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셰의 목욕탕과 루미르와 그의 노래

2017. 12. 28.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체코

성벽 길을 따라 걷다가 블타바 강 아래를 내려다보니 폐허가 된 유적이 보입니다.

리부셰의 목욕탕(Libušina lázeň/Ruins of Libuse's Bath)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이 목욕탕에 나오는 리부셰는 크로크의 셋째 딸입니다.

이곳은 건국신화에 나오는 장소로 리부셰가 그의 연인과 함께 즐겨 찾았던 곳이라 합니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이곳에서 목욕을 마친 후 바위를 하나씩 블타바 강으로 굴렸답니다.

그 뒤 얼마 지나서 그녀의 연인은 모함에 빠져 사형당하게 생겼다는데 그는 말을 타고

그녀가 바위를 굴려 만든 블타바 강 위의 돌다리를 건너 무사히 도망했다고 합니다.

지금 보이는 유적 터는 사실은 목욕탕이 아니고 망루의 흔적입니다.

전설과 현실은 다릅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비셰흐라드 성채도 좋고 성당도 좋지만, 이곳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라

경치 감상에 시간을 빼앗깁니다.

블타바 강과 프라하 성이 멀리 보이는 뛰어난 경치를 즐기며 성벽 위를 산책할 수 있는 아주 멋진 곳입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전망과 호젓한 산책을 함께 할 수 있는 프라하의 명소입니다.

 

특히 카를교 난간에 있는 석상의 원본 몇 점을 보관하고 있는 비셰흐라드 포대(Vyšehradské Kasematy)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죠.

보관하고 있는 곳은 치헬나의 문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우리 말로는 벽돌문이라는 말이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보았던 카를교의 석상은 대부분 모조품이라는 말이네요.

 안으로 들어가려면 개인적으로는 어렵고 가이드 투어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고르리체(Gorlice)라고 부르는 3층 높이의 대형 홀 안에 석상을 모아두었다 합니다.
모두 6개의 성상이 모셔졌다고 합니다.

 

위의 조각상을 보시면 두 사람의 조각상이 보입니다.

자보이와 슬라보이라고 하는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음유시인이라 합니다.

9세기경 프랑크 왕국이 보헤미아 땅으로 진격할 때 숲 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척후병이 있었는데

이가 바로 자보이라는 사람이었다네요.

 

프랑크 왕국은 보헤미아를 점령한 후 종교도 나라말도 모두 프랑크 왕국을 따르도록 했다고 합니다.

자보이는 보헤미아 지방의 여러 부족을 찾아다니며 프랑크 왕국에 대항해 싸워 언어와 민속과 종교도

모두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하프를 들고 노래함으로 모든 보헤미아 민족에게 감동을 주었다네요.

 

모든 보헤미아 부족은 일치단결해 자보이와 슬라보이가 이끄는 두 개의 군대로 나누어

프랑크 왕국의 군대와 일전을 겨루어 결국, 승리했다고 합니다.

이런 전설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조각으로 남겨 여기에 전시해 두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체코 사람이 이곳 비셰흐라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네요.

원래 이곳에 있는 네 개의 조각상은 블타바 강 위에 있는 여러 다리 중

팔라츠키 다리 위에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손상을 입어 수리하는 과정에 아예 보관 장소를 이곳으로 옮겨두었다 합니다.

한마디로 이곳은 우리의 단군 성지쯤으로 생각하는 게 맞지 싶네요.

 

이번에 보이는 석상은 루미르와 그의 노래라는 작품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남자는 체코의 자랑이 음유시인 루미르고 오른쪽 작은 여인으로 보이는 것은

그의 음악을 의인화한 조각이라고 합니다.

 

그는 보헤미아 내의 여러 부족이 서로 총칼을 들고 서로 영토전쟁을 할 때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로 지친 이들을 정서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했던 사람이라 합니다.

 

많은 부족장이 그를 초청해 음악 듣기를 원했다 하네요.

그러나 그런 부족장 중에 포악하기로 유명한 비인간적인 부족장이 있었답니다.

그는 비셰흐라드까지 점령하고 사내와 아이들은 죽이고 부녀자는 겁탈한 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루미르를 초청해 자신의 포악한 행동을 미화시키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했답니다.

그러나 루미르는 그의 제안을 듣지 않고 오히려 리부셰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가 생명처럼 아끼던 악기를 부숴버리고 홀연히 떠나버렸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 후 세월이 흘러 체코의 국민작곡가 스메타나는 귀가 먹어 들리지 않는 노년에

비셰흐라드라는 교향곡을 하나 남겼답니다.

이렇게 시작된 교향곡은 총 6편으로 제목이 바로 "나의 조국"이라는 위대한 교향곡으로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나의 조국이 연주되기 시작할 때 처음 도입부에 나오는 악기가 두 대의 하프라고 합니다.

이 음률이 바로 스메타나가 귀로 들은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들었던 루미르의 하프 소리였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