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루는 랑중고성의 중심입니다.

2013. 6. 25.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어제 저녁부터 계속 비가 내립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은 비는 내리지 않고 안개비처럼 이슬비가 내립니다. 

랑중 고성은 고즈넉한 곳입니다.

 

두리번거리며 걷기에는 그만인 곳이네요.

그 이유는 보여주기 위해 꾸민 곳이 아니라 예전 모습을 손도 별로 대지않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정말 아름다운 것은 덧칠하고 꾸미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둘 때

더 아름답다는 말이기도 하네요.

 

 

고성 안을 걷다 보니 옛날에 전통 사합원 그대로의 집을 별로 고치지도 않고

객잔으로 사용하는 곳도 제법 몇 곳이 있습니다.

하루 머무는 데 숙박비는 200원 정도 한다고 하네요.

위의 집은 장가고원이네요.

중국은 고성 구경을 하다 보면 고성 안에 이렇게 옛날 개인 저택이었든

대원을 수리해 객잔으로 사용하는 게 많네요.

물론 주인은 모두 포기하고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지금 새로운 주인은 국가로부터 그냥 얻었을까요?

 

 

그냥 지나치기 섭섭해 잠시 양해를 구하고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전통 사합원 양식의 집입니다.

객잔으로 영업 중인 고가는 우리처럼 잠시 두리번거리는

이런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사합원은 비록 작은 마당이지만, 나무도 심어놓고 화초도 자라네요.

마당 가운데 탁자를 두어 차도 마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혹시 장비의 사촌이라도 살았나요?

택호가 장가고원이라고 했잖아요.

이 집은 1663년 강희 연간에 지은 집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장비 후손이 여기에 살았다는 말이 아닌가요?

랑중 고성을 두리번거리며 다니다 보니 장씨 성을 지닌 곳이 제법 보이더군요.

 

 

아주 오래된 집기도 보이고...

나무로만 된 가리개 벽도 아름답습니다.

오래 된 집이라 역시 옛날 냄새가 납니다.

이런 모든 게 역사적 유물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벌써 350여 년이나 된 아주 클래식한 집이네요.

랑중현에서 관리하는 현지(縣志)에도 이 집의 내력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집이라 합니다.

 

 

다시 고성 안을 두리번거리며 걷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족욕집이 무척 많습니다.

장비가 족욕을 좋아했나요?

한집 건너 모두 족욕집입니다.

 

요금도 저렴합니다.

한약재를 푼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은 10원입니다.

물론, 마사지라든가 다른 것은 더 비싸지요.

그래도 관광지치고는 아주 저렴한 곳입니다.

 

 

랑중이라는 마을...

참 조용한 곳입니다.

걷다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지금은 여행사 건물이지만, 예전에는 역참으로 이용된 건물입니다.

 

랑중이라는 마을은 예전에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합니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기에 이곳을 다른 사람도 아닌 장비가 관리했지요.

그때는 아주 번창한 곳이었겠지만, 지금은 오지가 되어 찾는 사람조차 별로 없나 봅니다.

 

 

 정말 조용한 고성을 여행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찾아보세요.

청두 주변에는 워낙 많은 한국인이 찾아가기에 어지간한 곳은 대부분 많이 소개되어

널리 알려졌지만, 여기는 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무척 조용합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삼국지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딱입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수창호라는 점포에도 점훈이 있습니다.

점훈을 이렇게 밖에다 걸고 장사한다는 말은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요?

 

이 집은 명, 청 시기의 전형적인 점포형태로 앞에는 점포를 두고

뒤에는 살림집이 있는 형태라네요.

1850년대 초에 이리로 온 방씨 가족이 점포를 열고 주로 의약 관계의 장사를 했나 봅니다.

1대가 바로 방수창이라는 사람이기에 수창호라는 점포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사용한다는 말은 믿음이 가는 가게라는 의미 아닌가요?

 

 

이 마을은 길을 걷다가 물끄러미 들여다보면 모두 그 역사가 수백 년이나 지난 오래된

집으로 이 마을이 자리한 곳은 옛날에는 쓰촨성 성도인 청두와 중원을 연결하는

길목이기에 기원전부터 마을이 생겨났으며 교통의 아주 중요한 길목에 있기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이야 교통의 발달로 다른 곳인 미엔양과 광위엔으로 고속도로나 기차가

바로 연결하였기에 이제는 불편하게 이리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이렇게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나 봅니다.

아마도 빠른 변화 가운데 있었다면 여기도 고성은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세월의 흐름에서 잠시 비껴나 있다 보면 아름다운 고성으로 남나 봅니다.

 

 

여기는 대문조차도 아름답습니다.

대문 양쪽 문에 두 손을 맞잡은 모습으로 방문을 환영하나 봅니다.

그런데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문을 닫고 공손하게 손님을 맞이하겠다고요?

 

주먹 쥔 손으로는 결코 악수할 수 없습니다.

내 문을 닫고 상대를 들어오라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 아니겠어요?

웃기는 사람들이군요?

 

 

마을 가운데 중천루(中天樓)라는 멋진 누각이 낭창 하게 하늘을 행해

처마 끝을 치켜들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한참을 서서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처마 끝의 모습에서 우리 고유한 버선 끝이 연상됩니다.

 

아! 왜 낭창한 누각의 처마 끝을 보는 순간 갑자기 조지훈님의 승무라는 시가 생각납니까?

환장하겠습니다.

잠시 가던 길 멈추고 승무를 읊조리고 지나가렵니다.

괜찮겠습니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 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죄송합니다.

갑자기 중천루의 처마 끝을 본 순간 승무라는 시에서 볼이 좁고 날씬한

외씨버선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그만 주절거렸습니다.

