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로모우츠의 성 삼위일체 탑

2013. 12. 19. 08:00동유럽 여행기/체코

이 도시에 모두 7개의 분수가 있다는데 시청사 광장에만 3개나 있답니다.

무슨 분수의 도시도 아니고...

올로모우츠로 여행을 오는 사람은 분수 투어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어요?

주로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분수네요.

그냥 분수구나 하는 것보다는 그 분수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구경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우리 기억에 분수의 지존은 로마의 트레비 분수일 겁니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에 나온 그 분수 말입니다.

분수 앞에서 뒤돌아서 어께 너머로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로 온다고 분수도 모르고

동전 던지는 헛소문이 있는 그 분수요.

물론, 여기에 있는 분수는 자기 분수를 알아서 크기나 섬세함에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네요.

 

이번에 보는 분수는 아리온 분수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분수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지요?

대부분의 분수는 중세의 분위기를 살려 주로 신화 속에 나오는 모습으로 만들었잖아요.

여기에 있는 분수는 난해합니다.

거북이도 보이고 그 등 위로는 큰 나무가 자라고...

 

아리온 분수는 1995년에 시작해 2002년에 만든 분수라 최근에 만들었기에

앤틱 하지 않다는 게 다른 느낌이네요.

저기 분수 오른쪽에 보이는 돌고래를 레슬링 경기에서 본 감아돌리기의 모습은 또 무슨 의미인가요?

돌고래와 사람의 인연은 오늘 이야기 제일 끝 부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분수 앞에도 청동으로 만든 거북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분수에서 가출한 거북이인가요?

이 거북이는 창의적인 조각가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선물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그러니 분수를 만든 사람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만들었다는 말이네요.

 

그런데 거북이 등을 자세히 보면 등껍질을 타고 오르는 작은 거북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보았을 때는 무당벌레인지 알았다니까요?

악어와 악어새도 아니고...

이 먼곳까지 달려와 새끼손톱의 반만 한 크기의 거북을 본다는 게 여행인가요?

 

거북의 등에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눈을 크게 뜨고 반대편을 보면 이번에는 사람 얼굴이 보입니다.

여기에 새긴 사람 얼굴은 유명한 성인들의 얼굴이랍니다.

아주 작게 만들어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네요.

 

누가 뭐라고 해도 호르니 광장의 슈퍼 갑은 성 삼위일체 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로모우츠의 꽃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꽃처럼 활짝 핀 모습이네요.

 

삼위일체 탑은 기둥의 높이가 35m로 아마 중부 유럽에서는 가장 높은 삼위일체 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중부 유럽에서는 바로크 양식의 작품으로 가장 크고 웅장하고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네요.

 

그래서 올로모우츠 바로크라고 부른답니다.

모라비아 지방의 저명한 예술가인 온드레이 자흐너와 올로모우츠의 예술가와

장인이 참여해 만든 작품이라 합니다.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고 보아도 지금까지 보아온 몇 개의 삼위일체 탑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걸작입니다.

佳人 입에서 걸작이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나왔습니다.

예술에 무지한 佳人이 이래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유인가요?

2000년에 이 탑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합니다.

 

1754년에 만든 탑으로 제법 오래된 아주 멋진 탑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12 사도가 조각으로 새겨졌고 석주 입구에는 베드로의 반신상도 보입니다.

아래는 탑의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오늘은 닫혀있습니다.

 

중간 부분에는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로 보이고 제일 높은 곳에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조각으로 새겨놓았고 그 아래는 30년 종교전쟁 때 올로모우츠의 감옥에서 순교한

성 요한 사르켄더를 비롯해 올로모우츠 역사와 관련이 깊은 많은 성인을 조각으로 남겨놓았답니다.

 

삼위일체 탑을 만들게 된 이유는 중세 유럽을 공포로 몰아갔던 흑사병 때문이라 합니다.

페스트로 알려진 흑사병이 끝나자 하늘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도시마다 앞다투어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이었던 흑사병이 만든 위대한 예술작품이라는 말인데...

 

올로모우츠는 작은 도시지만, 프라하 다음으로 많은 유적이 있는 곳이라 합니다.

이제 올로모우츠 구경을 모두 마치고 체코국경을 지나 폴란드 크라쿠프 지방에 있는

홀로코스트의 현장인 오시비엥침으로 갑니다.

우리에게는 오시비엥침이라는 이름보다는 아우슈비츠라는 지명으로 더 유명한 곳이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리온이란 그리스의 전설적인 서정시인으로 리라라는 악기 연주에 재능이 대단한 사람인데

어느 날 시칠리아와 그리스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청중은 고마움의 표시로

많은 금은보화를 건네주었다 합니다.

돌아오는 도중에 배를 타게 되었는데 뱃사람들은 그가 가진 보물을 탐하여 그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다는데 그러나 아리온은 죽기 전에 마지막 연주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부탁은 받아들여졌답니다.

 

아리온이 연주하자 그 연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애절한지 물고기가 모여들고 새들이 모여들어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했답니다.

노래와 연주가 끝나자 뱃사람은 아리온을 풀어주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은 아리온은

스스로 몸을 던져 물에 뛰어들자 돌고래 한 마리가 어느새 나타나 아리온을 등에 태우고는

쏜살같이 고향 코린트로 데려다주더랍니다.

그런데 아리온을 태운 돌고래는 배보다 먼저 고향 코린트에 도착했고 그의 친구인

코린트의 전제군주 페리안드로스는 자연히 배 안에서의 사건을 알게 되었다네요.

 

신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착한 돌고래를 기억하고자 하늘에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데

그게 바로 지금의 돌고래자리가 되었고 그가 연주한 악기는 리라는 거문고자리가 되었다는

전설의 고향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연을 여기 시청사 광장에 아리온 분수를 만들어 그때의 이야기를 만들어 놓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