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비랍(Khor Virab)에 올라서...

2020. 8. 10. 06:00아르메니아 2019/예레반

지하로 오르내리는 수직으로 된 철 계단이 보입니다.

한 사람만 오르내릴 수 있어 일방통행만 가능한 계단입니다.

이 계단 아래는 작은 방이 있는데 그 옛날 감옥으로 사용했던 방이라고 합니다.

 

코르비랍이라는 말의 의미는 깊은 우물 또는 지하감옥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바로 이곳에

지하 감옥이 아직도 남아있고 그 감옥 위에 수도원을 지었기에 그런 말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왜 코르비랍을 찾는 많은 여행자는 힘들고 음습한 이곳 지하 감옥을 오르내릴까요?

 

이 감옥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기독교를 세상에서 제일 먼저 국교로 삼았던 아르메니아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곳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왔던 성 그레고리를

당시 아르메니아 왕은 불경죄를 물어 이곳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성 그레고리를 그것도 무려 13년간이나 이 지하 감옥에 말입니다.

그냥 가두기만 했다면 재미가 없기에 뱀이나 전갈을 함께 넣어두었다네요.

그래서 평소 많은 죄를 짓고 살았던 佳人도 직접 내려가 보았습니다.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처음으로 전파했던 성 그레고리(257~331)는 이곳 지하 감옥에서

13년간이나 갇혀 지냈다고 합니다.

코르비랍 수도원은 바로 그 감옥 위에 세운 수도원입니다.

그러니 원래 왕실 감옥이었던 것을 642년 그 위에 처음으로 수도원을 지었다는 말입니다.

 

당시 아르메니아 왕이었던 티리다테스 3세는 중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락가락하는 중

그의 딸이 꿈에 나타나 성 그레고리가 자기도 아팠을 때 고쳐주었다는 말을 함으로

그에게 의탁해 병을 고쳤다네요.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장면이 성 그레고리가 안수치료를 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성 그레고리의 기도로 말끔히 완치된 티리다테스 3세는 이교도였지만, "Why Not?" 하면서...

따라서 아르메니아는 세상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가 되었다네요.

코르비랍 수도원에 오면 지하 감옥 외에는 크게 눈길을 끌만 한 곳이 없습니다.

아라라트산은 물론 제외하고요.

 

우리 같은 믿음이 없는 여행자에게 그냥 조지아나 아르메니아 어디서나 발에 밟히는 게

바로 수도원이 아니겠어요?

여기도 성당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우리는 겉돌기만 하지요.

 

이곳 코르비랍 또한 입장료가 없는 곳입니다.

잠시 수도원 뒤에 있는 언덕에 올라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지하 감옥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일과 아라라트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으니까요.

 

아르메니아 사람에게는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빼앗긴 민족의 영산 아라라트산이 아닌가요?

우리를 태우고 온 기사에게 저 산이 바로 당신 나라 아르메니아 산이 아니었는가? 라고 물었더니...

 

저 산 뿐 아니라 지금의 터키 땅 전부가 아르메니아 왕국의 영토였다고 합니다.

땅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15년~1917년 사이에 20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터키의 공격으로 인종학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추모하기 위해 예레반에는 제노사이드 추모기념관이 있습니다.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살을 자행했던 터키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약한 자는 늘 얻어터지고 난 후 슬픔과 억울함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나 봅니다.

가해자가 침묵하고 인정하지 않는 행동은 또 다른 가해입니다.

터키나 일본이나...

 

아라라트산은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는데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해발 5.137m의

대 아르메니아 봉과 사진 왼쪽에 보이는 3.896m의 소 아르메니아 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산은 창세기의 기록에 의하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세상이 혼탁해지자 "앗! 나의 실수!"라고 신은

인간을 만든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40일간 엄청난 폭우를 내려 세상을 대홍수 속으로 몰아버렸답니다.

 

이렇게 세상의 악한 것은 모두 쓸어버리려고 대홍수가 일어났고 오직 한 사람 노아에게만

방주를 만들게 함으로 미리 만든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속을 표류하다가 비가 그치고 물이

점차 빠지자 제일 먼저 땅을 발견하고 내렸다고 하는 곳이 바로 아라라트산이랍니다.

그런데 세상은 다시 혼탁해졌으니 신은 두 번의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때 노아마저도 미리 알려주지 말고 보내버렸어야 했는데...

 

아르메니아 여러 곳에서 아라라트산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는 아르메니아 땅이었던 가장 가까운 곳은

바로 코르비랍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것이지요.

아르메니아 사람은 누구나 이곳을 마음의 산으로 생각하고 있잖아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위의 사진에 보듯이 아르메니아 국장 제일 가운데에 아라라트산이 있습니다.

아르메니아가 아라라트산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터키에서는 왜 남의 영토에 있는 산을 너희 나라에서 마음대로 사용하냐고 따졌답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에서 터키에 되묻기를 너희 나라 국기에 초승달과 샛별이 있는데

그게 너희 나라 것이냐?

물론, 우스겟소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