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이야기 6 - 여자의 마음은 갈대

2009. 8. 28. 07:45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그러나 부차의 명을 받아 오자서에게 다녀온 사자는 오자서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지 않습니다.

오자서가 한 말에 더 부풀려 말합니다.

눈만 동문에 걸어 놓으라는게 아니고 귀도 걸어 놓아라 등등등.

그리고 오동나무로 부차의 관 말고도 서시의 관도 만들고 부차의 아들이나

손자의 관도 만들라고 했다고 부풀려 말합니다.

오자서의 무덤에 심어놓은 오동나무 한 그루가 무슨 관을 만드는 공장입니까? 

 

부차는 오자서가 반말로 말하고 폐하라고 하지 않고 부차녀석이라고 건방지게 감정이

다분히 내포된 이야기를 했다고 시신을 갈기갈기 찢어 재활용도 되지 못하게 만들어

무덤도 만들지 못하게 가죽에 묶어 당장 태호라는 호수에 갖다 버리라고 합니다.

사실은 시신 옆에 오동나무를 심고 눈을 동문 밖에 걸어둘까봐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서시의 청을 받아들여 백비를 상국에 임명합니다.

이런! 서시가 어느새 상국을 임명하는 실세로 까지 훌쩍 커버렸군요? 

백비는 그동안 월나라로부터 뇌물을 많이 받아 먹어 친월 정책을 많이 폈더랬습니다. 

범려와 구천을 월나라로 살려 보낼 때 먹은 뇌물이 엄청난 금액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으로 숨겨 놓았다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르면 오나라와 월나라가 전쟁을 하면 축구시합에서 심판까지

월나라 편이 되어 싸우는 격이고 오나라 주장이 월나라 선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오나라 박살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가 점차 다가옵니다.

바로 이때 서시와 함께 온 정단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까?

 

정단이 서시와 미모에서도 동급이고 가무나 예술성에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중국

4대 미녀의 예비 엔트리비군에도 오르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문제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정단의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눈치챈 서시는 어느 날 그녀를 불러 부차를 모시게 합니다.

"오늘은 동생이 폐하를 모시고 Have a good time~ 알았지? 내일은 내가..." 하며

'언니 먼저, 동생 먼저' 놀이를 합니다.

 

부차는 또 감동 왕창 먹습니다.

서시의 마음 씀씀이가 사내대장부 보다도 넓다고 생각합니다.

부차가 아무리 서시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래도 천하의 호색한이 아닙니까?

가끔 곁눈질로 정단을 보아왔고 또 그녀를 품에 품고 싶은 마음은 저는 이해합니다만....

서시의 눈치를 보느라고 차마 정단을 들이라는 말을 못하고 지내 온터라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 

여자는 누구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서시가 정단을 보내주다니....

여러분들은 그리 할 수 있습니까? 난 죽어도 못합니다. 

그리고 혼자 독수공방하던 정단은 오랜만에 부차의 품에 안겨

행복하고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정단 좋고, 부차 좋고... 그리고 서시는 기쁨 주고 칭찬받고... 

어느 날 서시는 정단을 불러 마음을 슬쩍 떠 봅니다. "동생! 폐하가 요즈음 동생에게 잘해주지?"

"언니! 언니의 배려로 남녀 간의 사랑을 듬뿍 느끼고 있지만..."

말끝을 흐립니다. 이런 젠장 뭐가 있다는 말입니다.

 

서시가 다그칩니다.

"뭐야? 무슨 일이 있어? 혹시 폐하의 힘이 예전만 못하기라도 해? 그럼 비암그라?"

"Oh No~ 폐하는 아직도 힘이 넘치셔... 하지만 언니! 우리에게 중대한 사명이 있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지금이 이번 드라마의 클라이 막스에 와 있다는 것도 알고......

혹시 폐하도 살리고 우리 월나라의 복수도 하는 방법은 없을까?"

어멈? 이게 뭔 말이유?  이거 난리 났습니다.

서로 Win Win을 하자는 말입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아무도 2등도 기억하지 않는다는데.... 

