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이야기 5 - 오자서 드디어 죽다.

2009. 8. 27. 09:26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이듬해 월나라에 풍년이 들었다고 쌀 만 석이 다시 돌아옵니다.

물론 국제법상 적정 이율인 5%를 더 얹어서 갚았을 겁니다.

보기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장 질이 좋은 일 등급 쌀로 보여 오나라는

쌀을 받자마자 종자로 사용하기로 하고 전국에 널리 보급하여 심었으나

젠장 싹이 나오지 않습니다.

 

월나라에서 보낼 때 미리 쌀을 한 번 쪄서 다시 말려 보냈기 때문에

벼가 펼 리가 없었지요.

이 때문에 당연히 오나라는 기근에 시달리게 되며 민심이 흉흉해집니다.

머리가 전혀 따르지 않는 월나라 구천은 바로 공격을 감행하려 합니다.

 

문종과 범려가 막고 나서 서시가 오자서를 제거하고 오나라가 거병을 하여 다른 나라를

공격할 때 허술한 틈을 노려 공격하자고 말리는 바람에 구천도 잠시 접어버립니다.

도대체 구천은 부모 잘 만난 것과 쓸개 핥아먹은 것 말고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역사는 구천도 영웅이라고 기록합니다.

쓸개 핥아 왕이 될 수 있다면 누구도 할 수 있습니다.

덜수도 할 수 있습니다.

 

오나라에는 오자서와 백비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합니다.

원래 오자서는 오나라 사람이 아니고 제나라에서 살았는데 제나라에서

벼슬을 하던 아버지와 오자서의 형이 모함으로 죽자 오자서는 오나라로

도망쳐 여기서 상국이라는 벼슬까지 하는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합니다.

여러 나라가 있고 그중에 한 나라는 맹주가 되고 나머지는 제후국이 되어

서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나라 간 구별이 없이 옮겨 다니며 살았더랬지요.

그리고 서로 맹주가 되기 위한 국가 간 전투가 있었지만은

나라를 완전히 박살 내지 않고 인정합니다.

그러니 조상에게 제사는 지낼 수 있도록 하게는 합니다.

 

얼마 전  서시가 오나라로 들어오고 부차가 좋아서 헬렐레할 때 오자서는

오나라의 장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사사건건 부차와 의견이 상충하여

자기 아들을 제나라로 보내고 이름까지 개명을 하여 그곳에 살게 했으며 이를 안

백비가 부차에게 고자질하여 화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백비는 원래 오자서의 수하이었는데 많이 컸다고 이제는 오자서를 밟고 싶은 게지요.

 

 

그날 저녁 부차가 화가 난 얼굴로 씩씩거리며 서시를 찾아 후궁으로 들어옵니다.

오늘은 부차가 먼저 오자서에 대한 이야기를 묻기도 전에 서시에게 털어놓습니다.

서시는 이제 오자서를 없앨 기회라고 판단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오히려 남의

말하는 듯 말하는데 "그랬었군요? 그래서 지난번 폐하가 제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실 때 쌍지팡이 들고 반대를 했군요?

 

폐하! '인재를 기용했으면 의심을 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인재는

사전에 등용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속으로 다른 생각을 품는 사람은 절대로 등용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Never!

그러나 이미 기용을 하였으면 계속 중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서시가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합니다.

서시의 눈물은 진주보다 더 영롱한 보석입니다.

여자의 울음은 남자에게는 커다란 무기 중에 하나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서시는 극적인 반전을 노리기 위해 갑자기 우는 겁니다.

부차가 제일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일이 바로 서시가 우는 일입니다.

그녀는 심장병이 있어 울다가 혹시 무슨 변이라고 당할까 봐 부차는 제일

겁내 일이기에 "왜 울어? 서시야 울지 마라. 뚝~ 네가 울면 짐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하며 다독거리자... 분위기 파악이 끝난 서시는

본격적으로 오자서 제거 작업에 들어갑니다.

 

"폐하! 소첩을 죽여주십시오. 오자서가 제일 미워하는 나라가 월나라가 아니옵니까?

(사실 죽여 달라고 말할 때는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가끔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하고 옆 사람이 그랬다고 간혹 자기도 죽여달라고

여 죽었던 멍청한 사람도 있기는 있습디다.)

예전에 오자서는 구천과 범려를 월나라로 돌려보내는 일에 반대했다지요?

제가 이곳에 올 때도 또 오자서는 폐하에게 이렇게 예쁘고 총명한 저를 당장

돌려보내라고 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폐하를 살 맛이 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주 귀염둥이 예쁜이가 아닙니까?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차례 소첩을 비난했고 지금도 폐하와 소첩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자신의 무능이 탄로 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폐하께 올린 전략 안과 오자서가 올린 안을 직접 비교 검토하셨으니

누구보다 폐하가 더 잘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밤까지 폐하를 빈틈없이살피는

사람은 누구이고 폐하를 해피하게 만드는 사람은 또 누구입니까?  

