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야기 1 - 삼국지에 등장하는 미녀

2009. 9. 1. 11:2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오늘부터 더운 날씨에 머리나 잠시 식히시라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중국 4대 미녀 중 하나인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이를 모셔볼까 합니다.

 

중국 4대 미녀를 순차적으로 모두 모셔보고 싶지만,

우선 여러분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그냥 바로 접어버리고요.

왜?

아주 쓸데없는 이야기고 여러분이 이미 알고계셔서

전혀 더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 이야기는 아마도 미인계를 이용한 연환계나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하는 계책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말하는 4대 미녀 중 나이로 치면 초선은 서시, 왕소군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이 되겠네요.

 

미인계에 이용되는 여자는 미모만 뛰어나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인계의 성패는 계획을 한 사람보다는 투입된 여자의 의지와 지혜

그리고 두 사람의 교감에 달렸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두 남녀가 바로 여포와 초선으로 동탁이 지은 미오성(郿塢城)에서

겁대가리 없이 애정행각을 벌리다가 동탁에게 들켜 튀기 직전의 아주 평화스러운 모습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지의 초반부분으로 조조나 유비 등 삼국으로 나누어 패권다툼을 하기 전의

이야기로 후한 말에 아주 혼란한 시기에 허수아비 황제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아 황제를 꿈꾸었던

동탁과 그 역적에 대항해 후한을 다시 일으켜 세워 부활을 꿈꾸었던 왕윤 간의 이야기로

동탁의 가짜 아들 여포와 왕윤의 가짜 딸 초선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초선은 다른 미녀와는 달리 가공의 인물이라지요?

그러니 삼국지라는 역사서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흥미를 더하기 위해

만들어 넣은 여인이라는 의미겠네요.

당시 글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에 중국은 장날마다 장돌뱅이를 따라 다니며

글을 모르 사람을 위해 재미있는 소설을 말로 전해주며 돈품정도 받아

생활했던 설서인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설서인을 통해 삼국지가 사장바닥을 굴러다니다가 생긴 것이 지금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삼국지연의라는 이야기가 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나관중 역시 가문에서 쫓겨나와 입에 풀칠하기 위해 시장바닥을 다니던 설서인 출신으로

그때 이야기의 줄거리에 살을 붙이고 색깔을 입혀 쓴 소설이

바로 삼국지연으라고 해야하지 싶습니다.

 

초선은 후한이라는 나라의 사도인 왕윤의 집에서 지내는 기생으로 집안의 연회에 춤과

노래를 부르며 흥을 고조시키는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는 가기(家妓)로 발탁된 여인입니다. 

그러니 미모는 기본이고 가무에 능하고 분위기 파악에도 뛰어나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요.

 

당시 동탁은 조정의 대권을 쥐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노래를 늘 부르고 다닐 정도로

황제는 뒷전으로 몰아버리고 마지막으로 황제의 자리까지 탐을 내고 있을 정도여서

워낙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 어느 누구 하나 동탁을 견제를 할 수 없었습니다.

 

나라가 힘이 약해지면 지방마다 저 잘났다고 서로 각축을 벌입니다.

군웅할거라고 하던가요?

그 중 위에 보이는 병주 지방의 보스인 동탁의 세력이 단연 돋보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아끼던 애마인 적토마를 '너 해'하고 당시에는 영웅이라고 소문난

여포에게 주고 그를 수양아들로 삼아 감히 누구도 동탁 앞에서 바른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그 적토마는 나중에 조조의 손을 거쳐 다시 관우에게 넘어갑니다.

하룻밤에 천 리를 달리고도 더 달리고 싶어 껄떡거린다는 적토마의 팔자도 정말 기구합니다.

물론, 적토마 역시 가공의 말이라고 봐야하지 싶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요놈입니다.

위의 말 조형물은 관우의 머리가 묻힌 뤄양의 관제묘 앞에 만든 것입니다.

당시 여포의 무술 실력은 유비, 관우 그리고 장비로 불리는 유관장 삼 형제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1:3으로 맞장 떠도 승부를 쉽게 가릴 수 없었던 싸움계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그가 밤새 천 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는 적토마를 탔으니 누가 감히 맞짱 뜨려고 했겠어요.

