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을 걸어 볼까요?

2021. 6. 9. 03:55독일·오스트리아 2018/하이델베르크

멋진 아치형 무지개다리가 보입니다.

저 다리는 카를 데오도르 다리(Carl-Theodor-Brücke)인데

그냥 옛 다리(Alte Brücke)라고도 부른다네요.

하이델베르크로 드나들 수 있는 제일 오래된 다리라고 합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북에서 하이델베르크로 접근하려면 저 다리 하나만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다리를 건설하고 문을 설치하고 통행세를 걷어 지금 우리가 서서 바라보고 있는

이곳 테오도르 호이스 다리(Theodor-Heuss-Brücke)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네카어 강은 이렇게 하이델베르크를 동에서 서로 흘러가다가 북서로 방향을 바꾸며

만하임을 지나서 라인강과 합류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하이델베르크 고성과 구시가지는 네카어 강 남쪽에 있으니 강남이네요.

이곳의 공식 명칭이 하이델베르크 암 네카어(Heidelberg am Neckar)니 네카어 강 변에 있는

하이델베르크라는 의미로 독일에서는 지명을 주변의 강이나

언덕을 붙여 함께 짓는 게 일반적인가 봅니다.

우리는 일단 숙소를 나와 처음 목표를 철학자의 길

(Philosophenweg : Philosophers' Walk)로 정했습니다.

왜?

워낙 머리에 든 게 없으니 조금은 있어 보이게 하려고요.

 

다리를 막 건너 조금 더 가니 철학자의 길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며 머리를 채운 게 부족하면 이런 힘든 언덕을 오르며

길이라도 걸어보며 채워야 하지 않겠어요?

철학자의 길이라고 걷는 사람 모두를 철학자로 만들어 주지는 않겠지만요.

 

그런데 보리 한 줌 쥐고 살아온 佳人의 손에 쌀 한 가마를 쥐여준들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작은 곳간만 짓고 살아온 佳人에 곳간보다 더 큰 무엇을 준다 한들 채울 수 있겠습니까.

세상일이란 모두 그릇이 있는데 의욕만으로는 쉽지 않겠지요?

 

철학자의 길 처음 입구는 위의 사진처럼 일반인이 사는 동네 골목길로 접어 들어가야 하네요.

이미 이곳에 사는 주민은 모두 득도의 경지에 올랐겠지요?

그러나 입구에도 표지판을 붙여두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겠네요.

 

철학자의 길은 구시가지에서 네카어 강을 가로지르는 테오도르 호이스 다리

(Theodor-Heuss-Brücke)를 건너 강 건너편 하일리겐 산(Heiligenberg) 중턱에 만든 길입니다.

숙소에서 준 지도를 들고 찾아가는 중입니다.

 

잠시 오르막을 오르자 앞에 차단기가 보입니다.

혹시 우리 같이 철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은 출입을 금지하는 의미일까요?

마을이 끝나고 더는 차는 오르지 못하게 막아두어

오롯이 철학자의 길을 걷는 사람만을 위한 조처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에도 철학자의 길이 있다고 하지만, 그곳은 이곳을 베낀 곳으로 이곳이 오리지널이 아닌가요?

 

세상에는 참 많은 길이 있지요.

특히 걷기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올레길이 생기게 되며 우리나라는

지자체마다 둘레길을 만들었지만, 그러나 어느 길도 원래 오리지널이었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까미노가 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네카어 강은 길이가 약 367km로 라인강의 지류라고 합니다.

하이델베르크를 지나며 잠시 후 만하임이라는 도시에서 라인강에 합류하더라고요.

우리도 아는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가가 이 강에서 보트를 탄 경험을 바탕으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작품을 썼다지요.

 

이 길은 헤겔이나 하이데거, 야스퍼스 등이 자주 걸었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철학자가 걸었다는 말이군요?

그들은 이 길을 걸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많은 영감을 얻었겠지만,

우리는 그냥 경치에 빠져 두리번거리기만 합니다.

아!!! 이곳 길가에 만든 작은 쉼터의 벤치에 앉아 제대로 헤겔과 대화를 하는 젊은이도 보입니다.

 

그들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으니 복잡한 시내보다는 이런 한가한 길에서

산책을 즐겼겠지만, 바쁜 우리까지 굳이 없는 시간 쪼개어 걷다니...

뭐... 철학자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되지 못하지만,

덕분에 좋은 풍경 구경을 했으니 만족한 산행이었습니다.

철학자의 길은 바로 하이델베르크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아주 멋진 길입니다.

 

제법 올랐나 봅니다.

오른쪽으로 하이델베르크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가까이 당겨보니 건너편 산 중턱에 고성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전쟁 중에서도

폭격을 피했다는 성령교회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이 길을 걷고 나면 우리도 철학자가 되거나 비슷하게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입니다.

저기 오는 철학자 같은 노부부를 보니 개를 끌고 오는데 개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개가 걷는 걸음걸이도 그렇고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 개는 벌써 득도의 경지에 올랐나 혼자 고독한 눈길로 땅을 내려다보며

세상을 달관한 걸음걸이로 걷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일까? 고민하며 걷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까?

저 개도 분명 철학견이 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득도의 경지 입구까지 가지 않았을까요?

개는 사람에 비해 지능이 조금 떨어지니 한 번 걸어서는 안 되고 여러 번 걷는다면

분명 득도의 경지에 오르지 싶습니다.

 

이 길만 걸어도 철학자가 된다면 세상에 철학자 천지일 텐데 그것도 문제가 아니겠어요?

위의 사진처럼 하이델베르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이 길은 정말 꼭 걸어보아야겠네요.

사실, 이곳 하이델베르크를 기점으로 두고 주변의 많은 아름다운 작은 마을을 구경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 1박만 하고 이곳만 보고는 바람처럼 이동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많다면,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 분명합니다.

위의 사진은 오래전에 그린 하이델베르크 전경인데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하이델베르크는 대학 도시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겠지요?

 

바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다리와 구시가지 그리고 고성 모두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가요?

이 모습이 독일의 작가 빌헬름 마이어 푀르스터의 희곡에서 그린

알트 하이델베르크(Alt-Heidelberg)의 모습이지 싶습니다.

그래요.

바로 이 모습이지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뿐 아니라 하이델베르크는 그런 낭만적인 내용 때문에 낭만의 도시로

젊은이들에게도 독일에서는 꼭 들러야 할 도시로 기억되고요.

그런데 젊지도 낭만도 알지 못하는 우리는 왜?

우리야 이번 여행의 물주인 젊은 아들이 하이델베르크를 가겠다고

원했기에 그냥 따라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