폐하! 원하옵고 바라옵건대 폐하의 걸림돌은 디딤돌로 만들어 딛고 올라서야 됩니다."

걸림돌은 무엇이고 디딤돌이 무슨 뜻입니까?

네~ 맞습니다. 거추장스러운 녀석 보내버리라는 말입니다. 

 

부차가 들어보니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오자서는 유난히 서시를 미워했고

매희나 달기의 예를 들며 부차에게 수시로 서시의 험담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럼 부차가 듣기에는 자기가 걸왕이나 주왕처럼 성질이 더러운

폭군이라는 말이 아닙니까?

 

나쁜 놈! 매번 일이 있을 때마다 부차의 의견에 태클이나 걸고 들어오고

도대체 아이디어를 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능한 놈이 이제 무능이 탄로 나니 험담에 게다가 자식까지 다른 나라로 빼돌려!

 

계백장군은 전쟁에 임하며 마음이 약해질까 봐 식솔을 모두 죽이면서까지

마음을 굳게 다짐했는 데 지금은 전쟁 중도 아닌 평화로운 시기에 자식을

빼돌렸다는 말에 더 화가 난 것입니다.

그리고 부차는 마지막 서시의 말인 걸림돌과 디딤돌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압니다.

이제 오자서는 큰일이 났습니다.

 

 

부차는 드디어 결심합니다.

곧 사람을 오자서에 보내 속루라는 명검을 하사합니다.

 

원래 오나라와 월나라는 워낙 서로 패권을 두고 다투었기에 검에 대한 이야기도

경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월나라의 명검 장인인 구야자라는 사람이 칼을 만들어 월왕에게 바치자 오왕 합려는

간장이라는 장인에게 명검을 만들라고 명령을 내려 칼을 만드는데

도대체 철 즙이 흐르지 않습니다.

중국의 장인은 철을 녹이는데 철 즙도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하는데 무슨 장인입니까?

 

간장의 부인인 막야라는 여자도 명검의 장인으로 그녀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잘라

용광로에 넣으니 그제야 철 즙이 흐르고 두 자루의 명검인 간장과 막야가 탄생했는데

이를 자웅검이라고 부른답니다.

중국의 명검은 참 이상합니다.

여자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화학적으로 왜 필요할까요?

 

합려는 그 칼을 가지고 바위를 내리쳐 실험했는데 그때 갈라진 바위가 아직도

시검석이라는 이름으로 쑤저우에 있는 호구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남아있습니다.

칼이 두 토막으로 부러진 게 아니라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고요?

여러부운~ 독일제 쌍둥이 칼이 아니고 중국제 칼이 비위를 갈랐데요~~

 

그 위로 검지라고 하는 샘이 하나 있는데 오왕 합려는 그 연못에 명검 3천 자루를

숨겨 놓았다고 하며 천하의 진시황이 이곳에 와 그 명검을 찾으려고 하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줄행랑을 쳤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는데 산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까운데

혹시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도망을 간 것은 아닌가?

  

 

검을 들고 온 사자가 오자서에게 와서 "자네 알지? 폐하가 검을 하사한 이유를?" 하며

약을 올립니다.

네! 맞습니다. 명검의 의미는 자결하라는 말입니다.

"아 슬프다. 결국 파워게임에 천하의 오자서가 물 먹고 말았구나. 오나라는 필시

하의 매희나 은의 달기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멍청한 부차 녀석은 이제 끝나버렸다.

아그들아! 내가 죽거든 내 눈을 파서 오나라 동문 위에 걸어 놓아라.

내가 어떻게 오나라가 멸망하는지 죽어서도 똑똑히 쳐다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은 무덤 옆에 향 오동나무를 심어 놓아라...

오동나무가 나를 거름 삼아 무럭무럭 자라거든 그 오동나무를 잘라

바보 멍청한 녀석인 부차의 관을 만들어 사용하거라~"

오잉~ 반말에 욕까지 합니다.

오자서는 매우 슬퍼요. 그래서 웁니다.

평생을 모셔온 주군이 자결하라고 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결국 그 말을 하고 자결을 합니다.

 

이제 마지막 가는 길에 막 보기니 부차에게 굳이 존댓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자서 눈은 뭐 원격으로 조정되는 레이더입니까?

CCTV입니까? 죽어서도 보게?

 

우리는 오자서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죽기 전에 무슨 말을 못 하겠습니까?

오자서만 제거하면 월나라의 계획은 거의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백비는 이미 월나라에서 많은 뇌물을 주어 그리 걱정할 인간이 못됩니다.

내일 성질난 부차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