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인의 성(3)
-
역사는 안개 속에 묻어버리고...
지나간 일이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아름답게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가요? 그러면 여기처럼 늘 구름에 가리고 안개에 휩싸이면 어떻게 됩니까? 역사도 신화도 아닌 현실인가요? 여기는 자주 운무가 끼기에 맑은 날의 풍경이 그립습니다. 더군다나 평생 한 번 찾아온 우리 같은 여행객은 맑은 날이 더 그립습니다. 1147년 아폰수 엔히케스가 무어인이 장악하고 있던 이곳을 공략해 함락한 후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했다 합니다. 이런 지역을 두고 공방전이 벌어졌다는 의미는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는 말이잖아요. 그렇기에 무어인의 귀신이 이곳에 무척 많을 겁니다. 고향을 등지고 이곳에 와 죽었으니 구천을 떠돌지 않겠어요? 지금 보아도 아주 험한 곳이 아닌가요? 왜 방치했겠어요? 귀찮아서였을 겁니다. 여기 산 위..
2015.04.17 -
무어 성 망루에 올라 상상의 날개를 폅니다.
무어 성은 신트라 시내에서 뒤로 보이는 산 중턱에 있습니다. 더 높은 곳에는 페냐 궁전이 있고요.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행궁도 아니고 왜 이 높은 곳에 성벽을 쌓고 그 안에 궁전을 지었을까요? 오늘은 무어 성 망루에 올라 두리번거립니다. 성벽이란 대부분 도시 방어의 의미가 있고 그 외에는 만리장성처럼 이민족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넓은 지역을 길게 쌓는 게 보통 아닌가요? 그러나 여기는 높은 산 중턱에 성벽을 삼중으로 쌓고 그 안에 궁을 만들어 생활했네요. 이 또한 외침에 방어를 위한 산성의 의미겠지요? 우리나라 남한산성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성을 쌓은 민족은 모두 외부로부터 흘러들어온 이민족인데 누가 누구로부터 방어를 위해 쌓았단 말입니까? 그러니 굴러온 돌이 원래 박혀있던 돌을 막겠다고?..
2015.04.16 -
호카 곶에서 신트라 무어 성으로
여기 땅끝에는 그냥 십자가 탑이 하나 우뚝 서 있습니다. 그 탑에는 포르투갈 민족시인이라는 카이몽스의 시구 하나 적혀있고 정확한 경도와 위도를 표시했고 십자가는 이 땅을 떠나 수없이 대서양을 향해 모험을 떠난 뱃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모습으로 생각되었고 또한, 포르투갈을 안전하게 지켜달라는 염원의 표시는 아닐까요? 나무조차 자라기 힘든 강한 바람이 늘 불기에 여기는 풀만 자라고 이름 모를 꽃이 살포시 피어있습니다. 대항해 시대를 맞이해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의 후원으로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 새로운 신천지를 발견하고 수많은 재물을 가져와 스페인의 부흥을 이끌기 전에 사실은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의 주도 아래 이미 아프리카에 진출했고 그 후 바스쿠 다 가마와 마젤란 등 걸출한 탐험가가 포르투갈..
201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