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테브(Tatev) 가는 아름다운 길

2020. 8. 18. 06:00아르메니아 2019/ 타테브

예쁘고 깜찍하게 생긴 노라방크 수도원 구경을 끝내고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이제 오늘 최종 목적지인 타테브로 갑니다.

노라방크에서 타테브(Tatev)까지는 151km로 3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타테브 가는 길은 그야말로 야생화가 활짝 핀 초원을 달려갑니다.

지상 낙원과도 같은 풍경이 아닌가요?

물론, 할리도로즈를 지나면서는 지금까지 몇 번 경험해보지 못한 험한 산길을 달렸지만...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길이 무척 험하기에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리는 듯합니다.

노라방크 수도원에서는 약 1시간 30분 동안 머물렀네요.

규모도 작고 구경거리도 많지 않았지만, 1시간 정도 걸렸다는 말

제법 오래 머물렀다는 의미겠지요?

 

출발하기 전 수도원 앞에 있는 그늘에서 점심으로 준비해온 음식으로

잠시 앉아 먹으며 간단히 요기하고 갑니다.

오늘 아침 9시에 출발한 덕분에 12시 30분에 노라방크를 출발할 수 있었네요.

예레반을 출발해 타테브까지 가실 분은 중간에 우리처럼 코르비랍과 노라방크를 포함하시면

별도로 돈이 들지 않습니다.

 

이제 오늘 일정 중 중간에 들러 구경할 곳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차를 타고 타테브에서 2박 하며 머물 숙소를 찾아가면 됩니다.

도로에는 차도 별로 다니지 않고 주변 풍경은 나무가 별로 보이지 않는

초원이 펼쳐진 그런 곳이었습니다.

 

우리를 태운 차는 점차 고도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2.140m로 간간이 설산의 모습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고도가 높아졌다는 의미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도로를 점령한 양 떼가 나타납니다.

 

말을 타고 양 떼를 이끄는 목동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푸른 초원을 신나게 달리면 어떤 기분일까요?

 

갑자기 나타난 양 떼에 잠시 차 속에 갇혀버렸네요.

양 떼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는 그냥 기다려야 합니다.

 

양들의 침묵이 아니라 양 떼 때문에 차 속에 갇힌 인간의 침묵입니다.

뭐...이 주변이 모두 푸른 초원으로 잘 차려진 신선한 양들의 식탁이니까요.

 

우리를 태운 차는 노라방크에서 출발한 지 2시간이 경과한 3시 30분에 가스 충전소에

잠시 정차하고 주유하는데 이 주유소는 가스비가 저렴한지 많은 차가 대기 중입니다.

이곳에는 작은 가게도 있고 무료 화장실도 있네요.

 

이 주유소가 있는 곳은 고리스와 타테브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

곧장 가면 고리스라는 곳이고 오른쪽으로 우회전해서 가면 타테브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가스 채우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려 이곳에서만 35분간이나 머물다 갑니다.

 

이렇게 다시 차를 타고 또 30분 정도 가니 위의 두 장의 사진처럼 주변의

완전히 풍경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풀만 자라는 밋밋한 야산으로만 되어있던 고원지대였는데 주유소를 지나며

갑자기 숲이 있는 험준한 산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차는 깊은 협곡 아래로 구불거리며 내려갑니다.

협곡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지그재그로 난 갈지자 모양의 도로가 보입니다.

 

머리 위로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해

대롱거리며 지나가는 케이블카가 보입니다.

저 케이블카가 바로 타테브의 날개라는 Wings of Tatev Aerial Tramway인가 봅니다.

 

우리를 태운 기사는 협곡 제일 아래에 도착해 잠시 쉬었다 간다고 내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래로 흐르는 강으로 내려가 보라는 이야기를 하네요.

 

중간쯤 내려가니 맑은 물이 샘솟는 샘이 있네요.

사람들이 물을 떠 가는 것으로 보아 먹는 샘물인가 봅니다.

 

어제부터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아숏이라는 기사입니다.

우리와 협의한 장소는 물론, 다니는 도중 이야기가 없었던 곳에도 아주 근사한

뷰 포인트에 미리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도록 배려해주는 착한 기사였습니다.

 

다시 건너편 협곡 위로 올라갑니다.

도로는 지금 길을 넓히고 포장 중이네요.

그러나 주변 풍경은 아찔한 곳이었습니다.

도로가 좋아지면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접근도 더 편리해지겠지요?

 

주유소를 출발한 지 1시간이나 더 지나서야 오늘 목적지 타테브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웰컴 티와 함께 숙소의 할머니는 들꽃을 꺾어 와

우리가 앉아 쉬는 테라스 탁자 위를 장식해 줍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숙소는 평범한 곳이었습니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기사를 집으로 들어오게 하고 따끈한 차를 권하기도 하네요.

이런 게 시골 인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이지만,

환영의 의미로 꽃을 직접 꺾어와 꽃병에 꽂아주는 마음씨...

이런 마음 씀씀이가 고맙지 아니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