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기석, 팔괘곡(八卦谷)

2013. 8. 5.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이제 봉추의 날개가 꺾인 낙봉파를 보고 다시 오늘 여행의 출발점인 백마관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낙봉파로 내려가는 길 왼쪽에 또 다른 길이 보이고 그 길은 팔괘곡(八卦谷)이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러니 바로 방통이 죽은 혈묘자리 옆에 이상한 팔괘곡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번 여행은 삼국지와 관련된 곳을 여러 군데 찾아가다 보니 팔괘진을 꾸며놓은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잠시 머뭇거립니다.

시간이 어떨까 해서요.

그러나 여기는 아마도 팔괘 모습의 계곡이 아닌가 생각되어 찾아가봅니다.

그리 먼 곳이 아니기에 그냥 걸어서 갑니다.

 

그 팔괘진이라는 게 좀 황당한 이야기지만, 공명을 신비주의 마케팅에 이용하다 보니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소설 속에서 육손이 공명이 오래전 만든 팔괘진에 갇혀 죽을 처지에 이르자 공명의 장인인

황 노인이 나타나 구해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겁니다.

 

천여 년간 시장바닥에서 설서인들이 웃자고 한 이야기를 나관중은 웃지도 않고

정색을 하고 아주 진지하게 썼을 겁니다.

무슨 소리가 들리고 안개가 피어오른다는 둥, 전설의 고향에 주로 등장하는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삼국지연의 중 팔괘진 이야기와 남만 정벌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니 아주 진지한 역사소설에서 갑자기 할리우드식 판타지 소설로 변했다고 생각됩니다.

삼국지연의란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로 우리에 또 다른 재미를 던져줍니다.

 

육손이 갇힌 일도 그렇고 그것도 일 년 전인가 먼저 만든 곳이라고도 하고 왜 공명의 장인은 그때 왜

그곳에 있다가 구해주었는지 전혀 연결되지 않아 혼란을 겪게 했지요.

거기는 바로 이릉전투에서 패한 유비가 패잔병을 이끌고 지나갔고 유비의 뒤를 쫓는 육손이 도착했던

전쟁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가 아니겠어요?

 

오늘 여기의 팔괘곡은 공명이 만든 그런 인공적인 진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계곡이라 하여 찾아가 보렵니다.

만약 佳人이 그 팔괘진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면, 여러분께서 실종신고라도 해 주세요.

팔괘곡의 모습은 그냥 사진으로만 보셔도 되기에 방통에 관한 이야기나 할까 합니다.

 

위의 사진은 팔괘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유비는 익주로 들어가 서천을 차지하고 싶으나 명분이 없다고 고민하는 모습을 어제 보았습니다.

여기에 방통이 명분도 얻고 익주도 차지하는 일에 직접 나서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방통은 자신을 죽여 유비의 적개심을 얻는 고육계보다 더한 살신계를 쓴 것입니다.

 

이미 방통은 적벽전이 일어나기 직전 조조 진영에 들어가 수전에 약한 조조군을 위해 배를 쇠사슬로 묶는

연환지계를 사용하게 해 조조군이 적벽대전에 참패한 일에 깊숙한 관련이 있었지요.

물론 소설 속이겠지만...

 

그러기에 아침에 출전할 때 자기가 탄 말이 일부러 날뛰게 했고 공명의 적로마를 빌려달라고 하여 적의 매복을

알고도 적진 깊숙이 제일 앞에 나서 들어갔으며 백마는 유비의 말이라는 사실을 적도 알기에 유비를 위장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장임의 군사는 유비를 목표로 하였다는 증거가 되니 심증만이 아니라 물증마저

확실하게 만든 셈입니다.

사실, 그냥 두들기고 이긴 후 말만 만들어도 되는 쉬운 일을 일부러 몹시 어렵게 처리한 셈이죠.

왜?

재미있으라고요.

소설이란 이렇게 어렵게 돌려써야 더 인기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하늘을 읽는 공명은 이미 천문을 읽고 흉한 전조를 예상하고 있던 터라 마침 칠월칠석 연회를 열던 중,

하늘에서 늙은 호박만 한 큰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미 방통이 죽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공명은 정말 하늘이 내린 기재입니다.

왜 미리 알고 있었던 공명이 방통에게 연락하지 않았을까요?

 

라이벌로 생각해서 일부러 죽게 내버려 둔 겁니까?

아니면, 방통이 죽어야 유비가 결심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어서였을까요.

아마도 방통의 죽음만이 유비의 결심을 끌어낼 수 있기에 방통의 죽음은 필연이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공명마저 방통의 지혜를 모두 읽지 못했을 겁니다.

왜?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했으니까요.

 

물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유비는 더더욱 몰랐고요.

이런 방통을 작가는 너무 일찍 애석하게 죽여버립니다.