 

백정 출신으로 예쁜 동생이 황후가 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큰 벼슬을 하게 된 위의 사진에

보이는 하진과 십상시라는 내시들이 서로 박 터지게 싸우는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동탁은 쉽게

도읍인 낙양을 접수하고 바로 황제인 소제보고 '너 내려와! 그리고 헌제 너 황제 한번 해 볼텨"?

하고 원소와 조조마저 멀리 보내 전횡을 휘두릅니다.

 

밀려난 원소가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모여라~' 하고 깃발을 올리자 주위에 많은 세력이

낙양성 주위에 구름 떼처럼 모여들자 동탁은 "오잉~ 이게 아닌가벼?" 하고는 열세를

눈치채고 헌제를 납치하고 100여 년 전에 네로 황제가 로마를 불 질렀다는 뉴스를 접하고

자기도 황제의 꿈을 연습하기 위하여 도읍인 뤄양을 불태우고 지금의 시안인

옛 도읍인 장안으로 야반도주합니다. 

 

장안으로 와서는 더욱 동탁은 꿈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착착 진행합니다.

황제를 납치해 왔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겠지요?

그러니 황제를 걸림돌로 생각하지 않고 디딤돌로 삼아 올라가는 겁니다.

동탁이 생각하기에 황제란 명품 곤룡포만 입었지 벗겨놓으면 형편없는

고깃덩어리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황제란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하여 노력한 일이 무엇입니까?

부모 잘 만난 것과 궁내의 암투나 세력 다툼에 어느 날 졸지에 황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황제 라이선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 순전히 줄만 잘 섰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 벗겨놓고 보면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동탁의 꼴값 떠는 횡포를 보다 못한 왕윤이 하나의 계책을 생각해 냅니다.

여기에 왕윤이 마지막 승부수는 동탁의 수양아들에 자기의 수양딸로 대응하는

정면승부에 들어갑니다.

바로 그 계책의 중심에는 자기 수양딸인 초선과 동탁의 수양아들 여포가 있습니다.

 

왕윤은 어느 날 아침 동탁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밥맛도 없고 의욕도 없습니다.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국가의 큰일을 혼자 결정하고 황제에게 수결을 하라고 합니다.

황제가 '이건 내용이 무엇이고 얼마나 많은 재정이 투입되느냐?'라고 묻자 동탁은 눈을 부라리며

반말로 '여기!" 하며 손가락으로 수결할 위치만 짚어줍니다.

 

황제는 동탁의 눈치를 살피며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자필서명을 하고 돌아서 눈물을 훔칩니다.

그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사도 왕윤의 가슴이 저며옵니다.

 

가슴에 품은 천하통일의 대업을 안고 유방이 한나라를 세운이래 가장 큰 공사였던 미오성을 짓는

공사는 바로 동탁의 개인 사저 공사로 황제가 기거하는 장안성보다도 더 큰 공사였습니다.

이때도 힘 있는 자는 국민의 세금을 자기 마음대로 끌어다 썼나 봅니다.

나라 곳간이 거덜나도 말입니다.

 

그날 왕윤은 조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식사도 거른 체 혼자 상념에 잡깁니다.

밤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답답한 마음에 정원을 거닐던 중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왕윤은 한밤중에 여인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게 누구냐?"하고 묻자 정원 정자 뒤에 앉아 울고 있던 여인이 왕윤에게 다가와 인사를 올립니다.

"소녀 초선이옵니다."

"초선이가 누구더라?" 왕윤은 순간 생각을 합니다.

 

왕윤은 그녀를 오래전 어려서부터 집에 데려다 키우며 가기라고 집안 연회에 가끔 나와

춤과 노래로 흥을 돋구며 분위기를 Up 시키는 기쁨조 엔터테이너 여인이라

금방 알아채지 못합니다.

 

"야심한데 어인 일로 이곳에서 울고 있느냐?"

"대인께서 많은 나날을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시고 번민으로 날밤 까고 계시는 데

한낱 미천한 가희에 불과한 제가 전혀 도움을 드릴 수 없다는 게 슬퍼서 울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왕윤의 가슴을 콕 찌르는 아픈 사연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요?

