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텐부르크 운테레 슈미트 가세를 따라서

2020. 6. 5. 06:00독일·오스트리아 2018/로텐부르크

시청사 광장에서 운테레 가세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두 갈래 길이 보입니다.

하나는 그냥 평지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공통점은 두 길이 모두 첨탑이 있는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점이지요.

 

시청사 광장에서 이곳으로 내려오는 길은 운테레 슈미트 가세(Untere Schmied gasse)는 황금색 간판이 유명하지요.

마치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트 가세(Getreide gasse)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거리 가게 중 일부는 한글로 가게 앞에 설명을 적어 놓아 한국인 여행자를 유혹합니다.

 

그 끝에 가면 제일 처음 보았던 사진 속의 모습인 플뢴라인(Plönlein)이라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두 갈래의 골목길이 경사가 다르지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더라고요.

 

왼쪽은 지버스 탑이 보이고 오른쪽은 코볼첸 문입니다.

위와 아래의 사진은 두 개의 탑 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 뒤돌아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탑의 모습이 뛰어나게 아름답다거나 특이하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 그저 평범한 탑이었습니다.

 

플뢴라인이라는 말은 평평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Planum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이 골목 사진이 엽서에도 나온다고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게 감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이곳은 늘 여행자의 단골 포토 스팟이지요.

 

많은 가이드북에서 이곳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미적 감각이 없는 제게는 그저 그런 평범한 곳으로 보입니다.

로텐부르크에서는 이곳 말고도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아름다운 골목길이 많이 있습니다.

건물 자체도 더 아름다운 곳도 많고요.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은 이렇게 사람마다 모두 다른가 봅니다.

이제 천천히 걸어 아래로 내려갑니다.

플뢴라인(Plönlein) 아래로 내려가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일단 코볼첸 문을 통과해 아래로 내려갑니다.

 

끊어졌던 성벽이 이곳부터 다시 나타나네요.

그래서 성벽으로 올라가 다시 걸어봅니다.

이곳 성벽은 아침에 본 곳과는 달리 특이한 모습입니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지역은 구시가지 중심에서 가장 먼 곳이네요.

위의 청동 지도에서 보면 제일 아래 불쑥 튀어나온 곳입니다.

제일 아래 꼬리처럼 생긴 곳에는 제법 큰 바스티온이 있어 이곳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네요.

 

이곳은 아까 아침에 걸었던 로텐부르크 뢰더문에서부터 북쪽 성벽 길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터널처럼 성벽 위로 길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복잡하고 예쁜 골목길도 좋지만, 이런 길을 걷는 일도 즐겁습니다.

 

이곳에서 열린 창을 통해 바라보니...

아까 우리가 잠시 문밖으로 나가 쉬었던 부르크 정원이 보입니다.

성벽은 바스티온에서 끝이 납니다.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가다가 보았던 어느 집입니다.

지붕에 만든 천창이 재미있지 않나요?

마치 사람의 눈처럼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생각되네요.

이런 창문 양식을 "시비우의 눈"이라고 한다네요.

 

시청사 광장 뒤로 돌아가면 고딕 양식의 성 야코프 교회가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이번 여행에서 자주 보았던 조각가 틸만 리멘슈나이더(Tilman Riemenschneider)의 작품인

성스러운 피의 제단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유다가 예수에게 빵을 받아먹는 모습으로 만들었는데 최후의 만찬의 느낌이 강하지 않나요?

성당 십자가 중앙의 수정  안에는 예수님의 피가 들어있어 성스러운 피의 제단이라고 부른답니다.

1521년에 완공된 이 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라고 합니다.

 

성당 앞에 지팡이와 가리비를 든 순례자상(Bronzeskulptur des Hl. Jakobus)도 있습니다.

이 교회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야고보에 봉헌하는 성당이 아니겠어요?

손에 든 조가비와 지팡이로 우리는 이 청동상의 주인을 대강 알 수 있잖아요.

 

우리가 까미노라고 부르는 길은 바로 야고보가 전도를 위해 걸었던 길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어가지요.

우리 부부도 수년 전 까미노를 100여 km를 걸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까미노를 걸었던 경험은 우리 부부 여행에서 가장 멋진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까미노란 사실 크게 구경거리는 없는 곳이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종교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니고요.

신앙 여부를 떠나 인생에서 이런 길 한 번 걸어보는 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누가 지금까지 여행하며 추천하고픈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까미노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