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이후궁

2013. 2. 9.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관성전을 보고 감미이후궁이라는 곳으로 갑니다.

감미는 달콤한 맛이 아니라 유비의 두 부인인 감 부인과 미 부인을 말합니다.

유비는 혼자 살겠다고 원소 곁으로 줄행랑을 치고 장비도 방향도 알리지 않고 튀어버리고 말았지요.

결국, 관우를 의리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 도망갔지만...

 

여기에 나관중이 관우를 신으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해 세 가지 약속을 하는 소설을 쓰게 됩니다.

이렇게 두 부인을 모시고 관우기 조조에 의탁하고 있을 때,

유비의 두 부인이 거처하던 곳이 감미이후궁이라는 이름으로 여기 있네요.

그리고 조석으로 두 부인에게 인사를 드렸던 문안정도 있고요.

 

우선 월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시실 이곳은 금남의 구역이었을 겁니다.

관우조차도 내실에서 형수님을 뵐 수 없어 월문을 통해 들어가면 정자를 만들고 정자 안에만 있었다는 곳이죠.

관우도 거기까지만, 들어갔지만, 우리는 더 들어가 보렵니다.

 

역시 여자들만의 공간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그리 큰 정원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습니다.

 

방금 보았던 관우를 모신 곳은 퍽퍽한 그런 자갈길이라면 여기는 꽃길입니다.

그곳은 맨땅이라면 여기는 푸른 잔디밭입니다.

 

수양버들 낭창 하게 늘어진 연못에 정자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하늘거리는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 같을 겁니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이 연상되고, 검은 긴 머리가 연상됩니다.

하늘거리는 허리선도....

 

여기 그 연못 위에 추녀 끝이 하늘로 향한 정자 하나가 있습니다.

그 정자의 이름이 문안정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정자네요.

물어보나 마나 문안 인사드리던 정자라는 말일 겁니다.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적어봅니다.

서기 199년 유비군이 서주에서 조조에게 무참하리만큼 대패하여 유관장 삼 형제가 모두 저만 살겠다고

뿔뿔이 도망하지요.

이 대목에 이르러는 마누라 버린 유비는 원소에 도망하고 형수님 버린 장비도 망탕산으로 튀었지요.

모두 빠떼루 받아야 합니다.

 

이때 하비(下邳)성에 남은 관우는 당연히 미리 도망하지 못했기에 조조에게 포위되었답니다.

조조는 관우를 휘하에 두려고 바로 주살하지 않고 관우의 옛 친구인 장료를 보내 관우를 회유했지요.

 

이때 왜 조조가 유비 일당을 손보았을까요?

사실 황제 헌제가 너무 기세등등한 조조를 척살하라는 밀명을 동승에게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밀명은 조조의 수하에 적발되고 맙니다.

 

이때 여기에 동조한 사람 중에 서량의 지방 군벌 마량과 조조의 그늘에 지내다 회남의 원술이 기주의 원소와

연합한다는 정보에 따라 유비는 조조에 5만의 군사를 얻어 저지하겠다는 명분으로 탈출을 감행한 유비만 살고

모두 조조에게 발각돼 척살 당했지요.

이렇게 조조를 속이고 군사까지 챙겨 도망해 서주에 진을 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니 조조는 유비부터 손보고 싶었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 뒷문 단속을 한 후 원소와의 일전을 대비한 겁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조조가 유비를 속이고 유비의 군사까지 5만이나 빼내 도망갔다면 세상은 조조가

꼭 조조같은 짓을 했다고 동네방네 비난하겠지만, 그게 유비여서 용서받았나요?

 

조조는 북방의 최대 군벌인 원소와의 관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앞두고 자신을 죽이려던 유비부터 먼저 손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서주 공략을 하고 유관장 삼 형제는 이렇게 뿔뿔이 제 살 길을 찾아 줄행랑했을 때입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지도를 보시면 오른쪽의 유비는 재빠르게 북쪽의 원소 품으로 줄행랑치고

관우는 하비성에서 포로로 잡히고만 그림입니다.

좌우지간, 평생을 울기도 잘하고 도망하기도 잘한 유비였습니다.

장비는 언제 튀었는지 도표에 그리기도 전에 도망했기에 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도원결의 때 한 날 한 시에 죽겠다는 말은 순전히 뻥이었다는 사실이지요.

 

결국, 관우는 장료룰 통해 조조에게 투항하기 전에 3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사실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조건이라기보다 관우가 빌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는 이런 엉뚱한 조건을 만들어 관우가 버틴다는 것을 보여주어 관우 마케팅에 들어갔지요.

사실은 조조가 적이지만 인재풀에 따라 관우를 포용한 대인군자였습니다.

 

그러나 나관중의 기발한 생각이니 그냥 보고 가렵니다.

‘하나, 한나라에 항복하는 것이지 절대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다,

둘, 두 형수를 극진히 모신다,

셋, 유비의 거처가 파악되면 즉시 떠난다.’는 3가지 조건이었습니다.

 

물론, 작가는 조조가 이 3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했지만...

이렇게 관우는 조조에게 잠시 몸을 의탁하게 됩니다.

포로가 갑질하는 게 확실해 보이지요?

그런데 위의 조건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항복하는 게 아니라 대접받다 가겠다는 건방진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은 관우를 의리있는 사람이라 하며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조조는 간웅이라 욕합니까?

