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키(Şəki) 가는 길에 이런, 저런, 그런 생각

2020. 1. 2. 09:00아제르바이잔 2019/셰키

새해가 밝았습니다.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께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바쿠를 버스가 출발한 지 3시간 가까이 지나니 차창에 보이는 풍경이 위의 사진처럼

출발할 때와는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바쿠를 중심으로 한 카스피해 연안은 풀뿌리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거든요.

비록 그 척박한 땅 아래 석유를 숨겨놓았지만요.

 

이 지역은 풀이 자라고 곡식도 잘 자라는 그런 비옥한 땅으로 보입니다.
아침 9시에 출발한 버스는 2시간 40분이 지난 11시 40분경 중간에

한번 휴게소와 같은 곳에서 쉬었다 갑니다.

딱 적당한 시각에 쉬었다 가네요.

해외에서는 매우 드문 화장실 사용이 무료인 셰키 레스토랑에 30분의 휴식 시간을 줍니다.

 

휴게소에서 파는 것은 커피 1마나트이고 차는 무슬림의 나라이기에 무료 제공입니다.

차와 함께 제공되는 초콜릿은 시키지 않아도 함께 나오고 먹으면 하나에 1마나트입니다.

우리는 여성팀이 준비해온 주먹밥이 있었고 팀별로 빵이나 다른 요깃거리가 있어

점심을 우리끼리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30분 휴식 후 다시 버스는 출발해 달리다가 방향을 북으로 돌리네요.

셰키가 가까워지며 이제부터 우리가 탄 버스는 오른쪽으로 설산을 끼고 달립니다.

아마도 연봉으로 이어지는 저 설산이 캅카스산맥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캅카스산맥은 흑해에서 카스피해까지 동서로 1.500여km에 이르는 아주 긴 산맥으로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으로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경계라고도 하며

영어식으로 코카서스산맥이라고도 부른다지요.

우리가 여행 중인 코카서스 3국이란 바로 이 산맥 아래에 있는 세 나라를 말한다고 하네요.

산맥 위로는 바로 러시아 땅입니다.

 

이렇게 달린 버스는 출발한 지 6시간 반이 지난 오후 3시에서야

오늘의 목적지 셰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우리가 달린 코스는 300km 정도 되는 짧은 코스가 아니라 360km나 되는 먼 길을 돌아서

가는데 그러니 서울 부산과 비슷한 360km의 거리는 6시간 30분이나 걸렸으며

도로는 일부 구간을 빼고는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이 길은 어제 들렀던 바쿠의 남쪽인 고부스탄을 지나서야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리더라고요.

그 이유는 아마도 도로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곳으로 가려고 그랬나 봅니다.

그런 다음 예블라흐라는 마을을 지나며 북으로 방향을 돌려 셰키로 올라갔네요.

가는 길에서 휴대전화로 찍었던 영상입니다.

 

 

오는 내내 다양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돌산이 보였고 또 아주 풍요로운 듯한 밀밭도 보였고요.

대평원과도 같은 평야 지대도 지났습니다.

면적이 크지 않은 나라지만, 정말 자연환경은 다양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여행이 아니라 해외여행을 하며 누구나 여행자마다 조심하는 게 많을 겁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는 이야기 때문에 평소 집에 있을 때 佳人은

하루에 2L 이상의 물을 마십니다.

그러나 여행 중 가능하면 수분 섭취를 최소한으로 합니다.

 

그 이유가 해외에서는 화장실 찾기가 번거롭고 깨끗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거리 이동에서는 정말 곤란한 일이 생길지 모르게 때문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나 때문에 함께 여행 중인 동행에 나로 인해 지체되기에 시간을 뺏는

일이며 또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는 나도 힘들지만, 동행에게도 불편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또 여행 중 모르는 사람이 권하는 음식은 가능하면 먹지 않습니다.

자유여행에서 가끔 나는 사고는 바로 이런 음식으로 인해 일어나기도 합니다.

