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키 칸의 여름궁전이 있는 작은 마을

2020. 1. 7. 08:00아제르바이잔 2019/셰키

작지만, 예쁜 모습을 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파사드는 물론, 건물 외벽을 소꿉장난하듯 예쁘게 장식했습니다.

입구 천장의 모카라베 장식으로 보아 이슬람풍의 건물로 생각됩니다.

 

소녀 취향이었나요?

주인은 요런 아기자기한 장식을 좋아했나 봅니다.

이곳은 이 지역을 다스렸던 칸의 여름 궁전인 셰키 칸 궁전(Palace of Shaki Khans)입니다.

 

바쿠를 떠나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려 겨우 셰키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로 넘어가기 위해 중간에 하루는 쉬어야 하기에

왔으며 셰키는 두 나라 사이의 국경이 가까운 아제르바이잔의 도시입니다.

 

셰키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또 뒤로 설산이 보이는 캅카스산맥의 남쪽 기슭의 경사진 곳에 자리한 마을입니다.

도시의 인구가 7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 국경을 육로로 넘는 여행자 대부분은 우리처럼 이곳을 거쳐 넘어가지

싶고 바쿠에서 야간열차를 이용해 국경 통과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요.

우리도 하루 만에 넘어가기보다는 셰키에서 1박 한 후 넘어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셰키에서 하루 머물지 않고 당일로 바로 국경을 넘어 조지아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조금 힘들게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일행 모두 나이가 있는 편이라

셰키 왕의 궁전이 있는 작은 마을인 이곳에 하루 머물다 갑니다.

 

이곳은 우리 눈길을 끄는 뭔가가 분명 있지는 않지만, 하루 머물다 가기에는

느낌으로는 좋은 곳은 분명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꼭 뭔가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끔은 이렇게 게으름 피우며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여행이 아니겠어요?

 

마을 뒤로는 캅카스산맥이 있어 그 남쪽 기슭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청정 마을이네요.

이곳에 자리 잡은 칸의 여름 궁전은 뒤가 만년설이 쌓인 높은 산맥이라 뒤통수를 치는 적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며 그러나 시내를 오가는 아주 오래된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냄새는 깨끗한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조금만 길에서 벗어나면 만년설이 있고 녹음이 우거진 초록빛의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쿠에서 이곳으로 오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빠지기도 했으니까요.

바쿠 인근은 돌산뿐이었는데 어느 곳을 지나며 초록빛의 벌판이 보이다가

이곳 셰키 근처에 오니 수목이 우거진 모습입니다.

 

궁전의 규모는 작지만, 제법 볼만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궁전 앞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가 막 넘어버렸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OPEN)

 

이미 위의 사진에 보이는 매표소는 문을 닫고 관리인은 멀리서 올라오는 우리에게

그냥 내려가라고 친절하게(?) 손짓합니다.

그래도 어디 그럴 수 있습니까?

 

불원천리 먼 길을 달려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우리는 내일 새벽에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궁전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대문 안에 딱 한 발만 들여놓고

사진 한 장만 찍게 해달라고 사정했네요.

딱한 생각이 들었는지 딱 한 발만 들이밀고 사진도 딱 한 장만 찍으라고 잠시 문을 열어

주기에 그래서 위에 보이는 것이 이때 건진 사진입니다.

정확히 카메라로 한 장, 그리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또 한 장만 찍고

들이밀었던 발을 거두어 돌아섰습니다.

 

이 궁전은 2층으로 된 목조건축물이라네요.

창문을 장식한 것은 15세기경 만들었다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일품이라고 합니다.

러나 그런 것은 안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

 

그러나 궁전 내부에 들어갔다고 해도 사진 촬영은 할 수 없게 금지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지금 보는 모습의 사진이 대부분이라는 말이겠지요?

내부는 프레스코화와 정교하게 짜 맞춘 나뭇조각으로 만든 장식이 아주 유명한 곳으로 알려졌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의 생각에 칸의 궁전이라면 크고 웅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궁전은 그야말로

여름 동안 조용히 머물다가 떠났을 듯한 그런 분위기입니다.

칸은 안빈낙도(安貧樂道)와 같은 삶을 살았을까요?

셰키의 칸이 말입니다.

안빈낙도는 우리처럼 사는 것이고 그래도 칸이었으니 돈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여

안부낙도(安富樂道) 정도는 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