 

그러나 재미있는 일은 쉬창에 유비의 두 부인과 관우가 도착하자 조조는 조조 같은 생각이 번쩍 들어 
관우와 유비 사이를 이간시키려고 두 형수와 관우에게 한방을 쓰도록 했답니다.

이거 정말 재미있어지는데요?

원래 조조는 처녀보다 유부녀를 좋아하는 이상한 사내였다고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관우도 같은 사람인지 알고 형수와 그것도 둘씩이나 한방에 지내라 했나 봅니다.

 

하지만 관우는 매일 밤 춘추를 읽으며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답니다.

밤이면 밤마다 조조는 저들이 무슨 짓을 하나 디지게 궁금했을 겁니다.

관우라는 피가 끓는 사내와 아름다운 유비의 두 부인을 한방에 있으라 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을 보내 염탐하게 했다네요.

다녀온 녀석에게 조조가 묻습니다.

"관우가 지금 뭐 하지?"

"책을 읽고 있는데요."

"오호~ 그래? 그 녀석 참... 대견하구나."

 

다음날 또 사람을 보냅니다.

"오늘은 관우가 뭐하디?"

"또 책을 읽고 있는데요."

"무슨 책?"

"춘추요"

"그래? 그것 참 신기하네~"

 

그 다음 날 또 사람을 보냅니다.

사내가 돌아오자 조조는 대뜸 묻습니다.

이번에는 뭐하냐고 묻지 않고 "또 책 읽고 있지? 그것도 춘추."

"예"

"젠장!"

 

그다음 날 사람을 보냈고 돌아오자 짜증을 내며 버럭 소리 지르면서 "또 춘추 읽고 있다고 말하려고 하지?"라고

했답니다.

조조는 관우와 유비의 두 부인이 뭔가 역사적인 일을 벌이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유비와의 관계가 틀어져

도원결의 맹세를 깨려고 했던 계획을 거두어들여야 했다네요.

佳人이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이야기한다고요?

여행하다 보면 그 현장에 서게 되고, 그 자리에 서면 그때의 모습이 막 그려집니다.

 

어때요?

관우는 책을 읽고 있는 자세마저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가 여행 중 가끔 만나는 춘추루나 춘추각의 관우는 이런 사연이 있는 과거 있는 남자입니다.

 

조조는 오히려 그에 감복하여 바로 이렇게 관우에게 큰 저택을 주고 두 부인을 모시도록 했답니다.

정말 관우를 향한 조조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짜라 짜라 짜 짜라~

물론, 그때 그 장소는 아니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이기에 더 즐겁습니다.

 

그러니 관우가 안채로 절대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있는 이 정자에 서서 두 부인에게 문안을 드리도록

문안정을 만들었네요.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말입니다. 

그러니 관우도 유비의 두 부인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할 때 여기 정자에서 했다는 말이겠지요.

"형수님~~~ 식사하셨습니까?"하며 말입니다.

아닙니다.

중국어로 했을 겁니다.

 

여기 위의 사진을 보시면 작은 못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물도 없지만....

그 이름이 뢰지(雷池)라는 곳입니다.

관우가 절대로 이 못이 있는 선을 넘지 않았다 합니다.

넘으면 천둥소리라도 들렸나 봅니다.

이름이 천둥 못이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는 미 부인과 감 부인이 거주했던 이후궁이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지금 위의 사진이 문안정 안에서 이후궁을 바라보고 찍은 모습입니다.

관우가 여기에 서서 저기 열린 창문을 보고 두 형수님에게 안부를 여쭈어 보았을 겁니다.

 

이제 금남의 구역이라는 내실로 佳人은 당당히 들어가 보렵니다.

여러분도 함께 들어갈까요?

佳人은 이런 곳을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제가 변태일까요?

 

"안녕하세요?"

아마도 미 부인과 감 부인인가 봅니다.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버린 유비라는 서방을 믿고 살았던 불쌍한 두 여인 말입니다.

마누라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서방도 서방입니까?

 

오늘은 아침부터 여직원이 들어와 새로 옷도 입히고 화장도 시키네요.

문을 잠가놓고 작업하길래 양해를 구하고 잠시 사진만 찍자고 부탁하고 문을 열어주길래 안으로 들어가 찍었습니다.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기에 두 부인의 내실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옴마야?

지금 막 잠자리에서 일어났나 봅니다.

그만 여인의 내실로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이불은 개었네요.

 

오늘은 남녀의 역을 바꾸어보렵니다.

佳人이 부인이 거처하는 이층 누각에 섰습니다.

그리고 울 마눌님이 아래의 문안정에 서서 문안 인사를 합니다.

이런 것 여성부에서 알면 佳人에 빠떼루 들어올지 모릅니다.

비밀로 해주세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 먼저 하면 되지 않겠어요?

여행하다 보면 이런 놀이도 하며 다녀도 괜찮습니다.

그때 관우와 두 부인이 했던 그 놀이를 따라 하며 말입니다.

저 아래 문안정 아래서 울 마눌님이 佳人을 올려다보며 안부의 미소를 보내주는군요.

이런 곳은 삼국지 기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코스라고 생각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하다 보면 그곳에 서면 그냥 그때 그들이 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따라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그냥 하세요.

나중에 한번 해 볼 걸 하며 후회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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