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는 게토도 있습니다.

2015. 12. 14. 08:00이탈리아 여행기 2015/베네치아

베네치아가 아름다운 것만 아니군요?

TV를 통해 보았던 베네치아나 다른 분의 사진을 통해 보았던 베네치아는 무척 아름다운

곳으로 그런 매체를 통해 우리는 여행을 꿈꾸고는 하지요.

 

그러나 여행이란 그런 상상 속으로만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늘 우리는 이런 곳을 동경하며 여행하지만, 가끔 그곳은 상상 속의 세상이었습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여기도 역시 사람이 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래요.

여행은 현실입니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수로 건너 사는 이웃과 서로 빨랫줄을 연결해 빨래 말리는 그런 풍경으로 보면 말입니다.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모습에서 서로 교감할 수 있지 않겠어요?

조금은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풍경이지만, 이게 베네치아의 속살 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여행이란 먼저 내 문을 열고 남의 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내 문을 잠그고 남의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남이 열어준다 한들 내 문이 잠겨있으면 들어갈 수 없잖아요.

 

편견도 버려야겠습니다.

편견이란 색안경과 같아 나만의 색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색안경을 쓰고 볼 때 다양한 세상의 아름다운 색깔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냥 아무 골목이나 걸었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얕은 바다 석호 위에 말뚝을 박고 흙을 매워 좁은 곳에 살아가다 보니

자연히 골목길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베네치아의 골목길은 두 사람이 서로 비켜 지나가기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베네치아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길 안내 표지판이 늘 있는 걸요.

이런 표지판만 따라가면 리알토 다리도 산 마르코 광장도

아카데미아 미술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길은 이런 좁은 골목길이 아니면 좁은 수로만 있는 곳이 바로 베네치아입니다.

대부분의 집은 출입문을 수로를 향해 내고 그곳으로 드나들었나 봅니다.

수로는 삶의 길이고 그들의 생활이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모든 생필품의 배달은 이렇게 배를 통해 운반되는걸요.

이곳의 택배 회사는 수로를 통해 문을 두드릴 것 같습니다.

생필품뿐이겠어요?

생활 쓰레기도 모두 배를 통해 버려지는걸요.

쓰레기뿐이겠어요?

산모가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갈 때도, 아이를 낳아 집에 돌아올 때도 수로를 이용해 배를

타고 다니며 죽어서 북망산으로 갈 때도 이들의 마지막 길은

장의용 배를 타고 수로를 통해 떠났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베네치아의 모습은 위의 사진처럼 환상적인 모습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외면할 수는 없지요.

두칼레 궁전 앞에서는 이렇게 곤돌라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도 베네치아를 떠나기 전에 곤돌라를 한번 타봐야 하지 않겠어요?

 

베네치아는 늘 많은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이죠.

중세의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고 관광객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해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게 되면 돈을 달라고 하겠지만,

멀리서 찍으면 풍경 속에 저 사람이 찍혔으니 문제 되지는 않겠지요?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그러나 베네치아에서도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외로운 곳도 있습니다.

아름답다는 이곳 베네치아에도 한때 아픈 이야기가 남아있네요.

게토라는 곳.

 

여기 베네치아에도 있습니다.

베네치아 게토가 이탈리아에서는 제일 먼저 생긴 곳이라 합니다.

Ghetto라는 말은 이탈리아에서는 쓰레기 처리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게토는 미국의 빈민가 이야기가 아니라 유대인에 대한 차별로 강제로 격리한 구역을 말한다

하며 처음 생긴 모로코에서는 차별이 심해 심지어는 집과 문 크기조차 제한했다 하지요.

그 후 유럽에서도 유대인의 강제 격리구역이 생겼고 담장을 둘러놓고 밤에는 나오지 못하게

했고 낮에 나오려면 유대인임을 알리는 표지를 달아야 했다네요.

이게 나중에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집단수용과 학살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금 베네치아도 그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여행은 알려진 유명한 곳도 좋지만, 가끔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다 보니 이런 곳도

발견할 수 있어 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유대인이 이렇게 대우받는 일은 아마도 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에 간여했기 때문일까요?

그들이 차별받는 이유는 사실 성공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세상 어디서나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다 보니 유대인 대부분은 늘 잘살기 때문 말입니다.

 

누구나 와보고 싶은 꿈의 도시 베네치아.

그곳에서도 과거의 아픈 역사가 살아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무어인이 지배했을 때 유대인을 중용해 나라와 귀족이 앞다투어

재산과 교육을 맡겼다고 하지요.

 

그 후 기독교 세력이 레콩키스타 운동을 통해 나라를 되찾게 되자 이들을 추방하거나 종교재판이라는

이름 아래 마녀재판을 통해 많은 유대인이 이유도 모른 체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지요?

이런 수치스러운 역사가 나중에 히틀러의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게 되었지 싶네요.

이런 핍박이 유대인을 더 강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살아남기 위한 그들 스스로 교육이 말입니다.

 

세상에 하나의 뿌리로 유대교는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와 함께한다지요?

유대교회를 시나고그라고 한다네요.

예전 스페인 코르도바를 들렀을 때 보기 힘든 시나고그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대교회 시나고그는 아직 이렇게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 어디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나 봅니다.

화려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도 게토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도 별로 찾지 않고 우울한 모습을 한 그런 지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