 

안다는 계집애가 남자의 품에 안겨 보니 마음이 흔들립니다.

추억 만들기를 하라고 했더니 서방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나 원 참!

기분이 언짢아 하기에 기분 좀 풀라고 요즈음 자주 부차의 침실에 대타로 뛰게 해 주었더니

이제는 아주 서방인 줄 알고 살리려고 합니다.

젠장... 잘못하면 지금까지 공들였던 계획이 하루아침에 물 건너갑니다.

연아가 아무리 우아하게 점프를 해도 마지막 착지에서 넘어지면 감점 들어갑니다.

 

서시는 정색을 하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정단! 너에게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단지 한 가지만 이야기 하마!

나와 함께 행동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에 차질을 주는 언행만큼은 절대로 용납을 못한다.

정단! 너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 그건 덜수나 하는 짓이야!"

서슬 퍼런 서시의 말에 정단은 움찔합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함께 생활했지만 서시의 그런 행동과 말투는 처음 보고 듣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나긋나긋한 여자로만 알았는데 서시는 마치 거사를 앞둔

비장한 마음을 지닌 투사의 모습입니다.

정단은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언니! 걱정 말아요.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예요.

우리의 계획이 철저하게 진행되도록 언니를 지켜보며 저는 서브로써 보좌할게요."

그렇지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서브나 조커로 투입돼 10점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마지막 작업이 남았습니다.

서시는 부차를 끝장내기 위하여 국력을 소모시켜야 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짜고 그대로 하나씩 시행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교태를 부렸고 오매불망 서시가 잠시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중원은 패자를 필요로 한다. 그 사람은 바로 부차 당신이다.

영웅은 기회를 기다리지 않는다.

누가 역사에 길이 남을 주인공이 될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멋들어지게 한 곡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뽑습니다.

이런 노랫소리가 부차는 별로 싫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서시의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동합니다.

또 부차는 서시를 품에 안아봅니다.

사랑이란 이렇게 자주 스킨십을 통하여 익어갑니다.

우리가 알기에 점잖은 천하의 공자님은 밤에도 공자 행세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공자님 마눌님께서 웃기지 마라고 하십니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사내가 공자님이시랍니다.

 

드디어 마음이 움직여 오나라에서 북쪽으로 운하를 만듭니다.

그 이유는 물자와 군사의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네~ 맞습니다. 운하 파는 공사 하는데 돈 많이 듭니다.

이 때문에 수나라 시절에 이곳 항주에서 북경까지 운하가 개통되어

중국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그러니 경항 대운하를 최초로 기획한 사람이 바로 서시입니다.

 

드디어 기원전 482년 부차는 결국 거병을 하여 노나라와 위나라를 황지라는 곳에 부르고

진나라의 정공과 미팅하기로 합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천자가 되고 다른 나라는 제후국이 되는 "꿇어~"라는 맹세를 하기

위함인데 드디어 서로 누가 회맹의 주인인 맹주가 되느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을 때

오나라에서 사자가 헐레벌떡 달려와 월나라가 지금 텅 비어있는

오나라를 공격했다는 급보가 날아듭니다.

 

지금 여기서 군사를 돌리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라 맹주의 자리도 탐나고

월나라의 침공도 불안하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그러나 부차는 며칠 더 머무르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후에야 급히 말머리를 돌려

오나라로 돌아가는데 급한 마음에 군사를 독려하며 가다 보니 군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지쳐버려 월나라 군과 변변한 싸움도 해 보기 전에 패하고 맙니다.

 

부차는 할 수 없이 월나라 통인 백비를 진귀한 예물과 함께 보내 무릎을 꿇고 화친을 청해

월나라 군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나 맹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노릇입니다.

말이 맹주이지 개털이라는 말입니다.

명함에 장황하게 중원의 천자 부차, 세상의 맹주 부차, 천하의 대표주자 부차 그리고

오나라 C.E.O 부차 등 실속은 쥐뿔도 없으면서 직함만 자기 마음대로 인쇄해 가지고

다니는 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서시 곁에서 술이나 마시며 점점 나라의 일은 등한시하게 됩니다.

 

내일 마지막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