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라피토 기법을 구경할 수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 성

2021. 11. 17. 04:19독일·오스트리아 2018/체스키크룸로프

오늘은 벽을 장식하는 재미있는 표현기법을 구경합니다.

흐라테크 탑 구경을 마치고 곰 해자 다리를 건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사합원처럼 만든 중정이 나타납니다.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벽면을 장식한 무늬가 어떻게 보이시나요?

 

마치 벽돌을 쌓은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돌을 쌓은 게 아니라 외벽에 일종의 눈속임으로 장식한

표현 기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중정을 둘러싼 건물에는 스그라피토 기법을 이용해 만든 멋진 그림도 보입니다.

 

위의 사진 속의 무늬가 바로 그런 기법이라고 하네요.

평범한 벽에 벽감을 만들어 조각상처럼 보이게도 했고 가짜 문도 만들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마치 눈속임이나 하는 듯 벽을 장식했군요.

 

이런 방법은 그냥 밋밋한 벽에 다른 색의 회벽을 두 겹이나 세 겹으로 바른 뒤 굳어지기 전에

긁어내는 방법으로 일종의 눈속임과 같은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는 프랑스의 트롱프뢰유 기법과도 유사한 방법이라 하네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보는 사람의 눈속임과 같이 대단한 문양이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지요.

이런 기법이 발달하게 된 연유는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게 되자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임금이 올라가게 되었다네요.

 

그때까지 활발했던 바로크 양식의 건축보다는 인건비가 적게 드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그냥 이중으로 바른 단순한 벽에 표면이 마르기 전에 칼 같은 도구를 이용해

표면을 긁어내기만 하면 되는 이 방법이 이용되었을 겁니다.

 

예술을 표현하는 기법도 이렇게 경제적으로 빈궁한 시기에 돈을 아끼기 위해 생긴 기법도 있네요.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원래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기법이라고 하는데 유독 이곳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많이 볼 수 있네요.

건축에서도 많은 돈이 드는 다른 양식의 건물보다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장식할 수 있는

기법으로 우리나라에서 도자기 만들 때 사용했던 상감기법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웬 공룡 알이 여기 있나요?

여기에 선사시대부터 고성이 있었나요?

 

공룡 알이 아니고 포탄이었네요.

그런데 터지지도 않을 돌을 대포에 넣고 쏜다고 얼마나 적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적에게 공포감은 줄 수 있겠지만, 크게 위협은 되지 못했을 듯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곳은 외침이 없었던 마을이라 합니다.

이곳의 적은 외침이 아니라 화재와 블타바 강의 범람으로 인한 수재 외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제법 예전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나 봅니다.

 

고성 안으로 여러 개의 중정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니 문 위 양쪽으로 문장이 두 개 보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문장은 보헤미아 지방의 전통 문장으로 독수리와 꼬리 둘 달린 사자가 보입니다.

왼쪽은 장미잎이 다섯 개가 보이니 아마도 이 성의 주인이었던 로젬부르크 가문의

문장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문이나 지역을 상징하는 문장은 유럽에서는 필수였나 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극장 하나가 있습니다.

워낙 많은 방이 있는 궁전이니까 그런 것 하나쯤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그런데 이 극장 안에는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예전 이 마을에는 에브리나라는 예쁜 처녀가 살았답니다.

그녀는 예쁜 미모 때문에 바로 이 극장의 배우로 일했다고 하네요.

 

그녀는 배우로 일하면서 늘 상대역으로 나오는 남자 배우 데이비드를 짝사랑했나 봅니다.

사랑 중에 제일 가슴 아픈 짝사랑 말입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용기를 내어 데이비드에게 사랑 고백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 고백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데이비드는 이미 다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네요.

데이비드는 그녀의 사랑 고백을 들어줄 수 없어 결국, 그녀의 고백은 물거품이 되고...

그녀는 데이비드와 마지막 공연을 하고 무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살하며 흘린 핏자국이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있더란 말입니다.

데이비드가 지금이라도 그녀의 고백을 받아준다면 그때야 핏자국이 깨끗하게 닦아지려나요?

세상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도 그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남아있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래된 고성에 이런 이야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겠죠?

원래 그런 사연이 있었는지 아니면, 누군가 침소봉대해 만든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이곳도 다른 곳처럼 상투적인 그런 이야기가 남아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