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야기 3 - 초선과 여포의 운명적 만남

2009. 9. 3. 00:3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며칠 후 동탁의 집...

동탁은 입궁을 해 집을 비운 사이 여포만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원래 무식한 여포는 佳人처럼 책을 가까이하려 해도 책이 자기를 멀리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동탁의 수양아들이 된 후 아비의 권유로 시간이 있을 때는 책을 읽는 척 합니다.

주로 성인용 19금이지만....

 

하인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여포에게 손님이 왔다고 전하자 여포는 교양 있게 보이려고

'옳다구나' 하고 손님맞이하는 방이 아닌 서재로 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사이 19금 책을 치우고 사마천의 사기와 손자병법 등 있어

보이는 책을 끄집어내어 탁자 위에 어지럽게 놓아두었고요.

 

손님은 왕윤의 집에 있는 집사로 왕대인께서 평소 존경(?)하는 천하의 영웅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인 여포에게 금관을 선물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보자기를 펼칩니다.

눈이 부십니다.

금관총에 있던 것과 같은 24K로 만든 금관입니다.

오늘 왕윤이 여포에게 보낸 이 금관이 19금이 아니라 24금 순금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분명 19금이 아니고 24금 이야기입니다.

 

뇌물은 이번에는 무식한 여포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여포는 마음이 흡족합니다.

비록 동탁의 수양아들로 있었지만, 그의 후광이라는 말이 듣기 싫었는데

이제 영웅으로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홀로서기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갑자기 우쭐해지며 마치 영웅이나 된 듯한 그런 기분이 드네요.

 

왕대인이 누굽니까?

그래도 후한에서는 저명인사로 그의 동정이 늘 TV로 자주 보도되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런 위대한 분이 여포를 영웅이라고 불러주니 한나라 국가 공인 영웅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황금으로 만든 24금 금관까지....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머리 위에 얹은 금관이 바로 여포의 트레이드마크인 24K 금입니다.

 

수일 내로 왕대인을 찾아뵙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겠다고 합니다.

받고도 모른 체 하면 인간도 아닙니다.

 

그러면 이야기는 더 진행을 할 수 없습니다.

원래 정치자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다고 우깁니다만 세상에 그런 일은 결코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가는 뇌물속에 은밀하게 깊어지는 대가 아닙니까?

 

며칠이 지나자 여포는 왕윤의 집에 제 발로 찾아옵니다.

제가 안 오고 배깁니까?

왕윤의 집에서는 미리 도상연습을 했던 것처럼 모든 일이 순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됩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여포의 무공과 용맹성, 동탁의 칭찬, 그리고 술과 가무는 기본입니다.

여포는 자기가 비록 장안의 일인자인 동탁의 수양아들이나 그래도 조정의 중신이며

충신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왕윤이 무식한 자신을 예우하는 것에 대하여 큰 감동을 받습니다.

 

이게 겨우 애피타이저인데 무식한 여포는 벌써 감동 먹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게 여포가 슬쩍 "제가 벌써 이렇게 떴단 말인가요?" 하며 놀라며

물어보기까지 했으니까요.

 

어느 정도 여흥이 무르익어가자...

이제 비장의 카드를 꺼낼 때가 되었음을 왕윤은 알고 있습니다.

왕윤이 손을 들자 좌중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흐릅니다.

 

이때 팡파르와 함께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듯한 여인이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옥 병풍 뒤에서 샤방샤방 미끌어지듯 나옵니다.

바로 초선의 등장이지요.

 

초선의 아름다운 모습에 왕윤이 보아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달이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고 고기가 미모에 취해

헤엄치는 것을 잊고 물밑으로 가라앉습니다.

꽃은 스스로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멀쩡하게 날아가던 기러기까지

농약 먹은 것처럼 왜 떨어집니까?

(오잉? 폐월, 침어, 수화, 낙안 이것은 중국 4대 미녀 모두의 이야기인데?)

 

조금 전까지 이곳에서 여포를 기쁘게 했던 어떤 여자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

그런 아름다운 미녀입니다.

