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6. 07:34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제나라와 노나라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나라는 안영이라는 명재상이 떠난 뒤 과거의 부유함을 이어나갈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쭉정이들만 모여서 먹고 사는 문제로 허덕거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도자란 국민들에게 행복을 파는 세일즈 맨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그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노나라는 내부적으로 서로 권력다툼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합니다. 맨날 야당 여당이 따로 모여 민초들은
안중에도 없고 장외로 나가 혼란만 초래합니다. 그들은 입으로는 민초들을 해피하게 해 주겠다고 하면서
불행하게 만드는 이상한 집단들입니다. 그러면서 녹봉은 매년 올려달라고 징징거리지요.
정치자금이라는 명분으로 거상들에게 공갈도 칩니다. 저잣거리 깡패들도 돈을 받으면 좌판을 보호해
주는데 받고나면 그만입니다. 민초들 눈물 닦아 준다고 하면서 눈물 흘리게 하며 자기 입만 닦고 있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나라 오나라는 가장 강력한 나라이옵니다. 만약 폐하께서 거병을 한다는 소문만 들어도
그들 나라들은 진귀한 보물들을 들고 앞다투어 달려와 폐하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서로 신하가 되기를
간청할 것입니다. 민초들은 대문을 활짝 열어 영웅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거병하여 북쪽의 제나라로 군사를 움직이기만 해도 중원을 바로 제패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기회이온데 무얼 망설이십니까?"
"폐하 타이거 우즈가 골프를 잘하지요? 그러나 그가 실력만 좋다고 우승하는지 아십니까? 아닙니다.
마지막 라운딩 날 그 녀석은 꼭 빨간 티 셔츠를 입고 나옵니다. 상대 선수는 그 녀석의 빨간색 티 셔츠만
보고도 벌써 기가 죽지요. 그러니 실력에 심리전이 더하니 쉽게 우승합니다. 뉴욕 양키즈가 우승을 자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놈의 줄무늬 유니폼 때문에 50%는 거저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니 오나라 깃발만 앞세우고 들어가시면 승리는 그냥 굴러 들어 옵니다."
서시의 말을 듣는 부차는 그녀의 세상보는 안목에 혀를 내두르며 재물에 욕심만 내고 있는 멍청한 대신들
을 잠시 떠올립니다.
꾀돌이 제갈량이 지금 옆에 있다한 들 서시보다 더 좋은 전략을 낼 수 있겠습니까?
천리 밖을 장막 안에 앉아서 본다는 장자방이 있다한 들 서시처럼 만리 밖을 볼 수 있겠습니까?
제갈량은 학우선을 들어야 머리가 돌아가고 장자방은 장막 안에 앉아 있어야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데
서시는 부차 옆에 이불을 덮고 누워서도 세상을 투시하고 향리랑을 거닐면서도 천하를 논합니다.
부차의 대신들은 그에게 빌붙어 아첨이나 하며 축첩과 축재에만 관심이 있지 이렇게 구체적이고 조리 있게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전략 전술에 대한 제안을 하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매일 조회를 열면 어디가 물이 좋고 어디에 가면 서비스가 좋다는 말만 수군거리고 몰려다닙니다.
백비가 이번에 벤츠 수레를 뽑았다고 오자서는 BMW 수레를 경쟁적으로 뽑고 누가 이번에 새로 미희를
애첩으로 집에 들였다고 하면 다른 녀석은 돌궐 여인을 수입해 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서시 하나만 있어도 만조백관 모두를 일시에 일괄 사표를 받아 잘라버려도 좋습니다.
서시는 이렇게 부차의 밤만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낮에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부차는 "We want nobody, nobody, but you라며 천하는 영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며 그 영웅은
바로 님이십니다."라는 서시의 말에 그만 군대를 이끌고 노나라의 국경에 이르자 노나라에서는 많은
진귀한 예물을 들고 군영을 찾아와 화친을 요청하고 스스로 제후국이 되어 함께 제나라를 치는데 일조를
하겠다고 합니다. 말이 화친이지 사실은 무르팍을 꿇은 겁니다.
부차는 서시의 말대로 오나라 깃발을 앞세우고 제나라 국경을 넘어 들어가니 제나라에서 정변이 일어나
그들의 왕인 도공을 죽여 목을 들고 오니 전쟁은 그냥 깃발만 들고 왔는데 싱겁게 끝나버립니다.
