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야기 5 - 연환지계

2009. 9. 5. 00:21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왕윤은 장안의 많은 명문 세도가에서 초선이와의 혼사를 원했지만,

초선은 오직 젊은 영웅 여포에게만 관심 있다고 하며 두 사람을 맺어준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여포는 왕윤의 다라 아래 무릎을 꿇고

장인이라고 부르기까지 했지요.

 

여포가 이렇게 나오자 왕윤은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왕윤은 "일어나세요, 장군! 장군만 좋다면 제가 좋은 날을 잡아

초선을 장군께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푸 하하하하~ 장안성 주민 여러부우운~ 장인어른이 초선을 보내준답니다.

이런 날은 국경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초선을 한 번 만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다면

밤낮으로 볼 수 있는게 아닙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분과 한께 살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미 당신께서는 축복 속에 살고 계신 겁니다.

 

여포는 돌아오는 길에 최고의 감탄사라는 "올레~"도 생각나지 않고

미친놈처럼 혼자 실실 웃습니다.

참아도 웃음이 나오는걸 어찌합니까? 나 원 참!

우리가 여포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적토마도 여포를 태우고 돌아오며 이해를 한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중국 4대 미녀 중에 한 사람인 초선을 아무 옵션도 없이

보내준다는데 왜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왕윤의 능력이라면 평생 A/S까지 확실히 책임지기까지 할

능력이 있는 분이 아닌가요?

이런 좋은 조건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고객감동 바로 그 자체이지요.

아무리 싼 경차라도 풀 옵션으로 장착하면 중형차 값이 됩니다.

그런데 천하의 초선이를 아주 조건 없이 그냥 보내준다고 하니 여포는 믿을 수 없네요.

 

며칠이 지난 뒤 왕윤은 동탁과 조정에서 대사를 논의하며 전폭적으로 동탁의 의견에

찬성하니 동탁의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틀림없이 여포가 동탁에게 왕윤이 동탁을 존경한다는 말도 전했을 겁니다.

 

회의가 끝나자 왕윤은 동탁에게 다가가 "태사! 우리 함께

술잔을 기울여 본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제 집에 잉궈에서 위스키라는 기가 막힌 술이 들어왔는데 내일 시간을 내시어

원 샷 꺾어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잉궈라고 하면 영국이 아닌가요?

 

동탁은 이 말의 의미가 왕윤이 자기를 존경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흔쾌히 승낙을 합니다.

그래도 천하와 황제를 떡 주무르듯이 지금까지 주물러 왔지만,

늘 왕윤의 눈치를 살폈지요.

황제 앞에만 서면 어깨가 딱 벌어지는데 왕윤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지...

힘으로 제압할 수 있지만, 왕윤은 전국적으로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라

어쩌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이제 이 나라의 주인의 자리에 가까워지니

왕윤이 아부하려고 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런 사람이 이렇게 스스로 자기와 가까이 지내려 한다는 일은

천하가 거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음날 왕윤의 집에서는 연회가 열리고 스케줄에 따라 동탁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말과

맛난 안주와 술 그리고 예쁜 미희들로 기분이 업되어 가고 있습니다.

 

동탁이 입을 열어 말합니다.

"사도! 내가 더 높은 자리로 옮기면 내가 그대를 중용하고 싶소~"

보세요.

접대라는 게 어디 대가성이 없다고 한국의 정치인들은 감히 말할 수 있습니까?

 

아니?

태사의 자리는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인데 더 높은 자리라며는? 얼척없는 놈입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는 가정이라는 말임을 왕윤은 알고 있습니다.

이제 작전의 막바지로 몰입해 들어갑니다.

 

동탁의 기분이 고조되어 감을 눈치챈 왕윤은 따로 자리를 옮겨 분위기를 잡습니다.

"태사! 저희 집 미희들이 태사부의 미희들만 못하지요?"

사실 동탁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는 황제는 1년에 한 번 미희를 업데이트하는데 

동탁의 집안에 있는 미희들은 분기별로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기에 늘 미희들은 넘쳐나기는 하지요.

 

 

동탁이 "뭐 이 정도면...."이라고 말끝을 흐리자, 순간 왕윤이 말을 가로채고 들어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우리 반 친구가 돈가스를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고 자랑을 하더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졸라 낙양에 있는 유명한 낙양 제1돈가스 전문점을 갔더랬습니다.

 

갑자기 웬 돈가스입니까?

이 이야기는 돈가스를 먹어본 동탁은 쉽게 이해하지만,

돈까스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을 금방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큰 소리로 '돈가스!' 하고 주문을 했는데 희멀건 죽 같은 수프만 나오더이다.

그래서 속으로 친구 욕을 엄청 했습니다.

'이게 희멀것게 생겨 빨간 짬뽕 국물만도 못한 게 뭐가 맛있어!' 하고요.

정말 바보 같은 말을 했더랬지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프를 먹고 난 후 나중에 나온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돈가스는

평생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바삭한 튀김옷에 내용물은 두툼한 고기가 육즙이 흐르는데...

세상에 태어나 이런 맛있는 음식은 난생처음이었지요"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머리 둔한 동탁도 눈치챕니다.

왕윤이 지금까지 희멀건 수프만 내왔고 숨겨 놓은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 뜻을...