글을 쓰는 저도 초선의 미모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장안에 내노라는 미녀를 마차로 실어 날라도 초선이 하나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전쟁터만 누비던 여포는 지금까지 이런 미인을 본 적이 없고

다만 인터넷 검색으로만 간간히 보았지요.

네! 바로 초선이 등장을 한 것입니다.

흔히 '쭉쭉빵빵'이라고 속된 표현을 합니다만, 조금 부연설명을 하자면 훤칠한 키에

낭창한 허리선 하며 봉긋 솟은 가슴에 머리는 길게 길러 미모를 더욱 업시켜버렸습니다.

 

초선은 밥도 먹지 않고 이슬만 먹고사는 그런 청순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백옥보다도 더 흰 피부에 검은 아미 아래로 두 눈은 사슴을 닮아 갈망하는 듯 애잔하고

볼은 복숭아 빛으로 붉게 보이고 살짝 미소 짓는 입술은 앵두처럼 탱글탱글하여 윤기가 흐르고

치아는 가지런하여 보는 순간 숨이 멎어버릴 것 같습니다.

피부가 얼마나 투명한지 속이 모두 보일 정도입니다.

 

이런 미모라고 하면 사회에 큰 죄를 짓는 일입니다.

뭇 남성들이 숨쉬기 어려운 미모가 아니겠어요?

또 여성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아니겠어요?

이러니 사회에 누를 끼치는 죄인이지요.

 

왕윤뿐만 아니라 평소 함께 생활했던 모든 여인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니 여포인들 어떻겠습니까?

무식한 여포의 입에서는 "아~"라는 소리 외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쬐끔 유식하게 경국지색이니 절대가인이니 하는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왜?

여포는 완전 무식하니까요.

그래도 사람인데 왜 생각이 나지 않겠습니까?

"졸라 이쁘다" 느니 "쩐다" 또는 "쥑이네"라는 말은 생각이 납니다만 그런 말을 이런 자리에서

입으로 뱉을 수는 없지요.

 

순간 이미 기선을 제압했다는 판단을 한 초선이 왕윤을 대신해 먼저 입을 엽니다.

"소녀 초선이옵니다.

아버님을 대신해 영웅이신 여포님께 술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지금 "되겠습니까?"라고라고라?

그걸 말이라고 지금 물어봅니까?

하모 되다 마다요.

 

술 한 잔 입에 대지 못하는 저라도 초선의 잔을 받고 싶습니다.

목소리는 또 어떻습니까?

천상의 음성이요,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은쟁반에 옥구슬을 또르르르르르~ 굴리는 청아한 목소리입니다.

 

술잔을 올리는 초선의 손을 보는 순간 그녀의 투명하고 맑은 손에서 광채가 나는 듯

오히려 술잔을 받는 여포의 손이 와들와들 떨립니다.

지금까지 생사는 넘나드는 전쟁터를 수없이 누비고 다녔지만,

한 번도 떨어본 적이 없었던 여포가 아닌가요?

그런데 한 마리 사슴처럼 연약한 여자 앞에서 천하의 여포가 떨다니...

 

그런 모습을 본 초선은 여포에게 살짝 웃음을 보냅니다.

환장합니다.

여포는 숨이 멎은 듯...

 

"고맙습니다.

그런데 소저... 이름이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제는 말까지 더듬습니다.

 

분명히 위에 글에서도 소녀 초선이라고 했는데 보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하여 이름조차 기억을 못 합니다.

워낙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방금 한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치매가 아니고 충격과 공포 때문에 그렇습니다.

 

맥박은 분당 150회 이상을 뛰고 혈압은 순간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이고

이완기 혈압이 150mmHg까지 올라갑니다.

심장을 두드리는 고동소리가 옆에 앉아 있는 제 귀에까지 들립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적과 마주치고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고 창칼이

눈앞에 번쩍이는 상황인 백척간두에 서 있었던 여포일지라도 이렇게 흥분이 되고

떨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초선에게 흠뻑 취한 여포의 이야기는 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