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을 아십니까?

2013. 9. 16. 08:00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오늘 쑹판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파란 하늘일까요?

촉견폐일이라고 쓰촨 날씨는 늘 흐려 개마저도 해가 뜨면 짓는다고 하잖아요.

쓰촨의 개가 여기에 오면 환장할 것 같습니다.

온종일 하늘만 바라보고 짓다가 지쳐 죽을 겁니다.

 

이곳은 중원과 중원의 서쪽을 잇는 접경지역이기에 대규모 역참이며 차마호시가 열렸던 곳이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서로 물건을 가져와 이 마을에 모여 서로 물물교환을 했을 겁니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물씬나는 그런 마을입니다.

 

 

당시 쑹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어 여기 올려봅니다.

아마도 1903년의 쑹판 성안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말이나 소가 있으면 더 많은 물건을 싣고 다녔겠지만, 그런 말을 살 돈이 없는 덜수는 이렇게 직접 등짐으로 지고

물건을 날랐을 겁니다.

 

인간의 삶...

이때의 삶은 정말 퍽퍽했을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었을까요?

 

아닌가요?

그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사랑이 싹트고 사람의 아름다움을 느꼈을 겁니다.

그레서 인간은 위대한가 봅니다.

 

그들의 땀 냄새가 나고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는 모습입니다.

불과 100여 년 전에 말입니다.

지금이야 대형화물트럭으로 고속도로로 씽씽 달려 대량으로 운반하겠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 사람의 힘으로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이렇게 힘들게 날랐네요.

 

여기가 어디입니까?

해발 2.850여 m나 되는 높은 곳이 아니겠어요?

그냥 걷기도 숨이 차고 힘든 곳을 저렇게 등짐을 지고 다녔습니다.

우리의 덜수가 말입니다.

 

남문 밖에 만든 월성 외부의 성문입니다.

지금은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래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화려한 성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돌을 마치 떡을 주무르듯 예쁘게 조각했네요.

인간은 가장 비인간적인 전쟁을 대비해 만든 문을 이렇게 환장하리 만치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도 문성공주와 송찬간포의 이야기를 하렵니다.

이제 두 사람의 혼인으로 젊은 남녀는 물론 토번과 당나라도 밀월 관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밀월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디 사랑만 하고 삽니까?

 

집이 있다고 어디 사람이 맨날 사랑만 하고 살아간답니까?

먹어야 하잖아요.

이제 문제는 한 곳에 머무르려면 먹을 게 있어야 합니다.

토번이 유목민족이라 지금까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며 살았기에 농사짓는 법을 모릅니다.

 

공주는 다시 책과 함께 데려온 농사기술자에게 농사짓는 법을 토번 모든 사람에게 알려 줍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으려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농사에 제일 조건인 비가 중원과 비교하면 이곳은 많이 내리지 않습니다.

원래 중국의 만리장성이라는 게 농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게 바로 강우량에 따른 쌀농사 한계점이라는

의미이기에 절묘하게도 바로 만리장성 위로는 쌀농사가 되지 않는 기후조건이라는 말이지요.

 

여기에서 문성공주는 처음으로 문제에 봉착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토번에서 물 부족이 심각하기에 적게 내린 빗물이라도 저수지를 만들어 가두어야 하고

또 그 물이 농토로 골고루 흘러들어 갈 도랑을 만들어 물을 이용하는 기술부터 가르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기다린다는 일은 진정한 농사꾼이 아니잖아요.

 

그때까지 씨앗을 뿌릴 줄만 알았고 제대로 관리할 줄 몰라 수확량이 적었지만,

뿌리는 방법부터 비료를 주고 김을 매며 정성껏 돌보는 일부터 가르치니

수확할 때는 먼저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수확을 하게 되자 먹거리도 풍부해집니다.

 

우리말에도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 문제가 풍족하게 변하자 사람들의 인성마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자기 가족끼리만 먹었지만, 이제는 이웃과도 함께합니다.

 

주거문제와 먹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번에는 입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문화생활로 접어드는 문턱인 셈이겠죠.

입는 일이란 그냥 걸치는 게 아니라 어떤 것으로 어떻게 입느냐부터 어떤 색깔의 옷을 입느냐도 포함되지요

 

여자들에게 누에치기부터 비단 짜는 일까지 문성공주는 직접 몸소 알려주니

토번의 모든 여자가 앞서 배우기를 청합니다.

이제 토번의 의식주 문제가 완벽히 개조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말에도 옷이 날개라 합니다.

더군다나 여자에게 예쁜 옷이란 성격마저도 바꾸는 일이지요.

 

그러면 의식주가 모두 해결되니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지금까지 양가죽이나 야크 가죽으로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으나 냄새도 심하고

특히 여름에는 더워서 입을 수 없습니다.

자주 세탁할 수 있겠어요?

건강상에도 몹시 나쁜 옷입니다.

 

그래서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쳐서 실을 짜고 그 실로 천을 만드니...

세상에 그렇게 못났다고 생각한 여인들도 옷이 날개라...

곱디고운 아름다운 천으로 예쁜 옷을 지어 입으니 토번의 여인 모두가 미인이 아니겠어요?

물론 몇 사람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원래 토번사람은 키도 크고 비만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야말로 쭉쭉 빵빵인 여인들이었지만, 냄새나고 더러운 가죽옷을 입고 꾀죄죄하게 살다 보니 미워 보였지만,

사실 대단한 미녀들이지요.

 

원래 북방 기마민족은 비만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골격이 크기에 키 또한 크지요.

지금 중국도 북방계열의 사람은 키가 무척 크고 남방 민족은 자그만 한 아담 사이즈입니다.

 

이로써 모든 토번 사람이 공주를 찬양하고 감사하게 되며 지금까지 문성공주는 토번에서는

신과 같은 반열에 추앙받고 있답니다. 

그런데 사람이 어디 의식주로만 살아갑니까?

배부른 돼지로 살아가는 일은 동물들이나 바라지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지금처럼 오락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라 음악을 가르치고 글을 가르쳐 문학을 입에 올립니다.

 

이게 바로 문명인으로 가는 길이지요.

이제 토번 사람이 장한가를 읊조리고 백거이를 논합니다.

이백의 시가 어떻고 왕유의 시가 어떻다고 인물평부터 입에 올립니다.

이래도 되겠습니까?

 

게다가 수시로 장안으로부터 서적과 다른 유용한 기자재를 라싸로 실어 나르니 한번 이런 행차가 있을 때마다

라싸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새로 막 도착한 장안의 유행이 라싸를 중심으로 토번 곳곳을 휩씁니다.

싸이의 말춤이 장안에서만 유행했나요?

 

이런 것을 뭐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이건 장안 스타일~"

 

이로써 당과 토번은 서로가 행복한 밀월을 즐기게 됩니다.

밀월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나라 사이도 밀월 관계가 일어나기도 하지요.

 

당은 서쪽이나 북쪽의 오랑캐로부터 침략에서 해방되었고 토번은 중원의 앞선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니 좋고...

이게 바로 윈-윈이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니라 사위 좋고 장인 좋고입니다.

세상은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제일 관계가 좋아지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가 가장 원만하고 좋은 관계가 형성되지요.

그러니 이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불만이 쌓이고

관계는 멀어지게 됩니다.

 

오늘 佳人은 시간이 멈춘 곳에 우두커니 서서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그때를 회상합니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엉뚱한 생각인지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