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랑중고성을 걸었습니다.

2013. 7. 8.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랑중 고성을 걷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장비의 행렬을 자주 만납니다.

행진하는 사람은 이곳 랑중을 찾는 관광객에서 볼거리도 제공하고

아마도 장비의 혼을 달래려는 분장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원한이 맺혔으면 지금도 저런 분장으로 장비의 원혼을 달랠까요.

그러니 장비의 원혼도 달래고 이곳 랑중을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나 봅니다.

 

그 모습이 佳人 눈에는 상복으로 보입니다. 

장비는 지금 위의 사진처럼 제일 앞에 선 사람의 복장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출진하려 했을까요?

관우의 혼을 달랜다고 저 옷을 모든 군사에 입히려고 사흘 안에 만들라고 했나요?

이어 등장하는 시커먼스의 원조 장비는 분장 자체도 장비 같습니다.

이렇게 장비의 고향 랑중은 관광객을 위한 포퍼먼스같은 거리 행진을 하며

뭔가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마을입니다.

 

 

그런데 앞쪽에 걷는 사람의 분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佳人은 마치 배트맨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배트맨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상복 입은 배트맨 말입니다.

 

그러니 장비가 배트맨의 후손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아니면 배트맨이 장비의 후손이든가.

역시 장비는 평범한 보통사람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이런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이곳 랑중에서 알았습니다.

 

 

처음에 저 분장 모습을 본 후 무척 고민했습니다.

미국 영화 배트맨이 이곳 랑중고성의 장비 행렬을 표절하지 않았나 말입니다.

장비가 배트맨의 조상이라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절이 맞습니다.

 

 

그 분장이 죽은 장비의 억울함을 달래려는 모습으로 느꼈습니다.

이곳 랑중은 골목길을 걷는 게 심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장비 행렬을 무척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앞뒤를 따르는 행렬의 옷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랑중을 걷다가 징소리가 들리면 분명 저 복장으로 행진할 겁니다.

저 말이 아마도 장비가 아꼈다는 옥추마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르기에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로는 훌륭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등어리에도 꿀벌 모양의 무늬를 그렸습니다.

혹시 스파이더맨이라는 거미 그림인가요?

그러면 장비는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을 합친 존재란 말인가요?

 

 

이 랑중 고성을 제대로 보는 길을 표시했습니다.

제일 아래 화광루, 가운데 중천루, 그리고 장비묘와 공원이 주요 볼 곳입니다.

그다음은 그냥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며 두리번거리면 되는 곳입니다.

이렇게 네 군데 들어가는 연표가 70원(반표 35원)이고 아래 가릉강에 배를 타는 것을

포함하면 80원인데 그러나 우리가 들렸던 계절은 늦가을이라 배를 운행하지 않는다 합니다.

 

 

여기서 佳人이 놓친 곳이 있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위의 지도에서 보이는 강 건너에 있는 금병산입니다.

위의 지도 왼쪽 아래를 보시면 고성에서 가릉강 건너 금병산이 보입니다.

저곳에 올라 랑중 고성을 바라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하니 혹시 랑중을 가시는

분이 계신다면 금병산에 올라 고성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가릉강이 랑중 고성을 한번 휘감아 돌아나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강 건너 금병산이 마치 비단 병풍을 두른 듯하다고 해 금병산(錦屛山)이라 했으며

산과 마을 사이로 쓰촨이라는 지명을 만든 강 중의 하나인 가릉강이 멋지게 휘감아

흐르는 곳, 마치 우리나라 하회마을처럼 강이 휘몰아 흘러들어와 나갑니다.

벌써 지도에서 보셨듯이 이 마을이 앉아있는 자리가 풍수 지리적으로 다른 곳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아마도 장비는 가끔 금병산 누각에 올라 술잔을 기울이며 미인화도 그렸을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천북도서라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도태아문이라고도 부른다 하며 1371년 명나라 홍무 4년에 세운 건물로

벌써 70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는데, 이 지역 주변의 31현을 모두 담당하던 관청으로

예전에 랑중이라는 마을이 얼마나 큰 곳인가를 알려주는 것이리라 생각되네요.

