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시그나기(Sighnaghi)로 가며 네다바이 부부가 되었던 사연

2020. 1. 13. 08:00조지아 2019/시그나기

 

조지아 국경의 입국장을 빠져나와 앞에 보이는 환전소에서 조지아 라리로

환전하고 시그나기(Sighnaghi)로 가야 하는데...

런데 입국장 앞에 많은 택시가 서 있는데 담합이나 한 듯

우리를 멀뚱거리며 바라만 보고 다가오는 기사가 아무도 없습니다.

보통 이런 곳은 먹이가 나타나면 서로 잡으려고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겁낸다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잖아요.

 

 

아까 화장실이 급하다고 일행보다 30분 이상을 먼저 나간 남자가 미리 택시 섭외를

끝냈는지 알았는데 그 분은 이동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일찍 나와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나 봅니다.

 

함께 여행하며 서로서로 나누어 일을 하면 좋지만, 처음 약속 대로 집사람이

이동에 대한 것은 하기로 했지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좋지않은 말을 들은 후

서로 간의 불화가 있어 우즈베키스탄까지만 하겠다고 이미 이야기 했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접근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와 함께 출국장을 빠져나온

홍콩 단체 관광객 때문으로 이들은 이미 아제르바이잔에서 타고 온 버스

(위의 사진에 보이는)가 국경을 넘어 대기 중이었거든요.

그러니 이곳 택시 기사들은 우리와 비슷한 동양인인 홍콩 단체와 우리를

구분하지 못해 일행으로 보았기 우리를 단체여행객으로 보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처음 우리의 계획은 입국장 앞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그나기로 가려고 했습니다.

일단 시그나기로 직접 가는 버스는 이곳에서 없고 조지아 수도인 트빌리시로 가는

버스가 있기에 그것을 타고 츠노리(Tsnori)라는 작은 동네로 가면(5라리) 시그나기로 가는

버스나 택시를 쉽게 탈 수 있다고 알고 왔으며 츠노리에서 시그나기는

매 30분마다 버스가 오가는 곳이고 요금은 1라리며 택시는 8라리입니다.

 

 

차편을 구하기 위해 일행 모두 누구 하나 나서서 알아보지 않고 있네요.

어쩔 수 없이 집사람이 다시 나서 무서운 택시 기사에게 다가가 흥정을 시작합니다.

일반 택시로는 우리 일행이 여섯 명이라 두 대를 불러 타야 합니다.

먼저 출국장을 나온 그 부부만이라도 지금까지 했듯이 먼저 택시를 타고 가버렸으면

좋은데 이번에도 불편하게 우리가 섭외할 택시를 탈 모양입니다.

어차피 우리 일행이 6명이고 짐이 많아 택시 한 대로는 어림도 없지요.

 

 

처음 기사가 택시 한 대에 100라리(우리 돈으로 72000원 정도)를 부릅니다.

역시 우리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예상한 대로 비싸게 부릅니다.

세상 어디나 현지에 가면 그들이 갑이고 우리가 을이 분명하기에

미리 알고 갔던 금액의 몇 배는 부르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아마추어가 아닌데 그대로 당할 수는 없잖아요.

저쪽 끝에 마침 7인승 차가 보이기에 다가가 타진해 보니

착한 가격 100라리를 부릅니다.

우리 모두 한 대로 갈 수 있으니 우선 반값으로 갈 수 있잖아요.

 

 

그래도 에누리가 없으면 섭섭하잖아요.

다시 집사람이 가격절충을 시도해 80라리(우리 돈으로 57.000원 정도)에 합의했습니다.

버스로 이동한다고 해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1인 6라리에 여섯 사람이 모두 36라리를

내야하는데...

물론, 우리가 예상했던 가격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두 대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일행 모두 한 대의 차로 이동할 수 있으니 좋지 않나요?

 

 

그때의 모습을 보니 절대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개인 캐리어나 배낭 등 짐이 많아 7인승일지라도 여섯 명이 타고 짐까지 실어야 하니...

게다가 덜컹거리는 도로를 달리니 짐이 요동을 치고 뒷자리에 앉았던 여성분들에게

쌓아 올린 짐이 떨어지니 아우성칩니다.

이번 여행지의 승용차 대부분은 가스로 운행하는 차라 뒷트렁크에는

큰 가스통 때문에 짐을 싣기가 어려웠거든요.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도로가 보이지 않습니다.

폭우가 쏟아졌는지 도로 위로 물이 넘쳐 통행을 금지한다고 돌아가라고 하네요.

조지아가 우리를 환영한다는 인사치고는...

 

 

그러나 택시 기사는 제지하는 경찰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고 계속 직진합니다.

반대편에서도 이쪽으로 건너오는 차가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건너갈 수 있다는 말인가요?

 

 

조금 더 전진하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듯.

