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이야기 2 - 저는 영원한 당신의 여자랍니다.

2009. 8. 24. 00:29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궁을 나온 범려는 서시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니? 여자의 일생이 걸린 중대한 이야기를 그러면 사전에 서시와 상의도 하지 않고

범려는 혼자 결정하고 구천에게 보고했다는 말입니까?    

만약 여러분이 서시의 입장이라면 뭐라고 말을 할까요?

아마 저라면 이렇게 답을 했을 겁니다.

"이 양반이 정신이 있는 게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아니 자기들끼리

땅따먹기 하며 싸움박질 하다가 오나라에 피박에 광박까지 쓰고

날 보고 부차의 애첩이 되어 어떻게 하라고? 웃기지 마셔요!

이제부터 내 눈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네..."

  

그러나 서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이미 서시는 "더는 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나보다도

더 가슴 아프겠지만 나라가 망해가는데 어찌 우리 사랑 타령만 하겠어요? 

비록 오왕 부차가 내 몸은 가질 수 있어도 내 영혼까지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영원한 당신인 범려의 여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기억하고 약속해주세요.

제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다는 것과 월나라가 승리하고 나면

다시 저를 당신의 여자로 받아주세요."

 

범려가 약속을 합니다. "하모 하모~ 나중에 당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내가 당신을 찾아낼 것이며 그때는 절대로 당신을 배반하지 않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리다. 내 약속하지요."

 

오왕 부차는 적이 많음을 두려워해도 여자가 많은 것은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은

특별한 사람이라 범려는 서시 말고도 정단이라는 월나라의 넘버 2도

'남자 완벽 후리기'나 '5초 만에 부차 마음 훔치는 법' 그리고 '부차 완벽 해부' 등

온갖 교육을 이수시켜 함께 세일 기간의 1 + 1 행사에서 보듯 테이프로 묶어 보냅니다.

 

서시가 오왕 앞에 나타나자 부차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최고의 감탄사인 "올레~"를 외칩니다.

지금까지 주위에 있던 모든 여자는 그냥 나무 인형에 옷감으로 둘러놓은

인형처럼 생각된 이유는 뭘까요?

네 맞습니다.

물에서 펄떡거리고 놀던 물고기도 가라앉히는 서시의 미모 때문이지요.

 

조리 보면 비에 젖은 배꽃인 듯 하고 또다시 보면 활짝 핀 목련꽃인 것도 같습니다. 

함께 온 넘버 2인 정단의 모습만 보아도 정신이 혼미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침을 꿀꺽 삼키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 같은데 넘버 원인 서시까지 함께 자리하니

오나라의 모든 대신은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꽃이 아름답다고 한들 이보다 더 예쁠쏘냐?

백옥이 맑다고 해도 이보다 맑을쏘냐...

  

 

눈은 맑고 수심에 가득 찬 사슴처럼 애잔하게 생겼고 부차를 그냥 빨아들입니다.

부차는 그냥 서시의 눈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습니다.

 

코스모스처럼 한들거리는 허리는 부차가 끌어안아 주어야만 될 것 같고

앵두 같은 입술과 옥을 조각해 심어놓은 듯한 가지런한 치아며,

춤을 추는 듯한 손짓 하나하나가 모두 부차가 그리던 그런 모습입니다.

누가 코디를 했는지 그녀가 입은 비단 옷은 복숭아꽃처럼 붉어 그녀의

투명하고 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여 주었습니다.

이는 하늘이 부차를 위하여 특별히 주문생산한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그녀의 살짝 찡그린 모습은 부차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서시빈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녀는 평소 심장병인지 위궤양인지 있어 가끔 얼굴을 찡그렸는데 그런

모습조차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플러스 요인이 되어 당시에 모든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답니다.

못생긴 사람들이 찡그리면 빈축만 삽니다.

그래서 빈축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폐하~ 소첩 인사 올립니다." 은쟁반에 구술 굴리는 소리가 어디서 들립니다.

순간 부차는 정신이 듭니다.

마치 하늘의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고 부차는 정신이 더욱 혼미해집니다.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은 마치 마이클 잭슨의 Moon Walker를 보는 듯합니다. 

영웅이 미인을 차지한다고 했던가요?

그러면 미인이 제 발로 이렇게 찾아왔다면 영웅이 아닌 겝니까?

부차는 영웅이 맞고 서시는 미인이 맞습니다.

그런데 영웅은 미인에게 금세 빠져 버렸는데 미인은

영웅을 존경하는 듯하면서 내심은 그게 아닙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서시 일행을 처소를 마련하여 들게 하고 부차와 오자서

그리고 백비만 자리에 남자 오자서가 말합니다.

"폐하 월왕 구천이 왜 하늘에서 내린 선녀와 같은 미인을 보냈는지 아십니까?"

남자들이 미인을 보는 눈은 예나 지금이나, 신하나 군주나 같습니다.

그런데 오자서는 말투가 기분이 나빠요. 무슨 일이든지 꼭 묻고 따집니다.

부차가 듣기에 오자서 이 녀석이 꼭 테스트하는듯하고 훈계하는듯합니다.

 

부차가 답합니다. "그야 짐이 구천을 살려 보내주었고 월나라는 곧 짐의 나라가 아니냐?

그들이 신하의 예로써 천하의 패자인 짐에게 아름다운 여인을 보내

짐을 기쁘게 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지..

따식이 그것도 몰라?

너는 왜 맨날 짐에게 태클만 걸고 그러니?

천하의 영웅인 짐에게 미인이 따르는 게 하늘의 이치고 세상의 순리이거늘

참새가 봉황에게 까불고 있어..."

 

오자서는 매희와 달기의 고사를 들어가며 일장 훈시를 하고 싶습니다만

더는 말을 해보아야 부정적인 마인드를 지녔다는 핀잔만 듣고 자신의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것을 알기에 그만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자서는 서시를 보는 순간 부차가 서시를 바라보는 표정을 읽고

"아~ 멀지 않은 장래에 오나라가 멸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날 만약 마지막 라운드에서 오자서가 타이거 우즈의 얼굴을 보았더라면

바람의 아들이라는 양용은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조회를 서둘러 끝내려는 부차의 마음을 읽었기에 더 시간을 끌면

미움만 더 쌓인다는 것도 알기에 나중에 한가할 때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더는 말을 참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