전쟁에서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며 월급쟁이에게는 일도 하지 않고 월급에 보너스까지
받는 것처럼 기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전쟁에 이겼다는 기쁜 마음보다 한 치의 차질도 없는 이런 전략을 제시한 서시가 한없이 예쁜 겁니다.
이러니 서시를 더욱 신뢰하고 모든 정사(?)를 서시 하고만 상의하게 됩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도 예쁜 서시 한 번 보고 갑시다.
멀리서 오나라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월왕 구천과 서시의 기둥서방인 범증이 바라보니 이제 때가
무르익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어느 날 부차가 조회를 마치고 서시의 침소로 들어왔을 때 얼굴에 근심이 서린 모습을 서시는 감지합니다.
그녀는 먼저 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태를 부리고 아양을 부려 스스로 말을 하게 합니다.
착지를 실수하면 예쁜 연아도 감점받는 게 푸로의 세계입니다.
드디어 고조선에서 특별히 수입한 산삼주라는 술 몇 잔을 권하니 부차가 입을 엽니다.
"오늘 조정 대신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소. 그대의 의견을 묻고 싶소, 월나라에서 문종을 보내 가뭄이 들어
쌀 만 석을 차용해 달라고 했다오.
그런데 찬반으로 갈려 언쟁만 할 뿐 도무지 답을 내지 못했소. 그대의 의견을 한 번 말해보시오."
보세요. 스스로 입을 열어 속을 다 보이잖아요.
서시는 드디어 월나라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천연덕스럽게 답을 합니다.
"폐하! 월나라는 오나라의 속국입니다. 제가 월나라 출신이 아닙니까? 제가 폐하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누구의 백성이고 누구를 섬기고 있습니까?"
"그야 월나라는 오나라를 섬기고 있으니 짐의 백성이지~"
맞습니다. 맞고요.~ 월나라의 백성이 굶어 죽는다는 말은 폐하의 백성이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만약 쌀을 보내지 않으면 월나라 백성들은 월나라 구천을 비난하기보다는 누구를 비난하겠습니까?"
부차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로 자기입니다. "오잉~ 그건 짐인데?"
"그렇습니다. 당연히 어버이의 나라이며 천하의 영웅이신 폐하를 원망할 것입니다.
설마 이런 욕을 먹고 싶으십니까? 이미 제후국들 간에 채구에서 맺은 조약에 만약 기근이 들면 서로 쌀을
보내주기로 약조하였으니 당연히 쌀을 보내어 천하에 폐하께서 몸소 실천함을 보여주어 나중에 천하를
평정할 때 다른 나라 백성 모두가 서로 앞다투어 스스로 폐하의 백성이 되기를 간절히 갈망하게 될 텐데
무얼 고민하고 망설이십니까? 그럼 '너희들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먹고살아라'라고 한다면 나중에 폐하가
천하를 평정하실 때 저들이 스스로 폐하의 백성이 되기를 원하겠습니까?"
부차가 서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서시의 입속에 천하를 손아귀에 움켜쥘 수 있는 길이 보이고
영웅의 길로 성큼 들어 선 듯합니다.
"월나라에 쌀을 보내는 일은 바로 폐하가 천하에 영웅의 길로 나아가는 첫 발자국입니다.
소첩이 생각건대 반대하는 신하들은 폐하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폐하! 지금 바로 시작하십시오. Just do it"
서시의 말을 듣고 보니 홈쇼핑의 쇼핑 마스터라는 사람들도 서시에게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서시가 시키는 데로 하기만 하면 천하가 부차의 손바닥 위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상이 자기를 영웅이라고
부르는데 무얼 망설이고 시간을 지체합니까?
서시의 명쾌한 결론에 부차도 더 이상 묻고 따질 일도 없어 "알았쪄!" 하며 바로 시행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때 서시가 한 마디 더 합니다. "폐하! 차용증은 꼬옥 받고 쌀을 보내세요. 국가 간의 거래에도 나중에
오리발 내미는 나라가 더러 있습니다, " 부차는 이렇게 완벽하게 일처리 하는 신하를 여태 못 보았습니다.
물론 반대파인 오자서는 또 감점 먹고 들어갑니다.
왜? 반대파는 부차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영웅의 길로 가는데 걸림돌이니까요.
푸 하하하하~ 서시의 말만 듣고 그대로 하기만 하면 천하가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겁니다.
천하를 얻고 영웅의 길로 나아가는 게 이렇게 쉽단 말입니까? 나 원 참!
내일도 영웅의 길로 계속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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