 

왕윤은 감동 먹습니다.

네 먹고 말고요.

그렇지 않아도 나라가 어수선하고 동탁이 마음대로 전횡을 휘둘러 마음이 울적한데

비록 가희이지만 자기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고 위로를 하는

여인이 있다는데 감동을 먹지요.

 

더군다나 조강지처라는 마누라는 서방이 고민이 있는지, 식사를 걸렀는지도 모르고

초저녁부터 코까지 '드르렁드르렁' 골아가며 뒤비 져 자고 있는데 가기라는 초선이 왕윤의 고민과

아픔을 알고 도울 수 없어 슬퍼서 울고 있다니 목석인들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며칠 전에도 왕윤의 마누라가 "이번 달 보너스는? 인센티브는?" 하며

적시에 차압이 들어왔더랬습니다.

서방이 가마우지입니까?

목에다 끈을 묶어놓고 물고기를 잡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가마우지는 물속으로 잠수하여 신나게 물고기를 잡아 올립니다.

그러나 가마우지는 그 물고기가 자기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삼키는데

목에 묶인 끈 때문에 먹을 수 없음을 그때야 알아갑니다.

 

매번 그런 일을 반복 하면서도 가마우지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합니다.

역시 가마우지도 새의 일종이며 대가리는 새 대가리가 분명합니다.

 

죽을 둥 살 둥 자맥질하여 물고기를 잡아오면 그때 어부는 가마우지 뒤통수를 한 방 갈겨버립니다.

네 그렇습니다.

"켁!" 소리와 함께 물고기는 가마우지 입에서 그대로 어부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정말 허망하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팔자소관이라고 가마우지는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낮에만 잡고 밤에는 쉬고 싶어도 밤에 물고기 잡기가 더 쉽다고

젠장 관솔불까지 켜놓고 잡으랍니다.

요즈음은 관광객이 모여 온다고 밤낮으로 쉬지 못하고 잡아 올립니다.

 

젊어서도 잘날지 못하는 가마우지는 나이가 들면 백수 가마우지가 되어 어부의 눈치나 살피고

또 새끼 가마우지나 어부를 위하여 즐겁게 해 줄 의무가 있어 재롱도 피워야 하고 더 슬퍼집니다.

새끼 가마우지가 자라 또 붕어빵 같은 주니어 가마우지가 생산되면 이번에는 쥬니어

가마우지를 위해 백댄서가 되어 재롱도 부리고 얼러주며 보살피는 일까지 도맡아야 하니다.

 

그럴 줄 알았다면 밤에 미리 뒤뜰에서 나는 연습이라도 해 놓을 것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이때서야 어렴풋이 알아갑니다.

가마우지도 삭신이 쑤셔 더는 날개를 힘차게 퍼덕일 수 없음을 그제야 압니다.

가끔 멸치 꼬랑지 같은 먹이를 주긴 하더군요.

 

머리 쓰는 가마우지는 친구 가마우지 초상났다고 핑계를 대고 외박도 하고 삥땅을 치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리숙한 초보 가마우지는 어떤 경우 그 친구 가마우지의 부친을 두 번 초상 치르게 하는

경우도 생겨 어부에게 죽도록 얻어맞고 멸치 배급이 줄어들어 골방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이 여파는 몇 개월은 충분히 갈 뿐 아니라 두고두고 어부 입에서 심심하면 말을 듣습니다.

 

이 일은 오직 왕윤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절대로 佳人과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맹세코...

이야기의 핵심이 가마우지가 아닙니다.

왕윤의 처지가 워낙 딱하기에...

 

이런 생활을 하던 왕윤에게 초선이 그가 바깥에서 생긴 고민을 알고 울어 준다는 일에

감동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지요. 

다른 어떤 사람을 위하여 대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이 익는 날까지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이 익는 날까지

 

우쒸~ 오늘따라 이 노래가 왜 왕윤의 가슴을 후벼 파며 폐부를 찌르고 들어옵니까?

동행이라는 노래도 울어줄 사람과 동행이 된다는 일에 감동했다고 했잖아요. 그쵸?

내일 다시 아름다운 여자인 초선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