누구는 현지인의 친절을 져버리는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환경의 음식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탈이라도 나면 내 고통은 물론, 동행의 여행마저 민폐가 되기 때문이지요.

 

여행지에 대해 사전의 조사를 나름대로는 충분히 하고 떠나는 편입니다.

사전에 공부한다고 함은 어디를 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공부와 이동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고 떠납니다.

특히 교통편과 대강의 외국인 요금은 분명히 확인한 후 출발하는 편입니다.

 

그래야 현지 그곳의 가격을 미리 알고 바가지를 쓰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곳의 이동에 대한 교통비는 버스나 정기 노선을 정해진 가격이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택시나 합승을 이용할 경우 분명히 알고 가야 바가지를 써도

이해할 수준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당하잖아요.

 

또 서로 협의하여 정한 금액에 대해서는 더도 덜도 없이 그대로 지불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그곳을 찾는 다른 자유여행자도 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죠.

미리 가격을 알면 협상이 수월해집니다.

원래 우리는 그곳에 가면 호구가 되지요.

흔히 호구에게는 당연히 터무니없는 가격이 제시되고요.

 

그 외에도 많은 주의점이 있겠지만,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법은 백인백색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사람마다 여행 방법이나 여행에 대한 접근 행동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여행에 대한 생각의 차이도 큽니다.

세상에 여행에 대한 옳은 방법은 없습니다.

나와 다른 여행자의 방법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오직 다른 방법만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이런 다름 때문에 상대방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되면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리더를 정하고 떠난 여행에서는 무조건 리더가 결정한 대로 따라 함께 계속 갈 것이냐 아니면, 

서로의 좋은 방법대로 헤어져 따로 갈 것이냐로 결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이 계속 갈 것이면 무조건 리더의 생각과 방법에 순응해야 합니다.

따르지 않고 제 방식만 고집하며 따라다닌다면 본인도 힘들지만,

리더와 그를 따라다니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만 줄 뿐입니다.

 

본인의 여행 스타일이야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고 모두 특색이 있기에 절대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일행과 충돌이 있다면 따르던가 아니면, 따로 다녀야 합니다.

계속 자기 고집대로만 다니고 싶다면, 그것은 혼자 다닐 때의 일이 아니겠어요?

어제저녁에 바쿠 여행을 모두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머물면서 내일 셰키로 갈 계획을

하고 있는데 일행 중 남자가 내일 사용할 아제르바이잔 돈이 부족하다고 하며 누가 나가서

대신 환전을 해달라고 단톡방에 올렸네요.

그 부부를 빼고 나면 나머지 사람은 저와 여자만 셋인데 캄캄한 밤에 비도 내리는데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곳으로 나가라는 말은 여자에게 한 말은 분명 아니겠지요?

분명 누구를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사실 모든 것이 어설픈 해외여행 중 밤이 되면 그날 여행의 힘듦이 한꺼번에 몰려와

꼼짝하기도 싫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힘들면 분명 다른 사람도 힘이 듭니다.

자신도 힘이 들어 나가기 싫으니 이런 글을 단톡방에 올렸을 것 아니겠어요?

 

비가 추적거리고 내리는 밤에 이곳 지리도 어설픈데 환전소를 찾아서 다녀야 하는데...

자기 부인에게 한 말을 제가 잘못 이해했나요?

이번 여행을 처음부터 기획했던 원초적 죄로 말미암아 그분 빼고 유일한 남자인 제가

나가기로 했는데 이미 타슈켄트부터 서로 따로 다니자고 했지만,

몸이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의 부탁이라 들어주었을 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비 내리고 바람까지 부는 캄캄한 바쿠 시내를 다니며 겨우 환전을 했고

덕분에 야경 구경까지 하고 늦은 밤에 돌아왔습니다.

바람의 도시 바쿠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캄캄한 밤에 대신 남의 돈 환전해주러 다녀보셨수?

해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슈~~

그러나 나 하나의 수고로 다른 분이 편하셨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이 아니겠어요?

오늘은 6시간 30분이나 셰키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이런, 저런,

그런 쓸데없는 생각만 하고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