소와 정과
하트를 넘치게 담아 부끄러운 듯 여포에게 올리고 여포는 그런 초선을 바라보며
"설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며 받아 마시니
마치 첫 날밤을 치르는 숫총각의 마음입니다.
"제발 꿈이라면 깨지 말고 평생 이렇게 머물고 싶다."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여포만의 욕심일까요?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젊잖은 佳人이기에 생략하렵니다.
흔히 남녀 사이를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지만,
만리장성 쌓는 일은 뼈골 빠지는 일입니다.
만리장성에 가서 보시면 얼마나 힘든 역사인지 모두 아실 겁니다.
지금 있었던 그대로 이곳에 옮기면 카페 강퇴당하는 것은 물론, 필화사건에 연계되기에...
"사실 오늘은 별 일 없이 그냥 술잔만 오가는 정도였습니다."라고 줄입니다.
잠시 후 왕윤이 눈치 없이 돌아와 "장군! 즐거우셨습니까?
갑자기 준비하느라고 변변치 못합니다. 용서하세요."
(우리가 남의 집을 방문하면 늘 듣는 말입니다. 변변치 못하다는 말...
그러면 내게는 변변치 못하게 대접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상다리 부러지게 대접한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나 때문에 일부러 평소 잘 먹는 음식을 모두 감추어 두고 변변치 못하게
적당히 접대한다는 말입니까. 이게 궁금합니다.)
이 말은 이제 돌아가라는 말입니다.
왜 이러십니까? 왕대인 어른!
여포 정말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무식한 여포도 돌아가라는 말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너무 잔인하십니다.
어찌 불타오르는 혈기왕성한 젊은 사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 주신답니까?
설령 통금에 걸려도 순라꾼이 밤새 천리를 달리는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여포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하룻밤 머물다 가면 아니 되겠습니까?라고 하고 싶지만,
남녀가 유별하고 혼례도 치르지 않은 남녀 사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잠시라도 더 초선을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겠습니다.
그냥 더더더더~~~~ 말입니다.
꼭 음주운전 걸렸을 때 단속 경찰이 음주 측정기를 들이대고 불 때
내는 소리와 같습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왕대인! 오늘 제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초선 소저와 꼭 함께요."
드디어 입에서 초선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꼭 초선이라는 말은 초선이만 필요하다는 의미라는 것을
왕윤도 알고 여러분도 알고 있습니다.
왕윤은 이미 여포의 마음속 깊이 초선이가 들어가 있음을 확인하고
다음 작업에 들어갑니다.
"사실은 많은 명문 세도가에서 귀찮을 정도로 제 여식 초선이에게
수시로 혼사가 들어옵니다."
오잉?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까?
역시 왕윤은 연륜이 있어 밀당의 고수가 분명합니다.
아~ 정말 여포는 듣고 싶지 않은 말입니다.
경쟁자들이 많다니요?
지금 무슨 경매라도 붙었습니까?
누군지 알기만 하면 태사부에 근무하는 깍두기 머리 아이들을 장안에
쫘아아아아아~악 풀어서 다신 혼사 넣는 일을 원천 봉쇄해 버리겠습니다.
갑자기 취기가 달아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저 아이는 눈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여포 장군 같은 영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와우~ 여포 같은 영웅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순간 여포는 자기 귀를 의심합니다.
설마 꿈은 아니것쮸?
로또 1등이 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여포 장군!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푸 하하하하~ 어찌하면 좋겠느냐고요?
어찌하긴~ 꿈속에서라도 원하고 바라던 일인데?
순간 여포는 현기증을 느낍니다.
방금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금방 수직으로 천당까지 튀어 오릅니다.
그냥 물러가면 세상을 모두 잃은 것처럼 허탈한 생각이 들고
아마도 평생을 두고 후회할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처음 사랑고백을 할 때 받아들여지면 세상을 얻는 기분이 드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나 다 같습니다.
지금입니다.
기회란 왔을 때 잡아야지 지하철 놓치면 3분 후에 또 들어오듯이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이제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체면이고 뭐고 없습니다.
머뭇거리는 여포를 제가 옆에서 여포의 옆구리를 또 쿡하고 찔러 암시를 줍니다.
여러분도 혹시 세상을 살아가시다가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세요.
아마도 그 일이 여러분이 평생 원했던 일일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과거는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미래도 내 것이 아닐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신 이런 일이 내게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여포는 얼른 왕윤의 다리 아래 무릎을 꿇고 "대인 제가 대인을 장인어른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만약 그리 되기만 한다면 제가 평생을 두고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여기서 견마지로의 마(馬)는 적토마입니다.
견(犬)은 동탁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의부도 버리고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왜 안 되겠어?
기다리던 각본인데?
이렇게 돼야 다음 이야기도 쓸 수 있잖아요.
그리고 여포가 체면도 없이 지금 뻔뻔하게 장인어른이라고 지껄였습니다.
이제 여포를 이용해 역적 동탁을 제압할 1차 작업이 완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동탁이지 통닭은 분명 아닙니다.
여포의 애절한 사정은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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