조지아 차는 물 위로도 다닐 수 있는 수륙양용차는 아닐 텐데...

맑은 날에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여러분은 차를 타고 이런 물길을 건너가 보셨습니까?

안 건너 보셨다면 말을 하지 마세요.

 

 

이곳 시그나기로 가는 도로 상태뿐 아니라 코카서스 3국의 모든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았고 겨울을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팬 곳도 많고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듯하여 덜컹거리고...

또 과속하다 보니 튀어 오르기도 하고 뒷자리에 실었던 짐이 쏟아지고 합니다.

조지아 택시 기사의 운전은 전국적으로 카 레이스하듯 난폭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함께 시그나기로 이동하며 또 문제가 생겼네요.

택시비가 80라리여서 세 팀이 나누어 내야 하기에 부부 팀이 자기네 몫으로 동전으로만

한 움큼 집사람에게 건네주는데 동전이면 목적지에 도착해 내려서 건내주는 배려를 하면

좋을 텐데 난폭운전하는 차 안에서 어떻게 계산하며 세어보라고...

국경에서 차를 탔으며 그 부부는 환전조차 하지 않았으니 동전이 조지아 동전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동전이며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 안에서 동전을 손에 움켜쥐고 있기도 쉽지않고

동전을 일일이 셀 수도 없습니다.

조지아에 와서 아제르바이잔 동전으로 한움큼 건네고 알아서 하라는 답이 없는 사람이네요.

 

 

집사람이 도착해서 달라고 다시 뒤로 돌려주는 중 제가 중간에서 받아 그분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차가 덜컹거리며 동전 하나가 제 좌석에 떨어져

얼른 주워 다시 건네주었는데...

그분이 돈을 받아 들고 하는 소리가 "아이씨 네다바이 당했네!"라고 다분히

감정 섞인 목소리로 큰 소리로 이야기하네요.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좁은 차 안에서 서너 번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네요.

주면 아무 소리 하지말고 그냥 받아 두었다가 알아서 계산하지 왜 돌려주느냐고

기분 나쁘다는 의미겠지요.

 

 

일부러 제가 떨어트린 것도 아니고 덜컹거리는 차에다가 난폭한 운전으로 떨어졌고

바로 주워서 건네주었는데...

적어도 모든 일행을 위해 대신 차를 섭외하고 요금을 분배해 내야 하는데

계산하기 쉽게 건네주는 배려를 해주었으면...

그 동전이 두 나라 동전이 섞여 외국인인 우리가 어찌 금방 구분할 수 있겠어요.

자기 두 사람만 택시를 탔으면 100라리 내고 갔을 것을 이렇게 깎고 3등분해 26라리만

내고 가면서 저렴하게 흥정하며 차편까지 잡아준 우리에게 네다바이 당했다고? 헐!!!

설령 동전 하나가 빈다고 해도 어젯밤에 비바람 맞으며 대신 환전소를 찾아

고생하며 다녀온 수고비라고 생각하지...

 

 

사실, 여행하며 남는 동전은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배려 없이 할 필요는 없지 싶은데 제 욕심일까요?

나 대신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해결해 주는 사람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계산하기 쉽게 도와주려는 생각은 하지 못할망정

따라다니며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 뱉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우리는 단지 우리 여행에 함께 따라온 일행에게 모든 일정을 쉽게 다니게 해주려고

앞에 나서서 견마지로를 다 하고 있었는데.. 졸지에 네다바이 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동행에게 네다바이라는 말은 심한 말이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꽃을 보며 관화미심(觀花美心)의 마음을 가지렵니다.

이미 따로 다니기로 하고 늘 그렇게 다니다가 그저께 고부스탄부터는 왜 우리 이동에 같이

슬며시 따라와서 그날도 팁을 달라는 기사에게 돈을 줄 듯 지갑을 꺼내다 다시 집어넣어

기사와 트러블을 만들고 또 계속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네요.

여행이란 동행에 따라 행복할 수 있고 악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잘못된 만남이고 동행을 허락한 제 잘못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아야겠지요?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모두가 제가 부덕한 소치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분명 동전 하나만 내 자리에 떨어져 얼른 주워 건네주었는데

우리가 졸지에 네다바이 부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네다바이나 하려고 일부러 우리 여행에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오겠다는

사람을 마지못해 승낙하고 나라마다 도착하면 각각 따로 다니자고 미리 이야기했을 때도

죽어도 안 된다고 따라와 놓고는....

여행 내내 상대방에게 동전 한 잎 손해 끼치지 않고 욕까지 먹어가며 깎으며 다녔던

우리에게 너무 심한 말이 아닌가요?

오늘은 네다바이 부부가 되었던 날입니다.

이렇게 총알 택시 안에서 동전으로만 돈을 건네는 일은 동전 테러를 하겠다는 의미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