동탁은 이미 낙양 제1 돈가스 전문점에 들러 먹어봤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나온 것은 스프라는 말이고 맛난 돈까스 덩어리는 이제 나온다는 말입니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최고의 외식은 중국집 배달 자장면과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구석 간이의자에서 정신없이 먹던 돈가스였습니다.

성인이 된 그 녀석들은 아직도 그때 먹었던 돈가스를 입에 올립니다.

 

"예고편은 여기서 끝내고 이제 메인이벤트로 들어가시지요?"

왕윤이 손을 들자 꽃단장을 끝낸 초선이 여러 미희들에 둘러싸여 들어오는데

제일 가운데 초선이 그야말로 군계 일확(여기서 일학이 아니고 일확이라는 말은

표 나게 확 눈에 띈다는 말입니다.)

동탁은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었다면 뒤로 자빠지는지 알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죄송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으니까요. 

동탁은 순간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립니다.

왕윤과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초선이 옆에 몇 명의 미희가 같이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초선의 모습은 신이 빚어 숨겨놓은 무결점 퍼펙트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양궁에서 표적지 한가운데 있는 X-10이라는 곳에 있는

카메라를 맞추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것도 라운드 당 3발씩 4라운드에서 All  X 10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샤방샤방 걸어와 동탁에게 다가와 절을 올리는데 동탁은 자기도 모르게

함께 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천하의 동탁이 맞절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황제를 맞이해도 황제가 먼저 머리 숙이면 거들먹거리며 가벼운 목례 정도로

끝내던 동탁이 아니겠어요?

 

천하를 호령하는 태사인 동탁도 이미 정신줄 놓고 무아지경에 빠졌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경황이 없으면 가끔 그런 실수를 하긴 하지요?

 

간신히 정신을 차려 바라보니 이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고 선녀 미스 월드 진의 모습입니다.

아~ 왜 하필 이때 달은 또 구름 속으로 숨는단 말입니까?

폐월이라는 초선이 등장하니 달이 부끄러워 숨었다는 말이 결코 빈 말은 아닙니다.

 

마치 달과 초선이가 서로 교감하며 숨바꼭질하는 듯하지 않습니까?

안타깝습니다.

왜 이 결정적인 순간에 달은 구름 속으로 사라져 초선의 얼굴을 가리는 겁니까?

 

바로 하늘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바느질 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

천의무봉을 걸치고 내려온 선녀입니다.

그녀에게 꽂힌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동탁은 왕윤에게 묻습니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입니다.

 

"누굽니까?

몇 살입니까?

이름은 무엇입니까?

대인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내 평생 이런 미인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소이다."

동탁은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지껄이고 있습니다.

완전히 따발총으로 쏘아대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여포에게 했던 그대로 이하 동문임으로 생략합니다.

왕윤이 곁눈질로 동탁을 보니 넋이 빠졌습니다.

침마저 질질 흘립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먹이를 줄 때 종을 치면 침을 먼저 흘린다고 했습니까?

지금 동탁이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동탁은 개가 되는 겁니까?

 

비록 수양아들이지만 아비나 자식이나 붕어빵입니다.

미인을 보는 눈은 자유당 때 그대로입니다.

 

초선은 동탁을 위해 하늘의 춤을 추고 동탁은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춤의 삼매경에 빠진 듯 추고 있지만 초선의 눈에 맺힌 눈물을 저는 분명히 보았더랬습니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왜 제 마음이 찡해오는 겁니까?

 

헬렐레하는 동탁을 넌지시 바라보며 왕윤이 입을 엽니다. 

"이 아이를 태사께 바친다면 어떻겠습니까?"

순간 왕윤의 말에 동탁은 깜짝 놀랍니다.

 

"리얼리?"라고 했지만,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혹시 잘못 들었나 하고 되묻습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재차 확인을 하고 나니 준다는 말입니다.

 

순간적으로 외칩니다.

 "언빌리버블! 

제게 이런 미녀를 주신다니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내가 사도의 충성심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간직하겠소.

그리고 기대해도 좋소."

 

보세요.

먹은 놈이 물을 들이켠다고 그냥 대가성 없이 받았다고 아직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뒤로 받은 부정한 돈이 정치자금이라고 오리발 내밀 겁니까?   

 

"초선이 태사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것은 초선의 복이지 제가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줄 때는 토를 달면 안 됩니다.

그냥 주어야 합니다.

 

정치하는 사람에게 뇌물을 줄 때 그 자리에서 사업 이야기를 바로 하면

받는 사람이 걸쩍지근 하지요.

"당신의 정치이념이 제가 바라는 세상입니다."라고 하며 주어야 합니다.

실무적인 것은 나중에 사람을 보내 협의하지요.

그리고 걸리면 뇌물이 아니고 정치자금이라고 우겨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도 없다는 데 정치인들만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입니다.

 

왕윤은 즉시 초선을 동탁의 관사인 태사부로 특급 택배로 함께 보냅니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습니다.

이제부터 왕윤과 초선의 미인계는 큰 고비를 넘었고

지금부터는 초선의 활약만 기대해야 합니다.

기획은 왕윤이 했지만, 세부 계획이나 임기응변에서는 이제부터

초선 혼자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과연 이들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제 연환지계는 돈가스로부터 시작해 여포와 동탁을 묶어야 하고

초선의 활약만 기대해야 합니다.

 

내일부터 초선의 단독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