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찾아본 만휴정(晩休亭)

2023. 3. 29. 04:00금수강산 대한민국/경상북도

만휴정(晩休亭)은 1년 전 겨울철에 한 번 다녀간 곳입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계절에 안동을 거쳐 경주로 가는 길에 만휴정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네요.

그래서 이번에도 잠시 차를 세우고 들렀다 갑니다.

 

자연과 벗이 되고 하나가 된 듯한 이곳 만휴정.

이곳에서 살면 세상의 근심 걱정 모두 잊을 듯합니다.

정말 기가막힌 곳에 정자를 꾸며 지냈나 봅니다.

 

작지만, 마음 속에 남는 그런 정자입니다.

그렇기에 미스터션샤인이라는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었지 싶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의병대장역을 맡은 황은산의 거처로 나온 곳이지요.

 

이곳에서 도자기를 굽고 이병헌이 열연했던 유진 초이가 어린 시절 이곳으로 도망 와

황은산의 도움으로 도자기 담는 바구니 안에 숨어 후에 미국으로 탈출했던 곳이지요.

후일 성인이 된 유진 초이가 애기씨와의 은근한 러브를 나누던 그런 장소로도 자주 나왔고요.

 

만휴정은 그런 사연이 없더라도 정말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있더군요.

만휴정의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크지 않은 건물입니다.

만휴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나이가 들어 세상 일에서 물러나 쉴 정자라는 의미겠지요?

 

만휴정이라는 이름은 이돈우(李敦禹)가 지었다는"무진년 여름 선생이 조상의 시호를 계승할 때 김맹실,

김사행, 유계호와 더불어 차운하다. (歲戊辰夏先生延諡時與金孟實金士行柳季好謹次板上韻)”라고

하는 시에 “관직을 그만두고 저녁에 물러나 앉았다(休官晩退坐).”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만(晩)’과 ‘휴(休)’를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는군요.

 

만휴정 앞으로는 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흐르기에 만휴정은 정자도 아담하지만,

바로 앞에 아름다운 폭포, 가마소가 형성되어 있고 넓은 암반 위를 흐르는 자연계류 등은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룸으로써 원림적인 요소가 뛰어난 곳이더군요.

 

만휴정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태로운 외나무다리를 건너야만 합니다.

이 다리는 마치 피안(彼岸)의 세상으로 건너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봄이라 벚꽃이 피어 한층 아름다움을 배가시키지만, 벚나무가 두 그루만 있기에

봄이라도 만휴정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만휴정(晩休亭)은 원래 쌍청헌(雙淸軒)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그렇기에 위의 사진에 보듯이 지금도 정자 안에 만휴정과 쌍청헌이라는 현판이 함께 걸려있습니다.

벚꽃 두 그루만 있어 오히려 더 소박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만휴정은 조선시대의 문신인 김계행(金係行)이 노년에 고향인 안동 풍산을 떠나 독서와 사색을 위해

이곳으로 옮겨와 손수 지은 별서로서, 폭포, 계류, 산림경관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김계행의 자는 취사(取斯), 호는 보백당(寶白堂)으로 알려진 분이시라고 하네요.

보백당이라는 호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가 젊은 시절 읊었던 시 구절 가운데 집에 보물은 없지만,

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청렴과 결백이라는 말에서 따온 호라고 하네요.

 

그의 생각을 바로 만휴정 앞을 흐르는 계곡 바위에 새겨두었습니다.

마음으로만 새기지 않고 바위에도 새겨 두었네요.

주변 환경이 만휴정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만휴정 정자에서 바라보이는 계곡의 깨끗한 바위와 보백당이 말년에 쉬는 정자와 산수의 경치라는 의미의

“보백당만휴정천석”이라고 쓴 암각이 있어 청렴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문으로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가훈 등은 김계행의 청백리 사상을

시대적 교훈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혹시 이 부근을 지나는 길이 있다면 잠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조건 들렀다가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 봄이지만, 그래도 벚꽃이 반겨주어 더 보기가 좋습니다.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만휴정의 위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