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골목길(bloody alley)이 있는 탈린

2018. 11. 6.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헬싱키항에서 배는 정확히 오후 7시에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날씨도 맑고 바다는 아주 잔잔해 작은 쾌속선임에도 불구하고

배를 탔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네요.

이렇게 1시간 30분을 달리니 바로 탈린항에 도착합니다.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배를 타고도 1시간 반 만에

도착한다니 멀면서도 가까운 이웃인가 봅니다.

헬싱키는 물가가 탈린과 비교해 무척 비싸다고 하네요.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이렇게 배를 타고 이곳 탈린으로 쇼핑도 온다고 합니다.

 

탈린에서 4박이나 했으니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모든 골목길이 눈에 익고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어 그랬나 봅니다.

역시 탈린은 헬싱키에 비교해 더 많은 여행자가 북적이고 중세의 모습이

더 많이 남아있는 여행자의 도시입니다.

 

비록 좁고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된 골목길일지라도 더 정겹습니다.

탈린은 사랑하지 않으려야 안 되는 그런 매력을 지닌 곳이 분명합니다.

 

이제 오늘 하루 더 탈린에서 묵으면 내일은 버스를 타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갑니다.

물론, 중간에 있는 국경 마을인 나르바에서 하루 쉬면서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 구경도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탈린의 아름다운 골목길에 대해 올려드리지 못한 곳이 있어

부지런히 다녀야겠습니다.

탈린에는 많은 골목길이 있어 그곳만의 사연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름마저도 섬뜩한 피의 골목길이라는 골목부터 보여드립니다.

 

그 많고 많은 골목 중 왜 피의 골목(bloody alley)이라는 섬뜩한 이름이 붙여졌을까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 아름다운 골목인데 말입니다.

골목 이름은 라후코투(Rahukohtu)로 파트쿨리 전망대에서

코흐투 전망대로 가는 골목 사이에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그 골목에 있는 선물 가게의 간판입니다.

비록 가게 간판이지만, 왜 피의 골목길이었는지 당시를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네요.

좁은 골목 안에 두 명의 여인이 보이고 그녀들이 입은 옷은 통이 넓은

페티코트라는 치마를 그려놓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인들의 얼굴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그 뒤로는 사내의 모습을 그려놓았습니다.

여기는 탈린의 높은 지대로 당연히 귀족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네요.

 

당시 귀족들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페티코트로 통이 넓은

치마를 입고 한껏 멋을 부린 여인들이이 좁은 골목을 지나려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겠지요?

그런데 반대편에서 같은 옷을 입고 오는 여인을 만난다면?

누가 양보해야 할까요?

당시 신호등도 없었을 텐데...

이곳에서 두 여인이 마주치면 서로 양보하지 않고 상대만 비키라고 했답니다.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자 이들만의 해결방법이 생겨난 것이 여인들끼리 머리채 휘어잡고

싸우기가 뭣해 집안의 하인이나 기사가 대신 나와 싸워

이긴 자의 마나님이 먼저 지나갔다고 하네요.

이런 여인들의 자존심 때문에 싸움이 자주 일어났고 이 골목은

집안 간의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네요.

그 때문에 많은 사내가 죽어 나가는 바람에 피의 골목이라고 한다네요.

 

결국,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나온 방안이 나이 많은 여자가

먼저 지나가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답니다.

진작 그렇게 하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말미암아 소중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곳에서도 삼강오륜의 장유유서가 통했다는 말인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골목 가운데 보이는 것은 고양이의 저주가 있는 우물이라고 합니다.

유럽을 휩쓸던 흑사병이 창궐했던 시기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때

누가 이 우물에 고양이를 던져 넣으면 흑사병을 막을 수 있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고양이를 이 우물에 산채로 던져 넣었답니다.

그러나 죽은 고양이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함으로

우물을 아예 폐쇄해 버렸다네요.

고양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인간은 그런 두려움에 빠지면 남의 말을 쉽게 듣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골목 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 탈린이네요.

황당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골목이 탈린에는 더 남아있어 내일 다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