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사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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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 미운 사람,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해 숙소를 정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곳 중 우리가 찾아간 알베르게에 지난밤 옆자리에 누워 혼자만 열심히 코를 골며 자다가 아침에 바람처럼 사라진 바로 그 독일산 증기기관차가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부인과 함께 막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식겁했습니다. 지난밤의 악몽이 생각나 눈인사만 하고 얼른 돌아서 나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 佳人 고객님 정말 많이 당황했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사설 알베르게로 1인당 10유로에 방을 구하고 땀을 흘렸기에 빨래와 샤워까지 마치고 마을 구경을 합니다. 이렇게 일찍 새벽부터 걷고 다른 여행자보다 먼저 까미노를 마치고 난 후 샤워에 빨래까지 끝내면 마치 밀린 숙제를 모두 마친 개운한 기분이..
2015.02.06 -
꽃길 자갈길 그리고 까미노 길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흔히 여행길에 비유하곤 합니다. 인생의 길이나 여행의 길이나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앞으로 펼쳐질 모습이나 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 무척 많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모두 다 알고 간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잖아요? 그저 그렇고 그런 길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 좋고 자갈길보다는 꽃길이 좋습니다. 지천으로 펼쳐진 꽃길을 걷는다면 피로도 덜하고 기분마저 상쾌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佳人처럼 대부분 많은 사람은 앞으로 펼쳐진 자신의 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게 그렇게 현실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바라고 원합니다. ..
2015.02.05 -
까미노에서의 행복한 순간 그리고 긴 공포
어제 이야기는 곤사르의 공립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한 이야기였습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저렴한 대신 이불이 없기에 미리 침낭을 준비해오셔야 합니다. 모든 공립 알베르게가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베드 버그라고 하는 벼룩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까미노를 생각하시는 분은 미리 대비하셔야 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까미노가 행복한 길이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요? 우리는 그런 환상을 지니고 이 길을 걷지만, 까미노는 현실입니다. 다양한 나라의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에 즐겁고 재미있는 일도 많지만, 힘든 일도 많이 생깁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도 있게 마련입니다. 어제저녁에 우리가 가장 먼저 숙소를 정하는 바람에 제일 안쪽 ..
2015.02.03 -
포르트마린을 지나 까미노는 계속되고...
까미노 길을 걷다 보면 500m마다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표식이죠.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거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방향만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나 가리비는 수시로 나타나고요. 컥!!! 이 녀석은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주 자빠져버렸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좌절이라도 했답니까? 마치 佳人의 젊은 시절 한때 방황하며 지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정표란 우리처럼 다른 나라 낯선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서도 이런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이런 도움을 받는다는 일이 불가능하지요. 내가 처음 가는 길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살아가는 길에서도 지침이..
2015.02.02 -
까미노 두 번째 날 곤사르를 향하여
이제 우리의 까미노 이틀째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까미노의 리허설이었다면 오늘은 본 게임이네요. 오늘은 페레이로스에서 곤사르까지 약 16km를 걸었던 이야기입니다. 지난밤은 10월 초순인데도 무척 추웠습니다. 방에 있는 옷장 속에 두꺼운 밍크 담요가 있어 두 개나 덮고 잤습니다. 지금까지는 밤이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북으로 많이 올라왔나 봅니다. 2014년 10월 4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갈리시아 지방은 지금 10월부터 우기에 접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부터는 늘 비가 자주 뿌리고 밤에는 무척 춥다고 합니다. 사실, 낮에는 걷느라고 더웠습니다. 아침 7시 반은 이곳에서는 아직 캄캄한 새벽입니다. 이제 두 번째 날을 걷기 위해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새벽부터 서두르는 이유가 오늘 걸어야 할..
201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