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옴보 신전을 나서며...

2023. 9. 1. 03:00이집트여행

이곳 기둥에는 아직 채색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지붕에도 색이 남아있는데 이는 이 지역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처음 지었을 때를 상상해 보면 대단히 화려하고 아름다웠을 듯합니다.

 

위의 구조물은 바로 악어 목욕탕이라고 합니다.

인간세상 어여쁘게 봐달라고 악어를 위한 신전은 물론, 목욕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집트인들은 악어에게도 진심이었나 봅니다.

 

이 신전의 주인공 중 하나인 소베크 신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머리에 오시리스 신이 쓰는 왕관을 쓰고 손에는 앙크(ankh)와 힘의 상징이라는 막대기를 든 모습입니다.

양각으로 만든 부조가 아주 품질이 좋아 보입니다.

 

호루스 신과 따오기 신인 토트로부터 앙크물로 세례라도 받고 있는 모습인가요?

이렇게 신들의 축복과 찬양 속에 살았으니 파라오는 정말 행복했지 싶습니다.

따오기 얼굴을 한 지혜의 신 토트와 용맹의 상징인 매의 얼굴 호루스는 파라오의 치어리더일까요?

호루스 뒤로는 강의 지배자인 악어머리의 세베크도 응원하고 있네요.

 

왼쪽에 하늘의 지배자 호루스와 반대편에 나일강의 지배자 세베크의 모습이고 뒤로는 이시스 여신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려운 자세인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콤옴보 신전의 주인으로 오늘 입장 수입을 얼마로 나눌 것인가 상담 중인가요?

 

네헵카우라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모습을 한 신입니다.

네헵카우가 양손에 든 지팡이마저도 뱀이네요.

저승의 이구를 지키는 신으로 영혼이라는 카와 바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파라오가 죽으면

그의 영혼을 보호하고 태양신 라가 저승을 여행하는 동안 함께 하는 신이랍니다.

 

태양선을 타고 있는 신은 케르티(Kherty)라는 신으로 숫양 머리를 한 신입니다.

땅의 신이며 저승사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신으로 죽은 자들의 마지막 여행에서

태양선을 조정하는 뱃사공 역할을 하는 신이랍니다.

위의 사진 중 윗단 탁자에 보면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독사가 보이는데 이를 아펩(Apep)이라고 하며

그리스어로는 아포피스(Apophis)라고 부른다는데 늘 태양신 라와 싸우는 악의 축이라지요.

 

앞에는 호루스가 있고 뒤로는 지혜의 신 따오기 모습의 토트 신으로 보입니다.

가운데 서 있는 파라오에게 성수를 뿌려주고 있는 모습인데 성수로 표현한 것은 그 유명한 앙크입니다.

파라오는 이렇게 앞뒤로 생명의 상징인 앙크로 신의 은총을 받고 있으니 세상에 거칠 게 없지 싶습니다.

 

위의 사진은 오른쪽의 호루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앞에서는 이시스 신이 뒤로는 하토르 여신이

파라오의 앞날에 축복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신은 둘 모두 왕관을 썼지만, 여신을 그릴 때는 언제나 가슴 하나를 드러내 보이고 배꼽도 강조하기에...

 

오늘 구경하고 있는 신전은 나일강의 지배자 악어 신이라는 소베크와 하늘의 지배자인 매의 신

호루스를 모신 신전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왼쪽의 호루스와 오른쪽에는 소베크가 아닌 따오기 얼굴을 한 지혜의 신 토트가

파라오에게 생명을 상징하는 앙크를 뿌려주며 축복을 내리는 장면입니다.

 

상태가 좋은 부조는 아마도 모래 속에 묻혀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한때 이곳도 기독교인 콥트교도들이 머물며 교회로 사용했다고 하니 많이 훼손된 모습을 볼 수 있더라고요.

가끔 부조의 얼굴이 깨진 것도 자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지 싶습니다.

 

이집트와 로마가 쇠퇴하자 인근 주민들이 자신의 건물들을 짓기 위해 석재들을

떼어가기 시작했고 세월이 흐르며 모래가 쌓이기 시작해 다른 신전에 비하면 많이 훼손된 모습이네요.

그나마 1893년에 대대적인 발굴 작업으로 쌓여있던 모래를 치울 수 있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네요.

 

콤옴보 신전은 복원은 했지만, 다른 신전에 비해 많이 훼손된 모습입니다.

그나마 제대로 남은 건물은 성소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운 다열주홀 밖에는 없습니다.

성소 자체는 거의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다열주홀의 기둥머리에 남은 파피루스 꽃봉오리 조각은 멋지네요.

이런 조각은 그리스로 또 로마로 넘어가며 도리아식 양식이나 이오니아식 또는 코린트식 양식으로

다양하게 변했지 싶습니다.

 

벽에 새긴 부조 대부분은 이 신전을 건축했던 파라오들이 신들에게 공양하고

은총을 받는 철저하게 계산된 기부 앤드 테이크의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신전을 건축한 왕조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아니라 프톨레마이오스라는

그리스계의 이민족 사람들이지요.

 

비록 이집트인들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도

이렇게 이집트의 토속 신화 속의 신들을 열심히 모시며 공양했지 싶습니다.

 

어디 이들뿐인가요?

로마제국이 이곳을 접수하고 황제가 직접 찾아와 이집트 신들에게 신전도 짓고

알지도 못했던 신들을 정성껏 모신 일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세상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도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 것이 되나 봅니다.

이제 콤옴보 신전을 나와 악어 박물관으로 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들은 알렉산드로스를 따라 이집트 정벌에 참전했던 장군이라는데 알렉산로스 대왕이 죽은 후

그냥 이곳에 남아 둥지를 틀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 이민족이며 그 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곳의 지배자가 되었던 로마제국의 황제들인데 이들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는 무슨 연관이 있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도 신들을 모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