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다만 사라질 뿐이다.

2013. 7. 3.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천하를 호령하며 광풍을 일으켜 세상을 놀라게 한 장비도

이렇게 죽음 앞에서는 딱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불꽃 같은 화려한 삶을 살았던 장비...

장판교 위에서 장팔사모를 비껴 꼬나 들고 천둥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조자룡을 쫓아오던

조조의 백만대군을 놀라게 하며 오줌 지리게 하며 꼬리 내리고 돌아서게 했던 장비가 아니겠어요?

 

이게 장비의 참모습이지 카사노바도 아니고 침대에서 왜 죽습니까?

장수란 아무쪼록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장수답게 장렬히 죽는 게 진짜 장수의 모습이 아닐까요?

정말 장비의 죽음은 허망하다는 말 외에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습니다.

 

장판교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향해 한마디 우레와도 같이 내지른 소리

"여기 익덕이 있다. 이 다리를 건너올 자 누구냐? 건너오고자 하는 자는

우선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고 목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건너오라~"

이렇게 소리 지르니 조조의 병사는 대부분 오금이 저리며 도망쳤고 조조의 장수였던 하후걸은

그만 장비가 내지른 소리에 기겁하여 말에서 떨어지며 바로 즉사했다는 소문은 

이미 인터넷에 검색 1순위에 올랐다 하잖아요.

 

자식.... 차라리 오줌이나 저리지 왜 말에서 떨어져 죽긴 왜 죽어...

익덕이 소리치니 조조인 맹덕은 슬그머니 말머리를 돌리며 수하에게

"내가 여기에 온 것을 세상에 알리지 마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왜?

창피하잖아요~~

 

"장페이! 佳人이 왔소! 그동안 그대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오~

그래 도원 아래서 형제의 맹세를 하고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아 한실을 튼튼히 하여 죽는 날까지

그 뜻을 펴다 죽는 순간 함께 죽기로 했는데 관우 성님은 먼저 보내고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

출전을 서두르다 너무 경박하게 행동함으로 부하에게 죽임을 당해 그 마지막 뜻도 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으니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있겠어요?"

 

네 맞습니다. 장비는 죽어서도 여태 눈을 감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놈들이 머리를 잘라 오나라로 가져갔기에 여기에 묻힌 시신은 눈이 없어

감고 싶어도 감을 수 없잖아요.

아무리 천하의 공명이 옆에 있었어도 장비의 눈을 감기지는 못했을 겁니다.

장비도 이제는 모두 잊고 편히 눈을 감고 쉬고 싶을 겁니다.

 

술이란 이렇게 사람을 이상하게 결말내게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페이를 술로 흥한 자 술로 망한다 했나 봅니다.

몸은 여기에 누워 있고 머리는 장강을 굽어보며 따로국밥이니 혼만이라도 훨훨 날아 고향 땅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장비가 술 때문에 유비를 만났고 술 때문에 주사를 부려 죽었지만,

그리 막돼먹은 놈은 아니라 합니다.

원래 술도 팔고 돼지고기도 팔던 처지라 술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이해해야 하지 않겠어요?

술만 빠지면, 장비는 아주 냉철한 전략가이며 문학도입니다.

 

또 그림에도 뛰어난 화가였다고 합니다.

조조의 아들 조비만큼 뛰어난 예능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특히 생긴 것과는 다르게 미인도를 무척 잘 그렸다고 알려졌습니다.

공부 또한 제법 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장비가 썼다는 글을 한번 보고 갑니다.

이 글이 바로 장비의 사당 안에 만들어 놓았더군요.

汉将军飞,率精卒万人,大破贼首张合于八蒙,立马勒铭.

(한장군비, 솔정무만인, 대파적수장합어팔몽, 입마륵명)
내용은 ‘한나라 장군 장비가 병사 1만 명을 이끌고 팔몽에서 적의 수장인 장합을

격파했으니 이에 말을 멈추고 글을 새기노라.’라는 뜻이라 합니다

 

이 글은 장비가 조조의 장합이 거느린 군사를 쓰촨성 팔몽산에서 맞닥뜨려 승리한 후

그곳에 있는 암벽에다 흥에 겨워 장팔사모를 붓 삼아 일필휘지로 말 위에서 썼다고 한 글이라네요.

이 예능감이 넘쳐나는 멋진 장비를 우짜면 좋겠습니까?

정말 멋진 사내가 아닙니까?

 

지금 佳人이 뭐라고 했습니까?

말 위에 앉아 장팔사모 끝으로 암벽에다 글을 새겼다 했습니까?

佳人도 중국 여행을 하다 보니 무심코 그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아무 여과장치도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장비가 이때 장팔사모를 신무기로 바꾸었나 봅니다.

창끝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으로 말입니다.

레이저가 나오는 신무기라면 암벽에 글을 새기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그 바위가 진흙 덩어리라도 창끝으로 이렇게 잘 쓸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아닌가요?

레이저보다는 창끝에 착암기를 달았나 봅니다.

왜 있잖아요.

바위나 바닥에 구멍 뚫는 기계 말입니다.

타타타타타~ 하며 아스팔트도 뚫는 착암기 장팔사모 말입니다.

 

장비는 사랑이 뭔지 알고 정이 뭔지 아는 아주 괜찮은 사람입니다.

