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 풍향계와 탈린 성벽

2018. 8. 14.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 뿐 아니라 발트 3국을 여행하다 보니 성당 첨탑에 꼭 올려진 게

수탉 형상의 풍향계입니다.

왜 유럽 성당에는 수탉 풍향계가 많을까요?

풍향계를 제작하는 장인이 만들 줄 아는 게 수탉 형상뿐이었을까요?

 

위의 풍향계는 처음 사진과 같은 풍향계입니다.

다른 날 찍어보았더니 바람의 방향이 반대로 부나 봅니다. 

 

이는 주로 해안가에 자리한 도시에서만 더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러니 풍향계의 닭의 주둥이를 시내 방향으로 했다면

바람이 바다에서 시내로 분다는 의미겠지요.

 

이날은 배가 바람을 타고 먼바다에서 들어오기에 시내에 장이 선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이 배 들어올 때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요?

위의 사진은 크루즈선이 도착했을 때 내린 여행자가 꼬리를 물고

탈린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또 다른 의미는 수탉은 이른 아침에 울기에 어둠이 가시고 밝은 새날이 밝아온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처음 사용은 베드로 성당의 첨탑을 장식하기 위해 수탉의 향상을

성당 첨탑 꼭대기에 올렸다 합니다.

 

성서에 이르기를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 못 박히던 날...

베드로는 수탉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했다고 했던가요?

바로 이런 이야기 때문에 베드로 성당의 첨탑에 수탉을 올려두었다는 이야기가

더 믿음이 가는 듯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수탉 풍향계는 점차 성당뿐 아니라 도시의 여러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게 되고 이는 탈린이나 리가와 같은 해안가에 자리를 잡은 무역으로 번창한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지 않았을까요?

 

발트 3국의 수도 중 탈린이 리가와 크게 구분되는 모습은 바로 성벽이 있다는 점이겠죠.

물론 리가도 예전에는 성벽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 사라지고

겨우 흔적만 남아있더라고요.

그러나 이곳 탈린은 완벽하게 남지는 않았지만,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을 볼 수 있더라고요.

성곽의 두께는 3m 정도이고 높이는 15m로 제법 튼튼하고 웅장한 모습입니다.

그 길이만 해도 4.7km나 된다고 하니 짐작이 가네요.

재미있는 것은 그 성벽을 따라 세운 감시탑의 역할을 하는 타워가 모두 이름이 있다는 점이죠.

 

성곽을 따라 붉은 원뿔 모양의 지붕이 있는 탑이 모두 46개나 세워졌다는데

지금은 예전 모습의 일부만 남았습니다.

그때가 탈린이 가장 강성했던 시기인 15~16세기 경이라 합니다.

사실 원뿔이라고 하지만 성벽 외부는 둥글지만, 내부에서 보면 그 부분은 각진 부분이더라고요.

 

이 말은 북유럽에서 가장 튼튼한 성벽을 갖춘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그중 한 곳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성벽 위를 모두 걸어 다닐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나 적이 침공한다면 성벽 위에서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는 쉽지 않겠어요.

그냥 방어만을 위한 담장 역할이 그친다는 의미일까요?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성벽 일부는 위의 사진처럼 안쪽으로 다닐 수 있도록

나무로 통로를 만들어 놓기도 했네요.

그래도 아직까지도 1.85km의 성벽이 남아있고 원뿔 모양의 탑은 26개나

남아있어 대단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지요.

바로 이 탑이 탈린을 가장 탈린 답게 세상에 알리는 아이콘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지금 탈린을 찾는 여행자 모두 이 모습에 환호성을 올립니다.

탈린이 다른 유럽의 도시와 차별되는 풍경이 바로 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톰페아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면 이 탑은 그야말로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하잖아요.

 

성 니콜라스 성당(Saint Nicholas' Orthodox Church/Püha Nikolai Imetegija kirik)은

105m의 높은 첨탑을 가진 성당입니다.

니콜라스는 우리가 말하는 산타클로스라고 하지요.

성 니콜라스 성당은 바로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스에게 봉헌한 성당입니다.

1230년 독일 상인과 기사를 위해 지은 성당으로 당시에 탈린을 보호하는 성벽이

완공되지 않을 때였다는데 이 성당이 요새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1523년 종교개혁이 한창 진행될 때 우상숭배를 금한다고 많은 성당이 파괴되었답니다.

그러나 이 성당만큼은 화를 피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이 성당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군 독일로부터 탈린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에서

러시아의 폭격기가 이 도시를 폭격할 때 이 성당도 그때 폭격을 당해 폐허가 되었답니다.

 

따라서 에스토니아 사람에게는 러시아의 이런 야만적인 폭격에

많은 울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늘이 선택적 결정을 내렸나 봅니다.

탈린을 찾는 많은 여행자는 탈린 시내 전경을 구경하기 위해 이 성당 첨탑에 오른다네요.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에 아주 유명한 고양이가 있지요.

길드에 제명당한 회원이 복귀를 요구하자 거절했다고 길드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자기 집 지붕에 고양이를 올리고 엉덩이를 길드 건물 방향으로 만들어 놓아

소송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있어 유명하지요.

여기 탈린에도 그런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데 여기는 그런 이야기가 없어 전혀 유명하지 않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일이 그런가 봅니다.

크게 볼 것이 없는 조형물일지라도 사연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찾아오지 싶습니다.

우리 눈에 건물 지붕에 올린 고양이 두 마리는 그냥 똑같은 고양이 조형물입니다.

그러나 이곳 탈린의 고양이는 이야기가 없어 어느 여행자나 사진은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만들면 훗날 또 하나의 관광 포인트가 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