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9. 09:10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드디어 기원전 473년 월나라 구천은 범려와 문종을 거느리고 대군을 동원하여
오나라로 쳐들어 오고 부차는 백비를 대장군으로 삼아 전투에 내보내나
몇 번 싸우다가 월나라에 투항하고 말았는데 백비는 그동안 월나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해 투항을 하였으나 바로 죽임을 당합니다.
이제 오나라 도읍은 완전히 월나라 군에 포위를 당하고 더 이상의 싸움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감지한 부차는 사나이답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자살을 택합니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시작한 월나라와의 피 말리는 전투에서 승리했고 구천을
포로로 데리고 와 자신의 마부로 채용을 하여 망신을 주었고 서시의 도움으로 중원의
맹주자리에 까지 올라 한 시대를 호령하며 살아왔던 풍운아 부차는 이렇게 지는
석양이 되어 인생의 황금기를 서시와 함께 살며 사랑하며 그리고 천하를 호령하며
보냈으나 서시와의 사랑은 너무 아픈 사랑이었습니다.
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부차는 죽을 때 비로소 알아갑니다.
이로써 오월동주니 와신상담이니 하는 말을 남긴 오나라와 월나라의 치열한
패권다툼은 드디어 막을 내리나 역사의 한 가운데에는 서시라는 걸출한
미녀에 의한 살신구국의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월왕 구천은 승전파티를 하는데 일등공신인 범려와 서시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동파이물지라는 책에는 화가 난 부차는 서시를 비단으로 꽁꽁 묶어
양자강에 빠뜨려 죽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쁜 미인은 죽어도 거적이 아니고 비단에 묶여 죽습니다.
양자강에는 서시어라고 하는 미인어가 사는데 하루에도 여러 번 색깔이 변하고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매우 좋아 여자가 먹으면 살결이 희고 부드러워진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고기가 서시의 화신이라고 합니다.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제가 딴지를 걸지 않지요?
서시가 침어라며?
그러면 서시가 빠진 양자강에는 모든 물고기가 가라 앉아야 되지 왜 돌아다닙니까?
그리고 서시가 무슨 물고기 만드는 생산공장입니까?
또 다른 이야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입니다.
오나라가 무너지던 날 범려는 고소대 아래서 서시를 극적으로 만나고
둘이서 태호라는 큰 호수로 도망을 갑니다.
두 사람은 일엽편주 작은 쪽배를 타고 물안개 자욱한 안갯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멋진 그림 나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사랑밖엔 난 몰라'라며 부귀영화도 모두 버리고 유유자적 이름도
바꾸어 오호를 유랑하며 세상사를 잊고 살았다고 합니다.
범려는 사랑이 뭐고 정이 무엇이고 인연과 약속을 소중히 여긴 머찐 놈...
범려라는 그놈이 있어 서시의 인생은 불행하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화려한 궁궐 속에서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사치스럽게 살면서도 할 수
있지만, 오두막에 살며 쪽배를 타면서 고생스럽게 살아가면서도 할 수도 있습니다.
행복이란 누구와 함께 나누며 사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니까요.
나중에 범려의 편지가 구천에게 도착합니다.
"폐하! 이 편지를 읽으실 때쯤 이미 저와 서시를 찾으실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월나라가 오나라의 원한을 갚기 위하여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은 폐하께 더 이상 필요치 않고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서시의 미모는 폐하마저도 미혹할 수도 있으려니와 저 또한
전쟁에 이김으로 세력이 커져 오히려 폐하의 머리만 아프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만 작별을 고합니다. 안녕~"
이 편지는 태호의 주변에서 범려의 옷으로 보이는 주머니에서 발견되어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이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했을 것이라 말합니다.
얼마 후 문종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범려는 편지질만 합니다.
"토사구팽... 적국이 패망하고 나면 공을 세운 충신들은 죽임을 당하고 하늘을 나는
새 사냥이 끝나면 활과 화살은 더 이상 필요치 않네... (오잉~ 이 이야기는 후대에
한나라 한신도 한 이야기 인디?)
우리가 모셨던 월왕 구천은 자신이 부차에게 당한 굴욕은 견뎌낼 수 있는 인내심은
가지고 있어도 공을 세운 공신들이 꼴값 떠는 꼬락서니는 인정할 정도의
위인은 되지 못하는 쪼다라네...
우리가 그와 함께 죽음을 넘나들며 고생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서로 나눌 수 없다네. 이게 바로 서시와 내가 떠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네."
월나라 왕인 구천에게 보낸 편지와 문종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범려의 속마음은 문종에게 보낸 내용에 나타나 있습니다.
구천의 됨됨이를 그대로 표현을 했으니까요.
세월이 흐른 후 산동지방에 도주공이라는 이름을 지닌 거부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살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다웠으며 부부금슬이 무척 좋았다고 합니다.
혹자는 도주공이 범려이고 그의 부인이 서시였다고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범려를 장사의 신이라고 추앙한다지요?
삼취삼산(三聚三散)이라는 말이 범려에게 따라다닌답니다.
19년 동안 세 번 벌어 세 번 나누었다는 의미로 그는 세 번이나 하는 일을 바꾸어가며
장사를 하여그때마다 큰돈을 벌었다네요.
그리고 번 돈을 이웃이나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마천이 범려에 대한 평으로 남겼다는 말 “언부자개칭도주공(言富者皆稱陶朱公).”
이 말의 의미는 “부자 하면 모두가 도주공(범려)을 입에 올렸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쑤저우에 옛 오나라 궁궐터가 있는 뒤편에 호구산이라고 있습니다.
그 산을 올라가는 중턱에 호구 검지라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위로 산으로 연결되는 계곡에
다리가 있는데 서시가 자주 이 계곡에서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고 합니다.
부차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그 다리 가운데 구멍을 두 개 뚫어 '너 하나 나 하나 내려다보자'라고
하여 쌍정교(雙井橋)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애첩이 예쁘면 다리에 위의 사진처럼 구멍도 뚫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이 마르지 않는 연못이 보이는데 고기들이 많습니다.
서시가 자신의 미모에 취하여 그곳에 가서 연못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는지 아니면
침어라는 별명이 정말인지 실험하기 위하여 연못에 있는 물고기에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곳에는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곳에 가 물고기에게 서시에 취해 바닥으로 가라앉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물고기가 웃기지 말라고 합니다. 다만 사람을 보고 피하기 위해 물 밑으로 숨지
결코 예쁘다고 가라앉거나 하는 적은 결단코 없답니다.
인간의 미의 기준과 물고기가 보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르답니다.
그렇지요! 물고기의 눈은 바로 카메라의 어안렌즈와 같아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서시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주나 봅니다.
지금 항저우에 가면 서호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습니다.
물론 후대에 서동파가 공사장 십장이 되어 만든 인공호수지만 서시를 그리며 만들었고
서시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서호라고 합니다.
佳人이 그곳에 갔을 때 서호의 모든 물고기들이 물 밑으로 가라앉더이다.
그러면 혹시 그 물고기들이 저의 못 생긴 모습에 취하여?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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