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 11:02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중국의 4대 미녀 중 초선을 폐월(閉月)이라고 부릅니다.
왜 초선이 폐월이 되었을까요?
오늘 그 의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왕윤은 초선이 어렸을 적에 갈 곳 없어 방황할 때 측은지심이 발동해 집으로 데려와
키웠지만, 그리 크게 마음 두지 않았던 아이였다지요.
공사다망하기에 더욱 집안일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오늘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바라보니 어느새 여인으로 성장하여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제가 봐도 아름다운데 왕윤이라고 모르겠습니까?
남자는 물론, 이쁜 것은 여자도 사실 다 압니다.
다만, 남자는 우군으로 생각하고 여자는 적으로 생각하는
아주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래 초선아! 올해 몇 살이지?"
"네 열여섯입니다."
아~ 이런 꽃보다도 더 예쁘다는 열여섯....
이렇게 여자란 16살 전후가 많이 다른가 봅니다.
그리고 달빛 아래서 보면 사실 더 이쁘긴 이쁩니다.
달빛이 아니더라도 그냥 조명 아래서 봐도 여자는 더 이쁘긴 이쁘더군요.
어떤 경우는 순전히 조명빨이라고 합니다만....
그런데 16살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소녀니까 우리나라 성인 기준 나이
19살로 고쳐야 할까 봐요.
佳人 마음대로 고쳐야겠어요.
순간 달빛에 살짝 보인 초선의 모습은 졸도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바로 그때 달이 구름 속으로 살그머니 들어가자 왕윤은 마치 달이 초선의 미모에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그녀를 폐월(閉月)이라고 불렀습니다.
왕윤의 착각으로 인해 초선은 폐월이 되고 만 사건입니다.
저런~ 중국의 달이 또 사고를 쳤군요.
사실 중국은 툭하면 안개가 끼고 황사 때문에 해나 달이 늘 가립니다.
그런데 적절한 타이밍에 구름이 몰려오며 달을 가려버립니다.
오죽하면 촉견패일이라고 촉나라 개가 해가 보이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되어
짓는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개도 다 알고 있는데 사실을 중국사람만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람이 그래도 개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늘 해와 달이 가리니 그러면 중국 여자들은 대부분 폐월이나 폐일이 되는 겁니까?
개기일식이라도 오면 기절하고 자빠지겠습니다.
왕윤은 초선과 몇 마디를 더 나누는 중 그녀가 미모만 갖춘 게 아니라
재치와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고 자신에 대한 충성심까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자리를 옮겨 자신의 서재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여기서 잘못하면 오해가 생깁니다.
그래도 남자와 여자가 아닙니까?
이 부분만 보고 누가 왕윤의 마누라에게 일러바치면 꼼짝없이
불륜의 현장이 되는 사건입니다.
요게 바로 거두절미라는 것이지요?
왕윤이라는 이름의 가마우지는 어부라는 부인에게 맞아 죽습니다.
왜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되 삼키면 안 되기에....
왕윤은 주위의 하인들을 모두 물리고 (흐미! 의혹을 점점 키우는군요?
주위를 물렸다면 심증에 물증까지 더해져 왕윤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정말 오해받습니다.)
초선이와 독대를 하게 됩니다.
독대라고 하면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왕윤은 평범한 우리와는 다르게 초선을 의자에 앉힌 다음 갑자기 무릎을 꿇고
초선에게 큰 절을 올립니다.
초선이 당연히 대경실색을 하겠지요.
얼른 일어나 왕윤을 일으켜 세웁니다.
"따런!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글을 쓰는 제가 봐도 왕대인이 너무 오버하시는군요.
큰절까지는 오버한 겁니다.
왕윤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초선아 우리 한나라도 이제는
저물어 가는구나!"라는 말을 던집니다.
왕대인이 감성이 풍부한지 배우 기질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눈물까지 적시에 흘립니다.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남자 배우들도 여자배우와는 달리 눈물 연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지혜로운 초선은 바로 동탁 그놈 때문이라고 바로 감을 잡았습니다.
미모에 지혜까지 겸비하다니....
척하면 삼천리라고 세상에 이렇게 상대의 의중을 금방 알아채는 사람 흔지않지요.
큰 일을 도모하는 사람에게 하늘이 내린 그런 사람입니다.
"대인! 저를 낳아주신 분은 얼굴도 모르는 분이시지만, 오갈 데 없는 저를
대인께서 지금까지 친딸처럼 보살펴주셨습니다.
그러니 소녀의 모든 것은 대인께서 주신 것입니다.
제가 그런 대인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 늘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제게 그런 기회가 온 듯합니다."
한나라가 이제 저물어 간다는 말만 들어도 초선이는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요?
세상에 이렇게 은혜를 알고 갚으려는 마음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회겠어요.
그러나 세상은 배은망덕에 뒤통수치기 등 너무 험하잖아요.
"대인! Don't worry~ 소녀는 대인을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정말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초선이가 아닌가요?
어쩜 이렇게 왕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답니까?
16살 소녀가 어찌 이렇게 총명하답니까?
이렇게 되면 동탁을 칠 토마 호크 미사일보다 더 강한 무기는 마련되었습니다.
초선이만 제대로 교육시켜 투입하면 동탁의 사드도 무용지물이 되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요?
16살이라는 데....
미성년자는 법으로 사회의 위험하고 힘든 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아~ 그렇군요?
당시의 중국이라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군요?
그래서 초선의 나이를 우리나라의 성인 기준 법정 나이인 19살로 바꿔야 한다니까요!
즉시 왕윤은 집안에 있는 모든 식솔을 서재로 집합시키고 초선이 지금부터
자신의 수양딸이 되었음을 발표하고 친딸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한다고 선포합니다.
재치 덩어리 초선은 순발력 있게 단박에 왕윤의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Daddy~"라고 합니다.
왕윤은 "오! 즐거운 날"이라며 식솔들에게 은자 두 냥씩 특별 인센티브를 내립니다.
은자 두 냥의 효과로 모든 사람은 초선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게 되고 누구 하나
태클을 걸고 들어오거나 나중에 이상한 소리를 하지 못합니다.
원래 특별 인센티브는 자다가 일어나 영문도 모르고 모인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아마도 최고의 감탄사라는 "올레~"를 모두 합창으로 외쳤을 거예요.
모든 사람을 물리고 왕윤은 초선에게 자신의 구체적인 계획을 브리핑하니
총명한 초선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통합니다.
홍길동은 백을 통했다는데 딱 10%로 부가세 정도군요?
오히려 왕윤의 계획에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세세하고 미묘한 변화나 흐름까지도
계획안에 첨삭을 합니다.
왕윤은 그런 초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아이가 언제 특별 족집게
고액 논술과외까지 받았지?"라고 생각합니다.
눈만 바라보아도 왕윤의 의도를 알아채고 자신의 생각까지 보태니 더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모든 계획이 둘만의 비밀로 진행되고 이제 실전 투입의 단계만 남았습니다.
내일 초선이 실전에 투입됩니다.
드디어 왕대인과 폐월이 의기투합해 역적 동탁을 칠 시간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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