그야말로 공명마저 알 수 없었던 신묘한 계책이잖아요.

 

매복한 장소에 이르자 위연이 적의 매복을 예감하자 오히려 방통은 말을 달려 제지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함정 안으로 들어간 이유가 바로 자신을 노출해 죽기를 원했고 자신을 죽임으로 유비가 익주의 서천을

무력점령하게 한 것이죠.

바로 유비가 서천을 원하지만, 명분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명분을 위해 방통은 자신을 던진 겁니다.

정말 유페이는 복도 많은 사람입니다.

모두가 협찬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방통의 목숨마저 협찬받고 천하 삼분지계의

방점을 찍는 일이 생깁니다.

 

그 명분이 바로 유비는 유장을 도우려 이곳에 왔는데 유장은 장임에게 자신을 도우려고 온 유비를 죽이라

했으니 착한 유비가 익주를 치는 일은 누가 보아도 당연한 명분이 생긴 거잖아요.

명분만 얻은 게 아니라 유비가 이끌고 들어 온 군사들에게 복수심마저 일어나게 했으니...

이제 전투의 달인이라는 유비의 군사는 유장의 군사를 단숨에 쓸어버리는 일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할 겁니다.

이런 방통의 신묘한 계책은 하늘도 읽지 못했습니다.

 

유장은 신의를 거슬리고 먼저 공격을 했으니 이제 대의명분 때문에 머뭇거렸던 유비는 익주로 군사를

몰고 들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싸움다운 싸움이 없었기에 타고 난 싸움꾼인 유비의 군사들은 그야말로 살 판이 난 거죠 뭐~

사흘만 전투가 없으면 손에 가시가 돋았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짧게 출연했지만, 굵게 살려고 했던 방통이었나 봅니다.

낙봉파여~ 아~ 낙봉파여...

이렇게 방통은 자신을 버려 유비에 천하 삼분지계를 완성하게 한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팔괘곡 안에 있는 해골바위의 모습입니다.

마치 해골의 두 눈처럼 파인 바위입니다.

 

그런데 왜 방통은 자신의 목숨을 그리 쉽게 버렸을까요?

그 이유는 못생겨서 죄송해서일 겁니다.

못생긴 얼굴 때문에 당한 수모를 유비는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능력으로 평가했기 때문이지요.

자기를 공명과 같은 반열에 올리고 대접해주었던 사람이기에 목숨을 버렸을 겁니다.

방통이 처음으로 인간다운 대접을 받았나 봅니다.

 

사위지기사자, 여위열기자용(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납니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는 말이지요.

佳人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면, 인생 헛산 건가요?

 

공명이 없으면 또 울고만 있을 유비를 생각하니 공명은 형주에만 있을 수 없어 형주를 관우에게 맡기고 길을

나서면서 이렇게 방통의 죽음은 유비가 품었던 한실복원이라는 명분이 허물어지는 서막이었지 싶습니다.

공명은 길을 나서기 전에 관우를 불러 '北拒曹操,東和孫權'(북거조조, 동화손권)라는 여덟 글자를 남겨 줍니다.

북쪽의 조조를 막고 동쪽의 손권과는 연합하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천하대업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관우란 사람이 얼마나 경솔한 사람인가 이제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오죠.

그 모습은 나중에 형주성을 찾아갈 때 다시 구경하렵니다.

 

방통이 삼국지의 세상에 이미 캐스팅되었지만, 그 첫 출현은 늦습니다.

삼국지에서 방통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은 적벽대전 때 형주를 취한 유비가 드디어 군웅의 면모를

갖춰갈 때쯤일 겁니다.

적벽대전 당시 방통은 강남에 있었습니다.

 

공명이 주유의 죽음에 조문을 간 것은 하나의 핑계이고 공명도 이미 봉추의 학문이 뛰어남을 잘 알고

사실 방통을 만나러 간 것이었을 겁니다.

그때 동오의 노숙은 방통의 기재를 알아보고 손권에 추천했지만, 손권은 방통을 만나본 후 면접점수의

90%에 해당하는 얼굴 생김새에 다시는 찾지 않아 공명에 토스한 상태였을 겁니다.

 

방통의 연환계가 아니었다면 주유가 적벽대전에서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무리 동풍이 불었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손권은 평소 잘생긴 주유를 매우 좋아하였고 못난 재간둥이 방통을 미워했지요.

 

방통의 얼굴을 보고 그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방통을 크게 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방통의 기재를 안타깝게 생각한 노숙은 소개장을 써 주면서 유비에게 가서 크게 쓰이라고 권했다고도

하고 공명이 직접 스카우트했다고도 하지만, 그게 중요한 팩트는 아니지요.

 

그러나 공명의 천거로 유비에게 보냈으나 유비에게서도 처음에는 찬밥이었지요.

왜?

못생겼기 때문입니다.

