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스의 밤, 아침 그리고 낮은 다른 풍경입니다.

2015. 11. 17. 09:00스페인 여행기 2014/미하스

지난밤에는 미하스의 밤 풍경은 어떨까 하여 잠시 마을 산책을 하였습니다.

역시 미하스의 밤은 밤대로 아름다웠습니다.

지난밤 보았던 미하스 사진 몇 장 보고 갑니다.

 

아무래도 관광객으로 많은 사람이 북적였던 낮과는 다른 차분한 느낌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밤의 풍경은 낮과는 또 다른 얼굴입니다.

단체여행자 대부분은 낮에만 잠시 들렀다가 다른 지역으로 가버렸나 봅니다.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중해를 따라 많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 지역을 태양의 해변이라는 의미로 코스타 델 솔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이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뜨거운 지역이라는 말일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 창문을 열고 지중해를 바라봅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네요.

저녁노을도 아름답지만, 아침 여명은 노을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닮아 여명은 힘이 느껴집니다.

 

하얀색을 칠한 이유는 이 지방이 여름철 강렬한 태양으로부터 더위를 조금이나마 피하고 싶은 열망의 색입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을을 하얀색으로 칠한 게 오히려 관광객에게는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이기에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나 봅니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칠하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마을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이곳에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사는 사람의 사연은 아름답지 않나 봅니다.

기독교 세력의 이베리아 반도의 주인이 아프리카로부터 이곳으로 넘어와 800여 년 간이나 지배했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자는 운동이 바로 레콩키스타라고 했나요?

 

국토회복운동인 레콩키스타가 마무리되며 그동안 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이슬람교도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은 원래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우리 같은 일반 백성은 말입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노랫말도 있잖아요.

가장 피곤한 사람은 우리 같은 일반 백성입니다.

이곳을 선조가 넘어와 수백 년을 살아가며 여기가 고향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을 것 아니겠어요?

 

아프리카보다는 이곳이 더 살기 좋은 여건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이곳으로 넘어와 산 지 어언 800여 년.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 흩어져 살았던 이슬람 민족은 하나둘 이런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지중해 너머로 고향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이런 산기슭이 좋습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지중해를 넘어 아프리카로 가기 쉽습니다.

 

산꼭대기로 올라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살면 방 빼라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마을이 생겼네요.

이제 여기도 새로운 마을이 생기고 사람 사는 그런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그런 아픈 사연이 있는 마을이지만, 최근에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하얀 집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나둘 모여 오더니만,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 마을 중 한 곳의 이름이 미하스라는 곳입니다.

물론, 미하스만이 아니고 네르하를 비롯한 태양의 해변을 따라 저절로 형성된 모든 마을이 비슷합니다.

 

산을 등지고 앞으로 지중해를 바라보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이렇게 이어진 해안을 따라 태양의 해안이라는 코스타 델 솔이라고 부르네요.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남향으로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모여든 무어족은 여기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마 이런 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나르리 가고파라 가고파....

컥!!! 우리의 가곡 가고파네요.

그러나 여기에 서서 바라보면 정말 이런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그런 마을입니다.

바로 저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왔으니까요.

 

남쪽으로 파란 지중해와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

그리고 하얀색을 칠한 마을.

정말 잘 어울리는 풍경 아닌가요?

 

이런 모습의 마을이 코스타 델 솔을 따라 무척 많다고 합니다.

그중 제법 아름답다고 알려진 마을 중 한 곳이 바로 미하스라는 이름의 마을입니다.

이 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당나귀 택시라고 부르는 미하스의 명물 마차를 타고 마을 골목을 다니는 방법이 있고

아래 사진에 보듯이 힘들고 위험한 암벽 타기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그냥 두 발로 걸어가며 두리번거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골목 구경, 전망대에서 그냥 멍하니 지중해 내려다보기 등 여기는 그냥 멍 때리기 좋은 그런 곳입니다.

마냥 게을러지고 싶은 곳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여기는 지금도 아무것도 할 게 없지만, 더 결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광고 카피가 딱 어울리는 바로 그런 곳입니다.

누가?

미하스에 사는 당나귀가 말입니다.

 

작은 체구에 관광객을 가득 태우고 씩씩거리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저 당나귀 이마에 붙인 표시가 뭔지 아세요?

당나귀 택시(BURRO TAXI)라고 적혀있고 모든 당나귀에는 번호를 적어두었습니다.

저 번호가 바로 차량 번호가 아니겠어요?

 

좁은 골목에 하얀색을 칠한 담장 사이로 걸어가며 담장을 장식한 화분을 바라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하얀 집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 지중해를 바라보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우리 눈에 익은 그런 사진 속의 모습들이 아닌가요?

누구나 카메라로 아무 곳이나 찍으면 그게 작품사진이 아니겠어요?

그냥 아무 곳이나 서서 담장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찍으면 연예인 못지않은 사진이 나올 겁니다.

물론, 우리 같은 늙은 백수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림엽서 속에 나왔던 그런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곳은 그냥 훌쩍 발 도장만 찍고 돌아서기보다는 하루를 머물며 밤의 모습도 보고 가면 좋겠습니다.

힐링이란 바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힐링이 아니겠어요?

여행 중에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그 여행은 이미 힐링여행이 되는걸요.

 

워낙 작은 마을이기에 두 발로 한 시간만 걸어 다니다 보면 거의 마을 구경을 다 하게 되네요.

작은 마을이라 하지만, 미하스는 하얀 마을 중 제법 많은 주민이 사는 큰 마을이라 합니다.

인구가 5만 명 정도의 마을에 투우장도 있는 걸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배낭여행을 두려워 마라.

배낭여행이란 충분히 떠날 가치가 있는 것이라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우리의 여행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