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내에서의 해프닝

2008. 12. 10. 00:18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리 세대는 베트남이라기 보다는 월남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나라다.

 

월남(越南)은 넘을 월, 남쪽 남을 써서 한자권 국가에서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영어로 Viet Nam의 viet의 뜻도 넘다(越)라는 의미이고 nam은 남(南)을 뜻한단다.

1010년에 지금 하노이에 탕롱(용이 하늘로 승천한다는 上龍의 베트남 발음)이라는 이름으로

수도를 Open 하였으니 이제 곧 2010년이면 도읍을 정한 지 1.000년이 되어가는 오래된 수도이다.

서울이 조선 개국과 함께 한양으로 수도를 1396년에 정하였으니 서울은 612년의 역사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롱베이는 하늘에서 용이 내려왔다는 下龍이니

이 나라도 용을 엄청 좋아하나 보다.

용이 내려오고 올라가니 너무 어지럽다.

 

베트남에서도 성스러운 동물로 취급하는 4가지 동물이 있다.

용, 학, 거북, 유니콘이다.

여행 내내 우리는 어디를 가나 이런 동물의 형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용은 힌두교에 등장하는 비쉬누 신이 타고 다니는 전용 자가용인 가루다의 밥이라는데.... 

수백 개의 호수가 있는 하노이로 지금 佳人이 날아가고 있다. 

 

여기서 잠깐...

베트남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나?

배트맨이라고 부르나?

아마 그런 것 같다.

비행기에 타면 구명조끼 입는 법을 시연하거나 비디오로 보여주는데

베트남 항공은 그런 게 없다.

정말 모두 날아다니는 배트맨들인가 보다.  

 

이륙하자마자 음료수와 맥주나 우유를 고르란다.

사과 주스를 달라고 했는데 오렌지 쥬스를 준다.

벌써부터 언어의 장벽이 느껴진다.

다시 완벽한 영어로 "애플 주스~~"라고 했다.

그래서 또 한잔을 더 마셨다.

 

잠시 후 이번에는 점심 메뉴판을 나누어 준다.

그런데 이게 뭬야!!!!

 

佳人은 아무리 보아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왜 글자 위에 지렁이는 기어 다니는 게야~~

마치 어린애들이 볼펜으로 낙서 해 놓은 것처럼.... 

 

佳人 : 무식한 티를 감추기 위해 찬찬히 들여다보며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처럼 위장 전술.....

 

그런데......

울 마누라님 : "난 새우를 곁들인 야채샐러드에 불고기 양념 떡갈비와 쌀밥을 먹을 테니

                     당신은 오리엔탈 소스를 곁들인 농어 튀김과 야채 볶음밥을 드세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새우를 곁들여?

오리엔탈 소스는 또 무슨 소리야?

 

울 마누라님이 언제 베트남 말을 이렇게 교양 있고 퍼펙트하게 이해하신대?

그럼 나 몰래 혼자 배트맨 말들을 완벽하게 공부한 게냐?

그런 게야?

그럼 이번 베트남 여행은 마누라님만 푸~욱~~ 믿고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 게야?

 

난 결혼 후 처음으로 존경과 부러움에 가득 찬 시선을 울 마누라님에게 보냈다.

여러분들도 위의 메뉴판을 보시고 이렇게 완벽한 베트남 말을 할 수 있소?

나는 죽었다 깨나도 못하우~~

 

佳人 : "으음~~ 오우 케이!

          그러지 머...."

         그래도 꼴에 남자라고 "O. K' 하며 대답을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완벽한 영어가 튀어나왔다.

O. K라는 말.....  이거 영어 맞죠?

마누라님이 하면 佳人도 한다.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 메뉴판을 덮으려고 하는데 메뉴판 맨 뒤에 한 장이 더 있다. 

그런데 그 뒷장 마지막 페이지에 아래와 같이 자랑스러운 한글로 적혀 있는 게 아닌가.....

 

마누라님~

진작 이야기나 해주지....

한글로 쓰여 있다고....

그래서 나는 이때부터 여행 내내 모든 인쇄물은 뒷장부터 읽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뒤로는 우리의 한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 내내 지렁이만 봐도 움찔하며 가슴이 철렁했다.

보라~~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글에는 지렁이가 없다. 

 

식사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놀랜 가슴을 쓸어안고 먹으니~~

 

이거 공짜죠?

베트남은 식당에서 물을 마셔도, 냅킨을 사용해도 돈을 따로 받는다면서요? 

 

식사 전에 주스 두 잔을 마셨고 식사 후 물 한 잔을 마시고 또 커피 한 잔까지 마셨더니

화장실에 가고 싶다.

그리고 하늘 높은 곳에서 보는 작은 일이 얼마나 상쾌할까?

하늘 위에다 佳人의 본능인 영역 표시를 해야지....

 

화장실 문 앞에서 이번에 난 또 졸도할 뻔했다.

또 지렁이다.

그리고 베신이란다.

끝까지 나에게 배신감을 주는 글자다.

 

이 글자는 나를 보고 "븅~~ 신"이라고 써 놓은 것만 같았다.

어떤 곳에서는 남자용 화장실에 베신 남라고도 쓰여 있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철저하게 지렁이 배신 남이 되었다.

아래 화장실 문 앞에 적혀있는 배트맨 글자가 佳人을 보고 "븅~~ 신"이라고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을 한 번 발로 툭 걷어차 버렸다. 

 

이번에는 입국 신고서를 쓰라고 종이를 나누어 준다.

아~~ 이제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구나....

 

직업?

佳人을 철저하게 망신 주려고?

그래 나는 손이 깨끗한 백수다.

그래서 깨끗하게 공란으로 남겨 놓았다.

 

숙박 장소?

그냥 무작정 떠나는 사람이 무슨 호텔?

노숙이라고 쓰나....

그런데 이런 것은 왜 쓰라고 그러나...

돈 없는 백수는 그냥 무료로 재워 주려고?

그것도 아니잖아~~~

Noh Sook hotel..... 됐어요?

지들이 알게 뭐람.... 

 

밥 먹고 나니 모두 잠에 빠져 든다.

佳人은 난생처음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라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는다.

아~~ 눈 뜨고 걱정하는 놈은 나 밖에 없구나. 

 

자리가 1/3은 비었다.

여행 첫째 날부터 혼자 걱정만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님이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끝나니....라는 심정을 이제는 이해할 것만 같다.

 

모두 잠든 지금 왜 나만 잠을 못 자는 건가....

佳人은 좌석에 혼자 앉아 메뉴판 손에 들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코 고는 소리는 남의 애를 끝나니....

 

여행 출발부터 여러분들도 걱정이 되지요?

佳人은 미치고 환장하겠구먼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정말 중요한 것은 제일 뒷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