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어 원형극장(Trier Amphitheater)과 포도밭

2021. 4. 26. 03:00독일·오스트리아 2018/트리어

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시각이 되었습니다.

언덕 위에 올라 바라보니 전원 속의 마을이 정겹게 보이네요.

지금 우리는 트리어 시외를 바라보며 언덕에 올라 포도밭 사이를 걷는 중입니다.

 

황제 목욕탕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로마의 상징과도 같은 원형 극장(Trier Amphitheater)이

보이는데 암피(Amphi)라는 말이 그리스어로 사방팔방이라는 의미니 원형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러나 극장이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극장과는 조금은

차이가 느껴지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원형 극장보다는 오히려 원형 검투장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장이라는 말은 우리는 공연장을 의미가 강한데 로마 원형 극장은

주로 검투장으로 많이 사용되었을 테니까요.

1세기 후반에 만든 것으로 수용 인원이 2만 명 정도의 규모라고 하니

얼마나 큰지 대강 짐작이 가시지요?

사실 이 정도의 원형 극장이라면 로마의 시설로는 그리 큰 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안으로는 시간을 정해놓고 가이드 투어로만 들어간다고 하니...

내부는 그냥 그렇고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은 언어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슬며시 외면합니다.

 

입구에 붙여 놓은 위의 사진을 통해 보니 원형 검투장 자체도 크게 구미가 당기는 곳도 아니네요.

스탠드 시설은 모두 사라지고 그냥 잔디만 보입니다.

타원형 운동장만 덩그라니 보이네요.

 

이미 우리는 이런 시설을 여기보다 더 완벽한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이곳과 비슷한 스페인의

작은 로마라는 메리다 등 다른 지역 여행을 하며 많이 보았기에 그냥 통과하려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은 메리다에서 보았던 원형 검투장입니다.

 

로마 원형 극장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공연을 하는 극장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보았던

검투사 그러니 글래디에이터들이 생사를 걸고 싸우는 원형 경기장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상대가 같은 검투사일 수도 있고 사나운 맹수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여기도 로마의 황제가 머물렀던 갈리아 제국의 수도였고 또 오래도록 로마의 지배 아래

있었던 곳이라 구색 갖추기가 아닌 진정한 로마의 모든 문화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 트리어였네요.

 

원형 검투장에서 옆으로 올려다보면 언덕이 있고 언덕 위로는 포도밭이 보입니다.
그러면 앞에 보이는 포도밭에 올라가 

그곳이나 거닐다가 돌아가렵니다.

그곳에서 혹시 원형 경기장을 내려다볼까 생각합니다.

 

함께 포도밭이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갈까요?

여행이라는 게 어디 정답이 있습니까?

그냥 발길 내키는 대로 걷는 것이지요.

때로는 그냥 이런 언덕길을 산책하는 일도 좋지 싶습니다.

이렇게 로마 유적을 구경하러 왔다가 생뚱맞게 앞에 보이는 언덕이나 올라가

포도밭 사이로 산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원래 우리 부부의 여행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여행기를 쓰다가 갑자기 웬 포도밭이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올라와 보니 이런 멋진 전원 풍경도

구경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트리어는 포도주가 대단히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아주 오래되었고요.

 

뷰 포인트(Petrisberg Viewpoint)에 올랐습니다.

주변에 많은 포도밭이 보입니다.

이곳이 그 유명한 와인 산지라고 합니다.

이곳의 포도 역사를 알리는 광고판도 보입니다.

헉!!! 트리어의 포도주 역사가 2천 년이나 되었다고요?

오른쪽의 인물은 술의 신 바쿠스의 모습이고 왼쪽은 로마의 와인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수켈루스 신이 보증한다고 하네요.

트리어는 독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고 우리가 올라온 이곳의

포도밭 길이만도 1.500여 m라고 하니...

예전에 와인을 짜던 기계도 보입니다.

또 이 포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바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가는 까미노일까요?

야고보를 따라 그냥 지팡이 하나와 가리비 조개 하나 들고

산티아고까지 걷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이곳 언덕 위의 포도밭 길에서 내려다보니 아까 지나쳤던 원형 검투장이 보입니다.

 

여기서 아주 잘 보입니다.
입장료도 내지 않고 다 보고 말았습니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여기서도 다 보입니다.

더 잘 보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트리어 자선협회에 가면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저장고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저장고는 330년경 콘스탄티누스 시절에 만든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도 이곳 와인을 즐겼다고 하네요.

이 말은 그만큼 이곳에서 생산하는 포도주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의미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