멋있으니 중천루를 다시 한번 쳐다봅니다.

어때요? 佳人의 말에 동의하십니까?

중천루를 다른 말로 사패루(四牌樓)라고도 부른답니다.

 

 

여기 중천루 외 몇 군데를 올라가려면 연표(聯票)라는 표를 사야 합니다.

사진 오른쪽에 보시듯이 장비묘, 공원, 화광루 그리고 중천루를 올라갈 수 있는 표입니다.

70원과 80원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물론, 60세 이상은 반표도 있고요.

표를 파는 곳은 고성을 다니다 보면 여러 군데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랑중에 오셨으면 이 정도는 모두 보고 가는 것이 좋지 싶습니다.

 

 

중천루에 올라가면 가운데는 이렇게 주역의 팔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랑중이라는 마을의 생긴 모습이 마치 태극문양이라 했고 가릉강이 휘감아 가는

곳이라 주역의 원리에 따라 지은 곳인가 봅니다.

이제 마을도 신비 마케팅에 들어갑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신비스러운 마을에 오신 겁니다.

그냥 구경만 하다가 가기보다는 이 마을이 추구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시 올라가니 복희 아저씨가 있습니다.

운전대를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주역의 원리라는 팔각형 판을 들고 말입니다.

옷은 나뭇잎으로 만들어 입었다고 했지요.

그때는 복희씨라도 옷을 만들지 못했나 봅니다.

이미 우리는 천수에 있는 복희 사당을 다녀왔기에 여기서 또 보게 됩니다.

왜 고향을 떠나 이 먼 곳 랑중까지 오셨을까요?

 

 

중천루에서 내려다보면 주로 랑중 고성의 마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합원형태의 집이 이곳에도 있네요.

랑중고성은 중원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그들 삶 속에 외부와 등을 돌리고 끼리 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아주 강한 의지는

이 촌구석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열린 문틈 사이로 내려다봅니다.

아!

아름다운 가을이 佳人의 가슴에 왈칵 들어왔군요.

가을은 이렇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 佳人은 지금 가을의 한 가운데로 여행 중입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너무 빨라 이렇게 열린 문틈 사이로 지나가는 계절을 느끼는 짧은 시간인가 봅니다.

아닌가요?

우리의 삶은 열린 문틈 사이로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지나가는 짧은 순간을 보는 것처럼 빠른가요?

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요?

佳人도 사내라 갑자기 인생이 서글퍼지려고 합니다.

 

문틈 사이로 가을을 보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佳人의 삶도 이제 늦가을인가 봅니다.

남은 삶 동안 마눌님과 죽도록 사랑하며 여행이나 많이 다니다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어디 열린 문틈 사이로만 볼 수 있나요?

둥근 월문을 통해서도 볼 수 있잖아요.

저 마을 끝에 가릉강이 흐르고 강 건너 금병산이라는 산이

마치 비단 병풍을 친 듯 강을 또 두르고 있습니다.

이런 곳이기에 랑중은 신비한 마을이라 하나 봅니다.

 

 

중천루 2층 누각에는 천심십도(天心十道)라는 편액이 걸려있습니다.

천심십도 정혈법(天心十道 定穴法)은 주역에서 말하는 풍수지리의 하나로 혈을 중심으로

전후좌우 사방에 있는 산을 연결하면 십자형(十字形)으로 서로 응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네요.

이제 랑중이라는 마을은 점점 더 심오한 경지로 몰입 중입니다.

 

 

그 이은 선이 정확히 일치하면 그곳이 명당이고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곳이라 합니다.

지금 중천루가 서 있는 그곳이 바로 그런 자리라 합니다.

그러니 주변의 네 개의 산을 연결한 선이 십자로 만나는 지점 말입니다.

 

佳人에는 너무 어려운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佳人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신 분은 이제 만사형통하실 겁니다.

왜?

바로 명당자리를 사진으로 콕 찍어 보여 드렸으니까요.

여기에 왔다고 그 氣를 모두 받고 가겠어요?

 

알지 못하면 떠먹여 주어도 복을 잡지 못하고 그냥 갑니다.

자 손을 뻗어 佳人이 콕 찍어 보여 드리는 명당자리를 비록 모니터 상이지만, 만져보세요.

잠시 눈을 감고 누르고 계시면, 찌릿찌릿한 氣를 느끼실 겁니다.

그러면 이제 소원을 빌어보세요.

틀림없이 이루어지실 겁니다.

세상에 이런 명당자리도 드물지 않겠어요?

 

 

그래서 자꾸 같은 곳이지만, 다른 방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봅니다.

그 이유는 사진에 보시듯이 네 개의 기둥으로만 하늘을 받쳐 지탱하기 때문입니다.

화광루는 성문처럼 보이나 중천루는 기둥으로만 지탱하기에 누각처럼 보입니다.

중천루는 3층 누각입니다.

 

 

일찍이 당, 송 시대에 만든 누각으로 명, 청 시대에 여러 번 보수했다고 하네요.

바로 이 중천루가 서 있는 한 가운데가 명당자리라는 겁니다.

랑중이라는 마을을 지도에서 보시면 위와 같습니다.

가릉강이 마을을 한번 감싸안으며 돌아나갑니다.

이런 명당자리에 제일 가운데 중천루를 세워 두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천루는 랑중 고성의 중심입니다.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십자형태를 선으로 이었을 때 딱 교차하는 지점에

중천루를 세웠는데 저절로 복이 발복(發福)한다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이제 중천루를 보았으니 여러분은 올해 복 받으실 겁니다.

혹시 시간이 나시면 직접 랑중을 찾아 중천루 가운데 서서 기를 받아보세요.

모든 복은 그곳에서 시작한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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