제발 얼굴로만 사람 판단하지 맙시다.

유비! 너마저도?

만약. 유서방이 佳人을 보았더라면 식겁했을 겁니다.

 

방통을 통해 유비의 인간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말로는 인의를 따지고 민초를 생각했다고 하지만, 방통의 예를 보면 유비도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란 말이 아니겠어요?

유비가 조조의 공격을 받고 신야에서 강하로 피신할 때 "백성이 나를 떠나지 않는 한 나는 백성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죠?

조조는 "내가 천하를 속일지언정 천하가 나를 속이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고 한 이야기와

대조시켜 조조는 천하의 죽일 놈이라고 했고 유비는 민초를 엄청나게 떠받드는 어진 사람으로 포장했지만,

이는 말장난이란 말이 아니겠어요?

유비는 방통도 우습게 생각하며 순전히 립서비스로 일관했지만, 조조의 말을 들어보면 얼마나 솔직한 표현입니까?

 

이때 방통은 제갈량의 추천서를 들고 유비 진영을 찾았으나 제갈량의 추천서를 내놓지 않고 그냥 면접을 봅니다.

물론, 공명의 추천서를 미리 보여주었더라면 면접이고 뭐고 없었을 겁니다.

이름을 속이고 시험에 응시한 방통이 쓴 글을 보고 유비는 글은 대단히 훌륭해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발군이었지만,

외모만 훑어본 뒤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방통에게 조그만 마을의 현령 자리를 내줍니다.

조조는 구현령을 통해 유재시거(唯才是擧) 즉, "재능이 있는 자는 언제든지 등용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오히려 조조가 더 인재를 아낀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여기서 우리는 유비도 역시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비의 사람 판단이 속물인 佳人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찌질이라는 소리를 듣지요.

佳人처럼 말입니다.

유비가 잘하는 게 별로 눈에 뜨지 않습니다.

유비도 이제는 마음의 눈을 떠야 하는데...

 

현령으로 부임한 방통은 매일 술만 먹고 업무를 게을리하는데 이를 알게 된 장비가 현장을 찾아가서

호통을 치게 됩니다.

그러자 방통이 “이 작은 마을의 일이야 그 동안 밀렸던 일은 반나절이면 다 처리할 수 있다”고 툴툴거리죠.

그날 장비가 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밀린 일을 다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하자 장비는 그 모습에 감탄해

이 모든 사실을 유비에게 보고합니다.

 

유비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면서 방통을 형주로 데려가고 나중에는

제갈량과 동급인 군사중랑장에 앉힙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 때문에 인물의 능력이나 사람 됨됨이를 보지 못하는 인간세상의 그릇된 행태가

1.800년 전에도 그랬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천하의 유비도 말입니다.

유비도 빠떼루 받아야 합니다.

 

그는 후에 유비에게 의탁하여 제갈공명과 함께 군사 중랑장을 지내며 유비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며

제대로 된 연봉계약과 그에 걸맞은 대우도 받으며 능력발휘에 들어갑니다.

그는 유비를 보좌하여 유장을 공격함으로써 익주를 취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위의 사진은 이상한 모양의 휘어진 바위입니다.

제갈기라는 이름이 있는 바위입니다.

바위가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생겼기에 그리 부른다 합니다.

 

아마도 장송이 왔을 때 유비, 공명과 방통의 역할을 보면 정말 이벤트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고

놀라운 언변을 보게 됩니다.

사실 장송의 외모도 방통에 전혀 뒤지지 않았지만, 유비는 이때는 사람보다 큰 이익을 주는 인물이라고

판단했기에 장송에게 극진한한 대접을 했을 것이기에 유비의 인간성을 볼 수 있지요.

 

장송을 접대하며 보인 성의에 서천의 책사라는 장송이 뻑~ 소리 나게 갔다잖아요.

접대 문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지만, 이때도 접대로 인해 천하를 삼분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은 겁니다.

이런 사연이 있어 유비는 방통을 대동하고 군사를 이끌고 종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서천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네요.

그러니 서천은 공명이 오지 않아도 방통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네요.

 

이제 팔괘곡을 모두 구경하고 다시 백마관 광장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나오는 길을 잃어버려 한참을 숲 속을 줄거운 마음으로 헤매다 나왔습니다.

팔괘곡이라는 곳은 정말 신비한 곳이었지요.

걷는 길만 사람이 만들었고 나머지는 모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나이가 들어가니 말입니다.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자꾸 소심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앞섭니다.

공격보다는 방어만 하려 합니다.

 

이럴 때는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미지의 세상 속으로 나를 밀어버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도전해 보는 여행 말입니다.

여행이란 젊은 사람에게는 세상을 배울 수 있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 좋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도 다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력이 있잖아요.

佳人은 그런 심장의 두근거림을 좋아합니다.

아니... 즐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