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노의 새벽 시장.

2013. 12. 16. 08:00동유럽 여행기/체코

어제는 아름다운 색의 마술과도 같은 체스키크룸로프라는 예쁜 마을 구경을 했습니다.

오늘은 올로모우츠라는 작은 마을로 갑니다.

어제저녁에 버스를 타고 올로모우츠까지 오지 못하고 중간지점인 부르노라는 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워낙 먼거리이기에 올로모우츠까지는 갈 수 없었나 봅니다.

 

저녁 식사는 호텔에 도착해 먹었는데 메뉴는 감자가 곁들인 송어요리를 먹었습니다. 

체스키크룸로프를 오후 6시가 넘어 출발해 호텔에 밤 9시 40분에 도착해 10시에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시각이 한국시각으로 새벽 5시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식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말이네요.

 

그런데 함께 온 일행의 얼굴을 보니 저녁 식사가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입니다.

왜 아니겠어요.

 

오밤중에 식사한다는 말이니 제대로 식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접시에 담긴 저녁을

반도 먹지 못하고 남겨버렸습니다.

이 호텔은 한국사람은 저녁 식사를 대부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소식하는 민족으로 알겠어요.

 

그러나 내일 아침에 한번 두고 봅시다.

대한민국 사람의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기절할 겁니다.

 

시차 적응이 어려운 동유럽 여행이기에 식사와 숙면은 참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여행기간 내내 이런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나중에 조금 적응할라치면

우리나라로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또다시 이곳 시간과 혼동이 생겨 한동안 멍하게 지날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이 호텔이 아주 멋진 호수 옆에 있더군요.

휴대전화의 지도를 통해 GPS를 연결해 위치확인을 하니 우리 숙소가 바로 호수 옆입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 호수라도 걸어 보려고 했지만, 안개가 자욱해 밝아진 후에야 그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네요.

 

그리고 호텔 방에서 창을 통해 내려다보니 호텔 뒷마당에는 마을 주민이 여는 새벽 시장도 열리고요.

꿩 대신 닭이라고 호수 구경은 포기하고 잠시 내려가 새벽 시장 구경을 합니다.

미안합니다.

마을 주민이 닭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방인이 나타나자 직접 수확하고 짠 생과일주스도 내밀고 빵도 먹어보라 하고

치즈에 햄도 맛보라고 건네줍니다.

 

아침 식사 전이기에 애피타이저로 아주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꽃 파는 아가씨는 왜 이리 예쁜 겁니까?

팔등신 미인으로 꽃보다 더 예쁘더군요.

 

체코 사람들도 마늘을 먹나 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 외국에 가면 김치에 들어간 마늘 냄새 때문에 무척 곤욕을 치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 체코에서는 괜찮은 겁니까?

 

오늘 구경할 올로모우츠라는 도시는 모라비아지방의 중심도시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부근이 바로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의 연합군과 제대로 붙은 전투지역이라 하더군요.

오늘 가다 보면 어디 백마 탄 나폴레옹 귀신을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포의 빨간바지를 입은 키 작은 사내 말입니다.

 

이 넓은 들판에 하얀 말을 탄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정복할 야심을 지니고 침략전쟁에 나서 바로 이 들판에서

연합군과 크게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 합니다.

대포 소리 요란하고 말 울음소리와 독전하는 나팔소리가 어우러져 이 들판에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벌어졌을 겁니다.

실제상황으로 말입니다.

1812년경에 말입니다.

 

 공연히 그런 상념에 빠지니 어디선가 대포 소리가 들리고 나팔소리도 들립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나폴레옹 귀신도 보고 환청도 들립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佳人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원래 이상한 사람이라고요?

 

그 전투의 현장이었던 들판 한가운데 고속도로 있고 바로 고속도로 옆에 그때를 상기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이

대포와 함께 조형물로 만들어졌는데 차가 순식간에 지나는 바람에 나폴레옹의 조형물은 찍지 못했습니다.

조형물은 부루노에서 올로모우츠 가는 방향으로 보면 왼쪽 창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놀라운 속도로 엄청난 양을 해치우고 모두 행복한 얼굴로 버스에 오르니 아침 8시 10분입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나 올로모우츠라는 도시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도시에 도착해보니 다니는 사람도 없고...

무슨 서부극에 나오는 무법자들의 도시인 황량한 마을처럼 생각됩니다.

사람이 사는 큰 도시가 분명한데 거리에 사람 모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길거리에는 정신 사납게 트램이 다니는 전선만 복잡하게 얽혀있네요.

 

올로모우츠는 모라비아의 숨은 진주로 묻힌 보석이라 합니다.

말을 보석이지만, 시내 길바닥은 모두 돌바닥이네요.

그러나 도시의 모습은 아주 오래된 영화 세트장처럼 중세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왜 숨은 진주라 하는지 알겠습니다.

 

올로모우츠라는 도시는 우리 눈에는 작은 소도시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 지방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합니다.

그래 봐야 체코의 전체 인구가 서울 인구보다도 적으니...

인구수로 따져 우리와 비교하면 작은 도시겠지만 말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올로모우츠는 아주 조용한 그런 도시였습니다.

머리를 다소곳하게 숙인 마치 새색시 같은 조용하고 단정한 그런 모습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울 마눌님은 새색시가 아니고 이제 할머니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올로모우츠는 신교와 구교 사이에 벌어진 30년 전쟁 때 도시 전체가 큰 피해를 당했다 합니다.

그 뒤 스웨덴군이 또 이 마을을 점령하며 젠장...

이번에는 더 처절하게 부숴버렸다네요.

당시 가톨릭 교회뿐인 이곳에 신교를 옹호했던 스웨덴이 아니었나요?

사랑을 신봉하는 종교가 서로 격돌하면 더 잔인하고 무섭나 봅니다.

 

그 뒤 18세기에 들어와서야 하나씩 복구되기 시작해 지금은 아주 오전 옛 마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하네요.

현재의 모습은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여러 가지 양식의 건물이 어우러져

마치 건축사의 유형을 모두 볼 수 있는 박물관과 같은 곳이라 합니다.

 

올로모우츠라는 도시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더 보고 갑니다.

 

우리 일행 외에는 거리를 걷는 사람도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 시각이 한창 바쁘게 다닐 시간이지만...

이곳은 정말 서부개척시대의 한적한 그런 모습이네요.

 

그러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부동산 소개소가 보입니다.

매물로 나온 집이 있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은 위에 보이는 전화번호로 전화하셔서 문의 바랍니다.

 

시내 교통은 트램이라는 전차가 전부인가 봅니다.

트램 외에는 다니는 차도 사람도 보기 어렵습니다.

내일은 올로모우츠에서 가장 볼 만하다는 백색 교회와 시청사와 그 광장에 있는 삼위일체 탑을 구경하렵니다.

 

오늘 이동하고 숙박한 곳입니다.

지도를 통해 위치 파악을 하면 이동하는 경로를 알 수 있습니다.

체코에서 프라하 구경을 하고 남쪽에 있는 체스키크룸로프라는 작은 중세 마을을 구경하고 올로모우츠로

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부르노라는 도시에 숙박하고 아침에 다시 출발해 올로모우츠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부터 올로모우츠를 구경할까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체코는 인구가 작아 프라하를 빼면 지방도시는 무척 조용하고 한가해 보입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좁은 땅에 워낙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서 그런가

이런 한적한 모습이 조금은 낯설어 보입니다.

사람은 이런 한가한 모습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