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렵니다.

2012. 10. 16.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지난 여름을 정말 더웠습니다.

너무 더운 여름을 보냈기에 가을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지요?

 

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입니다.

가던 길 멈추고 잠시 두리번거리고 싶은 시월입니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크게 심호흡도 하고 싶은 그런 계절입니다.

하늘은 높아지고 오곡이 결실을 보는 그런 아름다운 날입니다.

 

가을은 누가 시키고 강요하지 않아도 신비로운 힘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색칠하고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계절이 되면 왜 자꾸 저 담장 너머의 일이 궁금해지나 모르겠어요.

목을 길게 빼고 열린 문밖의 풍경이 보고 싶습니다.

그곳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제 여행 준비를 모두 마치고 배낭을 주섬주섬 챙기는 중입니다.

비자 발급, 환전, 여행자 보험 가입, 출국 배편 예약...

그러나 여행 일정은 다른 때처럼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는 날은 결정되었지만, 돌아오는 날은 예약도 하지 않고 출발합니다.

제가 10월 19일부터 11월 말경까지 약 43일간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도 중국으로 정했고 19일 우선 인천에서 배를 타고 친황다오로 들어가 서쪽을 향하여

청두까지 갔다가 다시 대륙을 횡단하여 중국의 동해안에 도착해 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이번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해보려 합니다.

좋은 풍경, 멋진 곳을 찾아가는 관광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그런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조금 다르게 삼국지라는 소설에 나온 장소를 여러 군데 찾아보려고 합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가 워낙 방대하고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도 많고 지명 또한 무척 많다고 생각합니다.

옛 지명이 지금과는 다르기에 모두 찾아보기는 짧은 시간에 불가능하기에 그 중 몇 곳만이라도 다녀오려고 합니다.

우리 나이에 더는 머뭇거리기 어렵기에 이번 기회에 삼국지 기행을 해보려 합니다.

 

전체 여행 코스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친황다오로 넘어가 베이징을 지나 뤄양과 시안으로 갑니다.

시안부터는 삼국지에 나온 제갈공명의 북벌 루트였던 곳을 돌아보며 촉한의 도읍이었던

청두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삼국지 중에 공명의 북벌과 관련하여 이 지역이 무척 많이 등장한 지역일 겁니다.

한중, 천수, 오장원, 정군산, 진창, 가맹관, 검문관, 낙봉파, 부락산, 가정, 석문잔도, 면현, 양평관, 랑중 등등...

모두 갈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발도장이라도 찍고 싶습니다.

 

이 중에도 공명이 북벌의 꿈을 접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오장원과 그의 무덤이 있다는 정군산.

한 사람이 만 명의 적을 막을 수 있다는 검문관, 삼분천하의 첫걸음이었던 부락산, 장비가 부하에게

살해당한 랑중 등은 이번 기회에 꼭 다녀오고 싶습니다.

 

청두에서는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구채구와 도강언을 구경하고 낙산대불도 볼까 합니다.

그 후 다시 동쪽을 향해 충칭, 장강삼협, 이창,  형주고성, 우한, 쉬창, 보저우, 쉬저우 등등...

돌아오는 길에는 유부녀 전문 킬러인 조조와 연관된 곳이 제법 많습니다.

 

충칭에서 장강 삼협 배를 타고 이창으로 넘어와 유비가 동생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고 공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능력에 벗어난 짓을 하다가 수어지교라고 했듯이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오나라 화공에 불고기가 될뻔 했던

이릉 전투장도 돌아보고 싶습니다.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여 위, 촉, 오 세 나라가 언제나 침을 삼켰던 형주성도 구경하고 싶습니다.

화타와 조조의 고향 보저우와 민초까지 조조에게 도륙당했던 쉬저우도 구경하고자 합니다. 

몇 곳의 도시를 거쳐 중국 동해안 중 한 곳인 연운항이나 칭다오항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 지역이 대부분 천하를 놓고 영웅이라고 자부한 사람들이 활약한 지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영웅들도 천하를 놓고 겨루었지만, 천하 통일은 영웅의 몫이 아니고 제갈량과 맞짱 뜨던 사마의 중달의

손자로 조상 잘 만난 사마염이었다네요.

세상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영웅들이 꿈을 좇아 다녔듯이 이번 우리 부부의 여행도 그냥 꿈과 같은 허황한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이 될 겁니다.

여행이란 멋진 풍경도 좋고 역사적인 유물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보이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 속에만 남은 것을 찾아보는 테마 여행도 또 다른 여행이 되지 않겠어요? 

 

돌아오는 배편은 중국 출발 편도라 한국에서 예약되지 않는다 하여 여행 도중에 적당한 날짜로

보아가며 선택해보려 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가 청두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이 있다는 구채구는 오래전부터 다녀오고 싶은 여행지였습니다.

청두는 한국인에게는 무척 친근한 지역이라 생각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다녀온 곳이고 또 많은 여행기와 사진이 있기에

우리 부부도 즐겨보고 싶어 떠나는 여행입니다.

 

혹시 길을 걷다가 공명도 만나고 관우도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장비도 만나겠지요.

그러면 그냥 아무 곳이나 앉아서 1.800년 전 그때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 유비는 만나도 관우는 만날 수 없겠어요.

쓰촨에는 관우가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 합니다.

 

길을 걷다가 지치면 여포와 초선을 만나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도 들어보렵니다.

아마도 삼국지라는 대하소설에서 여자가 등장해 제법 오래도록 출연한 이야기가 초선이라는 여인이 아닐까요?

중국의 4대 미녀 중 하나라는 초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물론 정사에는 있지도 않았던 가공의 로맨스였지만...

위의 사진처럼 두 사람이 부둥켜안고 좋아죽겠다고 하다가 동탁 영감탱이에게 걸려

식겁하고 줄행랑을 친 여포였지요.

 

사진처럼 초선의 마음이 여포를 향했는지...

여포는 저런 초선의 표정에 뻑~ 소리 나게 가버려 양아버지 전문 킬러로 거듭나게 된 속사정도 듣고 싶습니다.

여행이 어디 눈에 보이는 것만 이야기합니까?

佳人의 상상속에 들어오면 모두 따지고 물어보며 다니렵니다.

 

이번 여행도 주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다녀오려 합니다.

돌아오는 장소와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고 떠납니다.

그러나 11월 마지막 날에는 돌아오려 합니다.

그럼 12월 초에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인천 차이나타운의 벽화거리에 있는 타일로 만든 삼국지 벽화입니다.

유비, 관우 그리고 장비가 복숭아 꽃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서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죽을 때는 그렇게 하겠다는 형제의 맹세인 도원결의를 상징하는 그림입니다.

물론, 이루어지지 못한 엉터리 약속이었습니다.

 

왜 그런 약속을 했으며 또 이루어지지 않았나 묻고 따져보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이 삼국지에 나왔던 지명 몇 군데를 찾아 떠나려니 유관장 세 사람이 배웅까지 하나 봅니다.

그럼 다녀오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무척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여러분의 응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