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에스파냐! 국경에서 천사를 만나다.

2015. 6. 29.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다호스

 

포르투갈을 다니다가 오늘부터 스페인으로 넘어와 여행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이야기의 마지막이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보아에서 출발해 에보라 구경을 마치고

포르투갈 국경도시인 엘바스까지 이동했던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엘바스라는 국경도시에 우리는 스페인 바다호스라는 도시로 넘어가야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터미널은 매표창구가 닫혔을 뿐 아니라 전등마저 꺼진 상태였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국경 간 운행하는 버스는 하루 세 편이 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운행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를 따라 터미널 안으로 들어온 세 여인이 있어 그녀에게 위의 사진에

어렴풋이 보이는 저 멀리 있는 곳이 바다호스냐고 물었지요.

그녀는 우리에게 바다호스로 가려고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우리 목적지가 바다호스라고 하니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처음에 그 말을 오늘은 버스가 운행하지 않기에 함께 택시 합승을 하자는 말로

알아들었는데 그 여성이 울 마눌님을 보지 못하고 그쪽은 세 명의 여성이니까

나까지 넷이서 택시 합승 말입니다.

택시 합승은 불가능하기에 난 울 마눌님과 함께 가야 하고

바다호스까지 걸어가도 괜찮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오늘은 날씨가 덥고 멀다고 너무 힘들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택시는 너무 비싸니 함께 가자고 하며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럼 택시를 타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간다는 말입니까?

혹시 다인승 승합차를 불러 타고 가자는 말인가요?

아니면 같이 걷자는 말인가요.

걷는 일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길을 두 발로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일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꿈같은 일이 아니겠어요?

울 마눌님을 부르니 그곳에 있던 택시 기사들이 우리를 보고 뭐라고 큰 소리로 떠드네요.

분위기로 보아 기분 좋은 소리가 분명 아닙니다.

우리가 무슨 일인가 하여 돌아보니까 그 여인들은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말고

 그냥 가자고 하며 잡아끄네요.

 

 

위의 사진이 그 여성들을 뒤따라가며 순간적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혹시 佳人이 여성들에게 납치라도 당하면 근거 사진이라도 남길까 하고 말입니다.

이제 함께 걸어서 국경을 넘어갈까요?

아니면 납치를 당하는 걸까요.

그런 우리의 운명은?

 

 

오늘은 엘바스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여성 세 분을 따라나섰던 이야기부터 시작하렵니다.

우리 부부는 그 여성을 따라 터미널을 빠져나와 터미널 바로 아래에 있는

슈퍼마켓 주차장에 들어섰습니다.

그곳에는 그녀들의 승용차가 서 있습니다.

 

 

이제 모든 의문이 풀리네요.

유괴도 아니고 다인승 승합차나 택시 합승을 하자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부부를 자기들 승용차에 태워주려고 그랬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버스도 없는 터미널에서 크나큰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그녀들은 진정 날개를 감춘 국경의 천사들이었습니다.

 

 

운전은 어머니가 하고 앞자리에 佳人이 앉게 되며 차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녀 셋은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3대로 딸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어머니는 약간 영어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그들은 포르투갈에 쇼핑을 다녀오는 길이라 합니다.

두 나라를 연결하는 국경 도로는 이처럼 가로수도 없는 곧게 연결된 직선 길이었습니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라 물건이 더 싸면 이렇게 국경을 넘어 쇼핑 다니나 봅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며 그녀들은 앞에 앉은 우리 부부를 보고 틀림없이

바다호스로 가는 여행객으로 알았다 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런 국경도시에서는 평생 한 번 볼 듯 말 듯한 늙은 동양인 부부가 아니겠어요?

차림새도 여행객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오늘은 버스 운행이 없는 날이기에 자기네 차로 태워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부부를 따라 일부러 터미널 대합실로 들어왔다 합니다.

안 그러면 끈끈이 같은 택시 기사의 손아귀에서 당한다고 생각되었답니다.

그리고 오늘은 버스도 없고 더군다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버스 운행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니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우리 상식으로 여행하다 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함께 차를 타고 가며 그녀의 어머니는 우리가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네요.

그렇다고 하니 한국인으로 짐작했답니다.

이런 곳에서 만난 동양인을 첫눈에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다니...

그 이유로는 한국인 의사에게 허리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느낌이 동양인 부부가

한국인으로 생각되었답니다.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한국인 한의사에게 침술을 받은 게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우리에게 오늘 숙소는 어찌했느냐고 묻습니다.

자기네 집이 넓으니 함께 가자고 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국경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호의까지 베풀려고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폐까지 끼칠 수는 없어 숙소를 이미 정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틀림없이 우리 부부를 강제(?)로 납치해 집으로 데려가 재웠을 겁니다.

 

 

사실은 오늘 일정이 정확하지 않아 엘바스와 에보라에 바다호스까지 호텔 검색은

모두 마쳤지만, 숙소는 몇 곳을 보아두었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우에 따라 아무 곳이나 직접 찾아가 결정하려고 생각하고 움직였지요.

