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녀는 천사표 문성공주

2013. 9. 13. 08:00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송주는 예전부터 중원과 티베트를 잇는 차마고도의 중요한 역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예전부터 차마호시(茶馬互市)의 땅이라 불렀다 합니다.

역사적으로 송주초원에서 말과 양 등을 기르는 목축업이 성행했고 곡식의 재배가 어려운 곳이라

유목생활을 하던 장족은 주로 고기와 유제품을 먹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기름기 많은 음식은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차를 마셔 비타민 공급도 필요했을 겁니다.

중원의 정권은 중원을 다스리기 위해 전쟁에 필요한 말이 필요했는데 이 지역의 말이 힘도 좋고 유명하기에

서로 필요로 하게 되었겠지요.

그러다 보니 차와 말을 교환하는 장사가 아주 성행했을 겁니다.

이런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었을 겁니다.

물론, 슈퍼 갑이라는 횡포도 없었을 것이고요.

 

척박한 곳 이곳 쑹판은 비록 변방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서로의 필요 때문에 자연히

상업무역의 중심지로 변했을 겁니다.

이렇게 주변의 민족이 서로 모여들다 보니 지금처럼 작은 고성 안에 한족은 물론, 장족, 강족

그리고 회족까지 모여 살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장터라는 게 어디 물건만 사고파는 곳입니까?

이곳을 통해 문명도 오고 가고 사랑도 오고 갔을 겁니다.

덜수와 덜순이도 이곳에서 서로 눈이 맞아 아름다운 사랑을 했을 것이고요.

 

작은 고성 거리를 걷다 보면 각 민족마다 저만의 의상을 입고 다니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인정하고 살아가기에 서로 존중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고 민족마다 고유한 풍습과 생활양식을

이해하다 보니 아직 눈에 보이는 갈등이나 다툼은 없나 봅니다.

 

갈등이란 나만의 시야로 보고 판단하려 함일 겁니다.

내 생각에 상대를 강제로 맞추려는 마음에서 갈등이 시작할 겁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는 갈등이 자라지 못할 겁니다.

 

고성 안, 한가운데로 민강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북으로부터 성밖을 흘러내려온 민강은 동문을 지나며 이렇게 성 안으로 흘러들어옵니다.

 

어제 이어 계속 이야기하렵니다.

송찬간포는 문성공주에게 물어봅니다.

"짐이 그대를 위해 하늘의 별을 따다 줄까? 아니면 궁전을 크게 지어 줄까?"

"궁전!"

 

그래요, 아무리 여기가 고도가 높아 하늘이 가깝기에 별을 따기 쉽다고는 하지만, 공주는 택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실적으로 신랑이 가능한 일을 현명하게 선택합니다.

그런데 그게 집을 짓는다는 일이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보았던 척박한 풍경에 공주는 여기서 자기가 할 일을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농사짓고 길쌈을 매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지고 온 모든 기술과 장인들로 하여금

티베탄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토번은 지금까지 한 곳에 건물을 짓고 산 게 아니라 떠돌이 유목생활을 했기에

그때에는 집도 농사도 별로 짓지 않았습니다.

옷도 천이 아니라 양가죽으로 엮어 만든 가죽옷이 대부분이죠.

의식주가 중원과는 아주 다른 별세계의 모습입니다.

 

모든 생활양식이 중원과는 다른 이곳 토번은 중원의 잣대로 잰다는 게 불가능하지요.

그러니 지금까지 준비한 것은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여기는 처음부터 모두 바꿔야 하기에 할 일이 태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요.

같은 모습을 보고 말입니다.

 

원래 토번은 동진 말년에 선비족 사람인 남량 국왕인 독발리록고(禿髮利鹿孤 : 투파리루구)의 후예라 합니다.

이들은 나라를 잃고 지금의 티베트지역을 전전하며 살았기에 이들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 독발(투파)이라 불렀고

이를 중원에서 토번이라 부르면서 토번이 되었다 하네요.

정확한 나라 이름은 투파라고 해야 하고 토번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한자문화가 만든 이상한 이름이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송찬간포가 약속했던 하늘의 별과 궁전 중 궁전이 문제인 겁니다.

지금까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해 본 적이 없이 유목생활을 했기에 궁전이 없었고 더군다나

작은 집도 짓지 못하는 데 궁전을 짓는다는 것은 차라리 별을 따는 게 더 쉬운 일이었습니다.

 

송찬간포도 결국, 문성공주와 천막 안에서 첫 사랑을 했고 그곳에서 다른 사람처럼 똑같이 생활합니다.

공주가 어느 날 "왜?" 하고 묻습니다.

그 이야기는 궁전은 어떻게 됐느냐는 말이겠죠.

왜 짓지 않느냐고요.

 

송찬간포는 뭐라 답을 했을까요?

"....."입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꿀 먹은 벙어리?

천막을 치라면 10분 안에 후다닥 치지만, 초가삼간도 짓지 못하는데 얼어 죽을 무슨 궁전입니까?

 

이제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공주는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시녀에게 책을 가져오라 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제가 궁전을 지어 달라는 말은 저만의 호사를 누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토번의 모든 사람이 이제부터는 아늑한 곳에서 바람과 비와 추위에 고통받지 않는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마음씨가 곱다는 말입니까?

이게 천사표잖아요.

문성공주는 언제부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게 되었을까요?

 

그럼 진작부터 집도 짓지 못하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뜸 들이다가 지금에서야 이야기합니까?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입니까?

 

"여기에 책이 있고 제가 당나라를 떠날 때 함께 데려온 목수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사람들에게 집을 지으라 하고, 많은 토번사람이 함께 지으며 기술을 익히면 이제 더는

바람 때문에 겨울은 더 혹독한 추위로 고생하지 않고 비를 맞으며 살지 않아도 됩니다.

더는 찬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에서 사랑을 나누지 않아도 아늑한 집안의

포근한 침대에서 사랑을 마음껏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렇게 집도 없이 떠돌이 유목생활을 했던 토번에 집이 지어지고 한 곳에 정착하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고도 편히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지개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겁니다.

이런 일이 한 여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데 우리는 놀랄 뿐입니다.

왜 문성공주가 티베트에서는 신으로 존경받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목축업을 하며 다니던 사람이 한곳에 정착한다는 일은 당장 먹는 문제가 생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