“용감함이 비범하고, 거침 속에 정교함이 있으며, 정의(情義)를 중시한다.”(勇武过人,粗中有细,重情義).

호랑이 같은 용맹한 장수로서 관우만큼이나 충직하게 유비의 곁을 지키던 듬직한 아우 장비에 대해

삼국지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답니다.

 

또, 雄赳赳吓碎老曹肝胆 , 眼睁睁看定汉室江山(웅규규혁쇄로조간단 안정정간정한실강산)

이라는 말도 있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장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조조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장비의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한나라 영토를 지켰다’는 말이라 합니다.

정말 장비 초상화를 보면 소 눈깔보다 더 큰 부리부리한 눈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관우는 장비를 백만대군 속에서 대장의 목 베기를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 듯하다

(낭중취물 : 囊中取物)라는 말로 장비를 소개할 정도라 하니 뻥이 세기는 센 민족이지만,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쉽게 적장의 목을 벤 장비를 믿고 싶습니다.

 

장비의 주머니가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크게 만들어 입고 다녔다면 말입니다.

죽어서 몸은 여기 랑중에 머리는 장강 가에 그리고 혼은 아마도 고향마을 탁현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사고 치는 그런 성격 때문에 장비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많습니다.

 

사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난 이유는 유비 때문일지 모릅니다.

만약, 유비가 좀 더 신중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동생의 원수를 갚겠다고 전혀 앞뒤 가리지 않고 뿔고를 외치며 오나라 정벌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왜 더 큰 목표를 생각하고 자제하지 못했을까요?

 

공명은 늘 오나라는 오히려 있어야 하고 그게 위를 견제하기에 촉이 안전해진다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그랬고요.

천하의 힘은 셋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만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다고요.

 

전쟁에 이기면 무엇합니까?

오나라와의 전쟁으로 이미 국력이 소모되어 지친 호랑이가 되면 그때까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조조가 바로 군사를 일으켜 유비군을 초토화하면 죽 쒀 개 준 꼴이 되지 않겠어요?

이런! 젠장, 그러면 이번에는 조조가 개가 되는 셈입니까?

오나라의 손권이 죽이 되고 말입니다.

 

그런 권유도 마다하고 지금까지 마마보이처럼 공명의 말을 잘 듣다가 동생 관우가 죽었다는

소식에 돌아삐서...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남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만약, 능력도 되지 않으며 일을 저지르는 일은 만용이고 꼴값 떤다고 합니다.

자신의 푼수는 알고 살아야 할 텐데...

그럼 유비의 성격도 佳人같은 덜수급이라는 말이 아닙니까?

 

바로 위의 장면이 유비가 머문 황궁에 팩스로 날아온 사진입니다.

관우는 아들 관평과 함께 오나라에 잡혔고 이후 참수를 당했다는 급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이 장면에 유비는 자제력을 잃어버립니다.

옆에서 佳人이 지켜보니 마치 실성한 사람으로 보였어요.

사랑했던 여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말입니다.

 

늘 한 침대에서 잠을 잤고 유비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 하며

생사를 같이한 사내들 간에는 이성과의 다른 설명하기 어려운 정이 있잖아요.

이런 것을 의리니 뭐니 하지 않겠어요?

왜 아니겠어요?

 

한날한시에 가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관우가 제일 먼저 깨버린 셈입니다.

신의니 의리니 뭐니하는 화신이라는 관우가 말입니다.

도원결의?

이제 이 말은 관우가 헌 짚신짝처럼 버렸습니다.

유비야 원래 짚신장사였으니 새 짚신으로 갈아신으면 되나요?

 

드디어 오기로 동생의 원수를 갚겠다고 군사를 동원하여 오나라로 향합니다.

이런 행동은 한마디로 푼수 덩어리라는 말입니다.

왜?

자기 분수를 모르는 사람을 푼수라 하기 때문이지요.

유비는 이렇게 오나라 원정이라는 일생일대의 가장 잘못된 패착을 둔 셈입니다.

"유페이! 당신이 틀렸소~~"

 

겨우 이곳에 정착하며 이제 힘을 키워가던 중이 아니었나요?

여기 서

사천에 군사를 이끌고 들어올 때 주변에서 얼마나 욕을 했습니까?

조조도 손권도 종친의 땅을 뺏으려고 개같은 짓을 한다고요.

고생하며 오랫동안 곗돈 부어 계돈 타기 전날에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합니까?

그래도 곗돈은 만져보고 죽어야 그나마 덜 속상할 것 아닌가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장강 유람을 마치고 이창에 갔을 때 다시 하렵니다.

이창이 바로 유비가 군사를 이끌고 동오와 마지막 전투를 벌였던 예전의 이릉이라는 곳입니다.

육손의 화공에 불고기가 될 뻔했다는 이릉 삼국고전장에서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동생 관우의 죽음에 유비는 하늘의 뜻을 저버리려는 순간입니다.

천하를 구해 한실을 복원하겠다는 큰일을 제쳐놓고 형제의 원수를

혼내주겠다는 일에 눈이 돌아 삐~

이 거병이 남은 동생 장비마저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정말 어리석은 결정이 아닐 수 없네요.

내일은 짚신이 혼자서도 잘한다고 군사를 이끌고 오나라로 들어가는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