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티아는 만화방초(萬花芳草) 세상입니다.

2020. 3. 23. 06:00조지아 2019/메스티아

새벽에 일어나 잠시 뒤척이다 보니 먼동이 터 오는 듯 붉게 물드네요.

집을 떠난 지 한 달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새벽이면 시차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깨어납니다.

2019년 5월 18일 토요일 이른 아침에 일어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건너편 언덕 위로는 아직도 캄캄한 밤입니다.

우리와는 시차가 5시간이 되기에 이른 시각에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시간이 몇 분 흐르자 금방 날이 밝아옵니다.

 

같은 곳을 향하여 시간을 두고 찍어보았더니 코시키를 비추는 불빛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깊은 산중이라 그런가 보네요.

더 누워 있는 게 오히려 힘들어 5시 50분에 일어나 물만 반병 채우고 숙소를 나섭니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특별한 계획이 없습니다.

일행 중 다른 네 사람은 오늘도 그저께 리프트로 올라갔던 주룰디산에 다시 올라간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곳 정상에 올랐던 것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우리 부부는 오늘도 그냥 마을 구경이나 하며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제 아침 산책 때 걸었던 반대 방향인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목적 없이 걷기로 했습니다.

 

메스티아에서 북쪽은 바로 캅카스산맥의 설산이 있는 곳이고 더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이지요.

러시아와 국경을 이르는 것이 바로 캅카스산맥이지요.

 

그쪽 방향을 보니 높은 설산이 있고 아침노을이 위의 사진처럼 붉게 물든 모습이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부르는 듯합니다.

 

주섬주섬 챙겨 배낭 하나만 걸치고 마을 중심 도로 남쪽 언덕 위로 난 길을 걸어봅니다.

구글 지도를 통해 살펴보니 길이 있더라고요.

같은 방향이라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힘든데 왜 걷느냐고요?

길은 걸으라고 만든 곳이잖아요.

그래서 걷습니다.

 

이제 메스티아 중심 마을을 지나 제법 많이 걸었네요.

뒤돌아보니 코시키가 밀집해 있는 곳을 지났습니다.

이미 마을 중심지를 벗어나 동구 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의미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강은 메스티아찰라(Mestia chala River)강입니다.

강바닥 정비사업을 전혀 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네요.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201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퀸 타마르 공항(Queen Tamar Airport)입니다.

메스티아 공항이 아니라 타마르 여왕을 기억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네요.

하루 한 번 정도 작은 비행기가 운항하는 듯하더라고요.

 

이틀 전 하츠발리 리프트를 타고 주룰디산에 올랐을 때 보이던 바로 그 공항이네요.

위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활주로 하나가 있는 곳이 공항입니다.

 

건너편 언덕 위로 예쁜 성당 하나가 보입니다.

처음에 걷기 시작할 때는 오늘 목표는 저 성당으로 생각하고 걸었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올 때 산 중턱에 보였던 성당이 바로 이 성당이었거든요.

 

공항을 지나고 조금 더 걸어가니 마을 하나가 보입니다.

공항을 지나면서부터는 비포장입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와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는데 여기서 처음 사람을 만났습니다.

물론, 개도 만났지요.

 

아침 인사를 건넸더니 우리보고 찰라디 빙하로 가냐고 물어보네요.

빙하로 간다는 생각은 전혀하지 않았는데...

그러면서 빙하로 가는 방향을 알려줍니다.

빙하라...

 

잠시 서서 고민해 봅니다.

지금 주민이 우리에게 알려준 찰라디 빙하로 가는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오늘 아침 산책은 이 정도에서 끝내고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갈 것인가.

 

살아가는 도중에도 우리는 이런 갈림길을 많이 만납니다.

두 가지 방법을 하나만 선택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냐는 것은 개인이 결정할 일이지요.

 

바로 빙하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시내로 돌아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짜장면이냐 아니면 짬뽕이냐의 선택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에서 개발된 음식이 세상 음식사에 큰 획을 그은 짬짜면입니다.

그러나 인생길에서는 짬짜면이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마을 주민이 알려준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그냥 돌아서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듯합니다.

 

이럴 때는 일단 더 가 보고 나중에 후회하는 게 더 좋습니다.

비포장도로와는 달리 길가의 모습은...

위의 사진에는 나무 그늘에 해먹을 걸어두고 신선놀음에 빠져 세월 가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꽃은 무스카리라는 꽃이 아닌가요?

여기 메스티아 동구 밖에는 만화방초(萬花芳草) 세상입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의 길가에 이런 아름다운 꽃이 군락을 이루다니...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 옆에 누가 심어둔 것 같지도 않은 곳에 이런 예쁜 꽃이

군락을 이루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여행이란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을 만났을 때 우리 기억 속에 더 오래 기억되지 싶습니다.

주민이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보기로 했던 일은 이번 여행에서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방초 세상도 있었고 척박한 비포장도로도 함께 공존했던 그런 길이었습니다.

중국집에는 짬짜면이 있지만, 우리 인생길에서는 짬짜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