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3 - 배꽃처럼 아름다우면서 전갈의 독을 품은 여인

2012. 9. 19.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제후국에서 상납한 여자에게는 군주국의 왕후에 오른다면 여자로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에 해당할 겁니다.

그러나 언제나 맑은 날만 있겠습니까?

세상을 살다 보면 흐린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태풍도 불고 토네이도에 쓰나미도 몰려오더군요.

 

그녀에게도 라이벌이 생긴 겁니다.

구후녀라고 주왕이 홀라당 빠질 만큼 용모면 용모, 인품이면 인품에서 발군입니다.

사실 달기보다 더 뛰어난 여인이지만, 단점으로는 착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달기에는 사실 상대가 없으면 심심하지요.

물론 처음에는 달기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지만, 이런 강적 하나 만나면 전의를 불태우고

삶의 의욕마저 느끼는 여자가 있지요.

달기처럼 말입니다.

너무 무료하고 짜증 나는 시간에 너무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기력마저 사라져 갈 즈음...

달기란 여인은 이렇게 자신이 경쟁할 상대가 나타날 때 삶의 의욕이 생기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런 게 바로 달기가 살아가는 도중의 작은 즐거움입니다.

달기의 힘은 바로 투기에서 시작합니다.

우선 그녀를 감싸주고 아끼는 척하며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 구후녀와 가까이 지냅니다.

전형적인 뒤통수치기의 전법이지요.

 

그 첫걸음은 바로 상대의 주위부터 정지작업에 들어갑니다.

주왕에게 구후녀의 아비가 모반을 꾸미고 있다고 밀고를 합니다.

사실 품행이 방정한 구후녀는 주왕의 음탕한 놀이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주왕은 구후녀를

그런 면에서는 가끔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던 터라 바로 궁에서 내보내 버렸습니다.

 

너무나 착했던 구후녀는 억울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궁을 나와 역적의 딸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겁니다.

 

미모뿐 아니라 이렇게 달기는 걸리기만 하면 보낼 수 있는 지혜마저 지닌 여인이었지요.

달기는 목표가 있을 때 더 사는 맛이 있고 전의가 불타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낼 수 있는 여인이었나 봅니다.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힘이 바로 달기가 사는 힘이 되는 겁니다.

그런 달기가 과연 행복했을까요?

 

비록 고향을 떠나 군주국에 와 국모까지 되었기에 더 이상의 호사는 여자로서

누리기 어려웠겠지만, 아마도 주왕의 해괴망측한 요구를 들어주며 웃고 살아야 한다는

일에 대해서 그녀는 속으로 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달기도 사람이라면 분명 속으로는 한숨 속에서 나날을 보냈을 겁니다.

그런 아픔을 안고 살아야했기에 달기는 더 독한 마음을 먹었을 것이고 기상천외한 방법을

생각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했을 겁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을 달기는 그대로 실천했는지 모릅니다.

오히려 그의 조국인 유소씨에서 볼 때는 언제나 상나라의 침공에 시달리며 공물을 바치고

힘든 날을 보냈기에 빨리 상나라가 없어져 주기를 바랐으며 그 일을 달기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웃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유소씨는 아무리 허약해진 상나라라도 군사를 일으킬 능력이 되지 못하지요.

바로 이때 이웃 제후국 중의 하나인 주나라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제일 힘이 센 나라가 군주국으로 군림하고 나머지 고만고만한 나라는

제후국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힘은 제후국이 강력할 때만 가능했고 서서히 힘이 쇠약해지면, 하이에나처럼

물고 뜯을 준비를 하게 되어있네요.

동물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는 없는 겁니다.

물론,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어요?

 

달기가 천하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은 단지 왕후 자리나 빼앗고 주왕의 사람을 독차지한 것이

아니기에 그것으로 만족할 여인이었다면 후세에 이렇게 이름을 남기지도 못했지요.

그녀는 자신을 철저하게 파괴하며 주왕도 상나라도 함께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인도자였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미색으로 군왕의 심기를 흐리게 하여

나라를 쇠하게 했던 여인이 아닌...

 

그녀가 진실로 나쁜 여자로 만든 일은 바로 생각하기도 어려운 가혹한 형벌을 만들어 많은

 인재를 죽이며 즐겼다는 것입니다.

은나라의 인재가 많이 그리고 빨리 죽어야 은나라가 빨리 망하니...

 

바로 그녀가 만든 이런 형벌이 후대 임금이 답습하였기에 그녀가 유명세를 더 타게 되지요.

그녀를 일컬어 "배꽃처럼 아름다우면서 전갈의 독을 품은 여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달기가 후세 사람에 특허라도 등록했다면 아마 큰돈을 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왕후를 제거하고 국모의 자리에 오른 어느 날 달기는 높은 녹대 위에 주왕과 함께 앉아

아침부터 음탕한 악기의 연주를 들으며 녹대 아래에는 3.000명의 비빈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주왕은 그들에게 모두 옷을 벗게 하고 노래와 춤을 추라고 하며 음탕한 눈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침 취미생활도 참 이상한 취미생활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취미생활이 아니고 바로 삶 그 자체였습니다.

취미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자꾸 반복하다 보면 그게 삶 자체가 되잖아요.

 

그러나 그 많은 여인들 한편에는 먼저 왕후였던 강후를 모셨던 72명의 시녀가 얼굴을 가린 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던 달기가 갑자기 머리에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생각납니다.

역시 타고난 재능이 순간적으로 발휘했던 겁니다.

아이디어의 달인...

이래서 사람들은 달기, 달기 하는 겁니다.

 

우물쭈물하다 보면 금세 잊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때는 메모할 펜도 종이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주왕에게 바로 말합니다.

드디어 달기와 주왕을 즐겁게 할 대상에 저들이 당첨되었다는 겁니다.

 

당첨된 여인의 장래를 내일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