원래 우리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일정을 짜고 움직이되 확실하지 않은 곳은

수시로 바꾸며 다니는 타입입니다.

이번에는 숙소를 어디로 정하였냐고 또 묻습니다.

 

 

미리 검색했던 호텔 이름을 알려주니 그곳의 위치를 안다고 그 호텔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는데 거짓말이 탄로 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사실, 걸어서 국경을 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미 우리는 까미노를 걸어왔기에 이 정도의 거리는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며 국경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지요.

국경은 차를 세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곳은 인도가 없어 위험하고 차를 세우지 못하니 국경선을 조금 더 지나 내려주겠다고

하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에스파냐 0.5라는 간판은 스페인 국경까지

500m 남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가르는 국경선입니다.

오른쪽 귀퉁이에 강이라는 입간판 표시가 보이잖아요.

사실은 여기서 내려 걸어서 국경통과를 하고 싶었으나 인도가 없고 갓길이기에

위험하며 갓길로 걸어갈 수는 있지만, 워낙 차가 고속으로 다니는 길이라

안전을 염려해 세워주지 않았나 봅니다.

 

 

올라! 에스파냐~~

드디어 스페인 지역인 바다호스로 진입합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길 위에서 천사를 만났고 천사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국경을 넘어 스페인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그 천사 삼 대는 우리와 더 오래 하지 못해 아쉽다며 헤어지게 되었네요.

무모한 시도였지만, 이런 행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천사는 날개를 감추고 다니나 봅니다.

아무리 날개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내 아가씨는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얼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오래전 우리가 재미있게 보았던 외화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미국판 전원일기라고 해야 할까요?

"초원의 집"이라는 드라마에 막내딸인가 하는 로라 역으로 출연했던

그녀의 모습처럼 느껴지네요.

좌우지간 우리 부부는 고마운 사람을 만나 무사히 스페인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었으며

즐거운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정보가 없다고 포기했더라면 이런 행운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오늘 저분들은 커다란 선업을 쌓았습니다.

그런 선업이 쌓여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佳人도 이런 선업을 쌓고 살아가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닌가요?

佳人이 그동안 쌓은 선업이 오늘에서야 그 보답을 받았다고요?

설마 그럴리가 있겠어요?

佳人은 단언컨대, 날개도 없는 걸요.

 

 

그녀는 강제로 佳人의 소매라도 잡아끌어 자기네 집에서 하루를 머물게 하고 싶었지만,

소매를 잘못 잡으면 소매치기로 오해할 수 있어 포기했을 겁니다.

정말 헤어질 때 서운해하는 눈치였어요.

그녀들이 떠나자 우리 부부는 시내 방향과는 반대로 국경 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위험한 길이기에 국경의 다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먼발치에서나마 보고 싶기 때문이죠.

 

 

지도를 통해 다시 보면 국경은 사진 왼편의 Caya 강을 경계로 나누었네요.

국경을 중심으로 두 나라는 무척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내린 로터리 부근이 어딘가 궁금해 위성지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포르투갈은 그냥 나대지로 두었고 스페인은 아웃렛으로 보이는

 대형 건물이 들어서 번화가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부근을 걷는 사람은 우리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런 곳입니다.

 

 

이제 바다호스 중심가를 향하여 걸어갑니다.

구시가지까지는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역사지구로 가는 방향표시로 보아 맞게 가나 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는 이런 길을 걷는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줍니다.

 

 

이제 바다호스 가운데로 흐르는 과디아나 강을 건너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갑니다.

왼쪽으로 아주 오래된 다리가 보이고 저 멀리 언덕 위에 성채가 보이네요.

저 성채는 아마도 스페인에서는 알카사바라고 하는 시타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벌써 한 시간을 걸어갑니다.

날씨가 정말 뜨겁습니다.

지금까지 북부지방과 포르투갈 날씨는 덥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여기는

따갑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피부가 따끔거리기까지 하네요.

에스트레마두라의 태양은 무척 강합니다.

 

 

정말 엘바스에서부터 걸어왔다면 아마도 중도에서 탈진해 쓰러져

국경의 귀신이 되었을 듯하네요.

세상에...

이 지방의 날씨를 과소평가했습니다.

 

 

그러면 佳人의 뼈는 아침에 보았던 상 프란시스쿠 성당에 최초의

외국인 뼈로 헌납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영혼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국경을 오르내리며 지냈을지 모르겠네요.

 

 

지도를 통해 걸어온 길을 더듬어 봅니다.

바다호스를 감싸 안고 흐르는 과디아나 강은 스페인에서는 제법 큰 강인가 봅니다.

두 개의 강이 이곳에서 합쳐 큰 강을 이루었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제 시내로 들어가 오늘 묵을 숙소부터 구해야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돌아다니기 편리한 구시가지 안에 있는 숙소를 구하려 합니다.

아까 그 여자분이 권한대로 그 집에 가서 잘까 그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