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2014. 2. 24. 08:00동유럽 여행기/크로아티아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오늘처럼 물안개 피어오르는 날의 모습은 정말 우리가 꿈꾸던 그런 모습이 아니겠니?

플리트비체는 늘 여기에 있지만, 이렇게 날마다 시간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그래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우리도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니?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쉬운 것을 추구하고 이익되는 편에만 서려하고 편한 길로만 가려고 한단다.

그러나 그런 생활은 우선은 좋아 보이지만, 발전이 없고 우리가 살아가는 중에 삶의 의미가 없는 일이란다.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니면 어떠하니?

지나가는 길손이 바라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간들 플리트비체는 슬퍼하지 않는단다.

세상에 슬퍼하는 것과 기뻐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 아니겠니?

 

여름철 뙤약볕에 한줄기 소나기가 그리워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무심한 가을 단풍이 팔랑 거리며 떨어진다 해도 자연은 언제나 하늘을 탓하지 않는단다.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단풍이 곱게 물들고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면 그게 무릉도원이 아니겠니?

그냥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길을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바로 보고 가자.

물안개는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피어오르다가 해가 더 높이 떠오르면 울먹이다 그렇게 사라진단다.

 

바람불면 꺼질세라 가슴속 깊이 촛불 하나 켜놓듯이

언제까지나 그렇게 우리 마음속을 따뜻하게 밝혀두자꾸나.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구름이 언제 걷혔는지 언제 지나갔는지

그리고 그 후 어찌 되었느냐고.

구름은 아무 말도 없이 혼자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그렇게 흘러갔나 보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와 나비를 동무 삼아 하하 호호 우리 함께 사는 동안 즐겁게 지내면 되지 않겠니?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그리고 가던 길 멈추고 살그머니 뒤돌아보며 물어보자.

사랑이 언제 저만치 지나갔느냐고 그리고 그 후 어찌 되었느냐고.

사랑은 내 가슴에 노크를 똑똑하며 수줍은 듯 살포시 웃고는 벌써 저만치 달아나 버렸나 보다.

 

세상을 혼자만 아름답게 만들며 살아온 플리트비체는 아리도록 아름다운 곳인가 보다.

세상과 동떨어져 외롭게 살다가 이제 겨우 세상을 향해 빠꼼이 문을 열었나 보다.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하늘에서 안개비 살짝 내려 여기 작은 들꽃 위를 촉촉이 적셔놓고는

언제 비가 내렸느냐고 시침이 뚝 떼고는

벌써 저만치 먹구름은 흘러가고 말았구나.

 

안개, 바람, 햇빛, 구름, 나비, 잠자리, 들꽃, 단풍, 폭포, 호수, 산과 시냇물 그리고 하늘....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들을 우리 함께 모두 껴안고 함께 살아가면 어떻겠니?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여행 중에 비가 내리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이 아니겠니?

추적 거리는 비를 맞으며 여행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머물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겠니?

세상이 좋은 날만 있으면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좋겠지만, 그것은 공평한 일이 아니란다.

 

오늘같이 안개가 내려앉아도 많은 안개가 내리지 않아 다니기에 얼마나 행복하니.

비록, 내린 안개가 살짝 얼어붙어 미끄러질 뻔 해도 조심조심 걸어가는 일도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란다.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비록 우리가 꿈꾸어 왔던 그런 세상의 아름다운 꿈이 깨어져 버렸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혼자 꿈을 지킨다고 지켜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세상은 늘 그렇게 변해가는 게 아니겠니?

 

세상은 비록 그 꿈이 사라졌다 해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또 다른 희망을 품어보면 어떻겠니.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아빠가 보았던 플리트비체의 모습을 모두 담으려고 했지만, 능력의 한계로 더 많은 것을 담지 못했구나.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는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다.

열심히 보고 느끼려고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겠니?

 

플리트비체는 아빠가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단다.

다만, 어떤 한국인 부부가 플리트비체를 살펴보려고 여기저기 돌아보았다는 것을 알 뿐이란다.

 

아들아!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바라보자.

오늘 같은 날 이곳에 무지개 하나 떴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셋이서 함께 바라보고 아름다운 꿈 하나 꿀 수 있지 않겠니?

꿈이 없는 세상은 정말 재미없는 세상이란다.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곳 플리트비체에 무지개 하나 떴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무지개가 없어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여기니 그것 또한 욕심인가 보구나.

 

아들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너를 걱정하며 세상을 살아왔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는 네가 우리를 염려하는 시간이 되었구나.

세상은 너무 빨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나 보다.

항상 어린아이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세월이 우리 사이를 그렇게 만들어 버렸구나.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더 많은 재물을 소유하기 위해서 곳간을 채우고

어떤 사람은 더 큰 명예를 얻기 위하여 고생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새롭고 독특한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는 꿈을 꿉니다.

비록 그 꿈이 그냥 꿈으로 그칠지언정 소중한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마음에 생각하는 그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상 어떤 것으로도 마음을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한없이 넓어 그것을 모두 채우고 살 수는 없습니다.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더 알고 싶어 지고 보고 싶은 게 세상이 아닌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한 뼘 밖에 되지 않는 佳人의 작은 가슴에 품고 싶은 게 무에도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한주먹 크기의 손으로는 또 무에도 잡고 싶은 게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그리고 아름답게 산다는 것도

이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가질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게 모두 탐욕이었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이렇게 아들과 우리 부부는 함께 아름다운 플리트비체를 걸었습니다.

비록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함께했던 그곳이 아름다운 자연 속이라 더 행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에 머물면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이곳에 머물다 보면 오욕(五慾)은 내려놓고 칠정(七情)은 멀리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를 떠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면 아웅다웅 또 그렇게 사납게 살아가겠지요.

누가?

佳人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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