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카를 데오도르 다리(Carl-Theodor-Brücke)

2021. 6. 11. 03:25독일·오스트리아 2018/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을 걷다가 오래된 다리가 바로 아래 보이면 더는 걸을 필요가 없습니다.

더 걸어 정말 철학자가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더 걷겠지만요.

혹시 누가 압니까?

 

철학자가 되고 싶으신 분은 조금 더 걸어보세요.

우리는 힘이 들어 이제 구시가지 방향으로 내려가야겠습니다.

우리는 오후 내내 저기 구시가지와 고성으로 올라가며 구경해야 하기에

이만 걷고 내려갑니다.

바로 그 지점에 위의 사진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 입구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슈랑엔 베그(Schlangen weg)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Schlangen weg는 영어로 Snakes way라고 하네요.

뱀의 길이라는 의미인데 뱀이 항상 우글거리는 뱀 조심 길일까요?

여기부터 다리까지는 300m, 구시가지까지는 900m, 그리고 고성까지는 1800m인가 봅니다.

 

그러나 바짝 긴장하며 걸어 내려가다 보니 왜 징그러운 뱀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여두었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좁은 골목길이 이어집니다.

이 모습이 마치 뱀처럼 구불거린다고 해서 정한 모양입니다.

 

이곳에서 보았던 안내판입니다.

아마도 Merian이라는 사람이 1620년대 하이델베르크의 모습을 철학자의 길에서 그린

모습으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강의 북쪽이니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는 강남이 분명합니다.

그때와 다른 점은 다리에 지붕이 있었고 북쪽에도 첨탑이 하나 보인다는 점이네요.

 

뱀의 길을 내려오다 중간에서 보았던 모습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철학자의 길을 걷는 내내 위치만 바뀌며 하이델베르크 전경을

모두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이 모습에 취하지 않고 사색만 하고 걸었다면 분명 佳人도 철학자가 되었을 텐데...

 

뱀의 길(Schlangen weg)을 따라 내려오면 바로 앞에 오래된 다리라는

카를 데오도르 다리(Carl-Theodor-Brücke)와 바로 연결이 됩니다.

이런 다리 이름을 정한 이유는 1788년 이 다리를 만든 때 선제후 카를 데오도르가

이 지역을 통치했기에 그렇게 부른다는데 그래서 그냥 옛 다리(Old Bridge)라고도 부른다지요.

 

다리의 길이가 약 200m이고 폭은 7m 정도라고 하네요.

다리 위에는 돌로 만든 두 개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뱀의 길에서 구시가지로 진입하려면 처음 만나는 석상이

신화 속의 인물인 미네르바 석상입니다.

 

로마에서는 미네르바지만, 원래 그리스에서는 전쟁의 신이라는 아테나라고 불렀다지요?

이 동상은 1790년에 다리 위에 세웠다고 합니다.

석상 아래로 보이는 인물상은 정의(Iustitia), 경건(Pietas), 농업(Ceres)

그리고 상업(Mercurius)을 의미하는 신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그다음 구시가지 가까이 다가가면 또 하나의 석상이 있네요.

이 석상은 바로 이 다리를 지으라고 했던 카를 데오도르의 동상입니다. 

방금 보고 왔던 미네르바 석상보다 2년 이른 1788년에 세웠다고 합니다.

석상 아래 보이는 네 개의 인물 조각은 네 개의 강을 지키는 신을 의인화했다고 합니다.

 

아테나가 아무리 전쟁의 신이라지만, 힘에서는 당시 이 지방의 실력자였던

선제후 대주교에는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유럽에서는 아테나가 아니라 미네르바인가요?

미네르바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수호여신으로 모신다고 하네요

그의 방패에 새겨진 얼굴은 바로 쳐다만 보아도 돌로 변한다고 하는 메두사의 얼굴입니다.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면 네카어 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지고 고개를 들어

언덕 위를 바라보면 하이델베르크 고성의 모습이 우리를 유혹하지요.

이곳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디를 보나 아름답습니다.

 

철학자의 길로 갈 수 있고 하이델베르크 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최고의 뷰 포인트며 포토 포인트가 되지요.

낮보다는 밤의 모습도 좋은 곳입니다.

고성은 네카어 강변으로부터 100여 m 높이에 있네요.

 

이 다리는 처음에는 로마가 이곳을 지배했을 때 나무로 만들었으나 그동안 여러 차례

폭우나 유빙으로 허물어지고 다시 복구하기를 거듭한 결과 지금의 튼튼한 돌다리로 만든 것이

1788년 아홉 번째로 만들었을 때라고 합니다.

다리 자체로 볼 때는 아름답거나 하는 특별한 것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오래된 평범해 보이는 다리입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에는 1788년에 세운 28m 높이의

쌍둥이 탑이 있는 문(Brückentor)입니다.

카를 데오도르가 만들었기에 카를 문이라고도 부르고요.

그런데 우리에게 보여주기 싫은지 안타깝게도 가리개로 가려두었습니다.

 

그러나 보수 중으로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모습이 궁금해 위키피디아에서 잠시 빌려왔습니다.

이 다리 문은 원래 구시가지 성벽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리고 외부에서 이곳으로 오는 다른 지방의 사람에게는 통행료를 걷던 곳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걷은 수익금으로 아까 우리가 철학자의 길로 가기 위해 건넜던

데오도르 호이스 대교를 짓는 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다리가 완공된 후 1778년부터는 통행료를 폐지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