지금은 교통이 다른 곳으로 발달해 여기는 오지로 변했지만, 그때는 이곳이 무척 중요한

마을이었을 것이며 그때는 험했던 쓰촨에서 중원과의 유일한 쉬운 통로는

바로 배를 이용한 수로를 이용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가릉강이 지금의 충칭 조천문 앞에서 장강과 합류하기에 수로를 이용해 쉽게 오갈 수 있잖아요.

 

 

이런 마을에서는 잠시 정신줄 놓고 걸어도 좋습니다.

여행이 군사훈련처럼 시, 분 단위로 차질없이 숨을 몰아쉬며 다닐 이유가 없기에

잠시 눈을 주변으로 돌려 두리번거리며...

여행이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않겠어요?

여행은 얻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도 있습니다.

여행에서도 너무 정신 없이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이야기라도 통한다면 저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세상 사는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습니다.

차 한 잔 탁자에 놓고 담소라도 나눈다면 그 또한 여행 중에 느끼는 행복이 아닐까요?

이렇게 랑중이라는 마을은 관광객조차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 곳입니다.

이게 혹시 장비 귀신이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있어 그럴 겁니다.

 

 

산새 지저귀고 물소리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솔바람 나뭇잎 사이로 속삭이며 지나가는 곳..

그런 곳에서의 휴식은 여행에 지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호사겠지요.

아니군요?

여기도 중국의 다른 곳처럼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아줌마들이 시끄럽게 춤을 추고 있네요.

이슬비가 내려도 이렇게 삶을 즐기며 살아가나 봅니다.

돌리고 돌리고~~

 

 

랑중에서 수십 km 떨어진 곳에 천궁원이라는 고대 천문연구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신라 시대에 만든 첨성대의 일을 하던 곳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랑중이라는 곳은 그 마을의 모습이 팔괘를 닮아 신기하기에 천기를 예측하는 곳도

만들었나 본데 아마도 공명이 여기를 자주 들려 천기를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佳人이 이곳에 와 천기를 살펴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보슬비가 내려

하늘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오장원이나 면현 정군산에서 이미 공명을 몇 번 만났기에 佳人을 너무 우습게 보지는 마세요.

흐린 날씨에도 이제 천기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천기를 예측했다는 랑중이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장가소원이라는 집이 보입니다.

2진 사합원으로 사합원이 두 개 겹쳐놓은 집이라 합니다.

고색창연한 나무로만 지었으며 지금은 객잔으로 이용하고 있다네요.

장비 마을이라 장 서방이 제법 많이 살았나 보네요.

워낙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 많은 드라마도 촬영된 곳이라고 하네요.

 

 

불의 신을 모신 화신루도 있습니다.

신도 헷갈리겠어요.

어디 외출했다 헷갈려 신도 자기 집을 못 찾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너무 많은 신을 만들어 숭배하니까요.

 

청나라 함풍연간(1851년)에 만들었다고 하니 벌써 200여 년이나 가까이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청나라 스타일의 건물이라 하네요.

당시 랑중은 모두 나무로 지은 집이라 화재가 무서워 이렇게 불의 신을 모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랑중이라는 고성은 중국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 중 한 곳이라 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사람은 원래 이런 풍수가 좋은 곳에 모여 살기 마련 아닙니까?

 

전국시기에 이미 파(巴) 나라의 도읍으로 무척 중요한 마을이라 합니다.

진나라 때에는 군현제로 말미암아 랑중이 파군의 행정수도로 성곽을 쌓기 시작했다 합니다.

현지에 남은 기록을 보면 유비에게 나라를 홀라당 빼앗긴 유장이 이 지역을 다스릴 때

성곽을 더 튼튼하게 중수했으며 장비가 파서 태수로 여기 랑중에 있으며

또 성을 보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원나라 말기에 옥진이라는 사람이 토성을 쌓았고 역시 명나라에 이르러 돌로 튼튼하게

성을 쌓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합니다.

이때 성곽 길이가 9리가 조금 넘었다 하니 약 5km 정도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방위에 따라 네 개의 문을 만들었고 남쪽을 금병문이라 했지만,

나중에 청나라에 이르러 연희문이라 변경했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원수를 만들지 마라.

남과 원수를 맺는 것은 스스로 재앙을 심는 것이고

선을 버려두고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은 해치는 것이다.

(명심보감)

장비는 명심보감의 가르침을 몰랐나 봅니다.

결국, 원수를 만듦으로 수하로부터 야심한 시각에 목이 달아나는

재앙을 심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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