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成都 : 성도)에 왔습니다.

2013. 8. 9.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백마관 앞에서 덕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30분이 지난 1시 40분에

버스 안내양이 우리에게 내리라 합니다.

우리의 목적지 청두를 미리 안내양에게 이야기해 두었습니다.

이 버스는 덕양의 다른 터미널로 가기에 청두로 가려면 내려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청두행 터미널로 가라네요.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도 우리의 목적지를 알려주면 중국의 버스 기사나

안내양은 무척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런 시골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외국인을 만나기 쉬운 일 아니기에

우리의 출현은 이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끌지 않겠어요?

우리를 보며 속으로 밥은 굶지않고 제때 먹고 다니는지 아니면 잠은 노숙이나 하며

다니지나 않는지 저 작은 배낭에는 무얼 넣어 다니는지 무척 궁금할 겁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노숙하지 않고 다닙니다.

 

 

그런데 방금 지나친 사거리에 덕양역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우리는 여행하며 가능하면 절대 한눈팔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신기하기도 하고 모두 눈에 담아두려 노력하며 다닙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풍경 사진을 찍고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생각하며 가려고 합니다.

우리는 잠시 생각하고는 터미널로 가 버스를 타기보다 그냥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걷기 시작합니다.

 

 

이동은 아무래도 기차가 안전하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기차가 운행되는 곳은 가능하면 기차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덕양역은 새로 지은 역인가 봅니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새로 지은 건물로 주변 정지작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외곽으로 이전한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다른 도시처럼 역을 거대하게 지었지만, 아직 이용객은 많지 않나 봅니다.

새로 지어 이전했기 때문인가요?

중국은 역시 많은 인구 때문에 기차역 하나는 대단히 크게 짓습니다.

플래트폼에는 아직 선로조차도 다 깔지 않았네요.

 

 

기차역에 2시 6분에 도착해 표를 사려니 좌석은 없고 입석도

` 4시 59분에 출발하는 기차 편 밖에는 없습니다.

거의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또 후회합니다.

버스 터미널로 갔으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을 텐데...

아마도 기다려야 하는 3시간이면 청두에 도착했을 겁니다.

 

여행은 늘 이렇게 후회하며 다니는 겁니다.

왜?

정보도 없이 알지 못하는 곳을 가기 때문이죠.

그게 여행입니다.

어디 지나고 나면 후회하는 게 여행뿐인가요?

우리의 삶도 늘 후회의 연속이잖아요.

 

그러나 그 후회하는 재미로 다니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늘상 반복하며 사는 일에도 후회가 따르는 佳人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런 곳을 다니며 후회하지 않는다 하면 공명도 그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공명도 마속을 가정으로 보낸 후 그가 잘못을 저지르자 후회하며

눈물까지 펑펑 흘리며 읍참마속을 했잖아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그냥 여기서 약 3시간 정도 쉬었다가 4시 59분 입석으로 기차를 타고 가면 되지 않겠어요?

청두에 가서 쉬나 여기서 쉬나 쉰다는 것은 같은 일이지요.

여기서 청두까지는 요금이 7원으로 무척 가깝다는 말이고 오늘 목적지까지는

쉽게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다고 방통이 쉬다 가라는 암시라 생각하면 편하지 않겠어요?

 

 

이것도 우리에게 쉬라는 의미라 받아들여야겠어요. (7원/1인/입석)

그리 먼 거리가 아니고 시간도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좌석표가 없어

입석으로 표를 샀는데 만약, 먼 거리를 가야 한다면, 입석이라도 사서 기차에 올라

차장에게 부탁해 좌석이나 침대로 부탁해도 되더군요.

이때 웃돈을 준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고 정확히 낸 돈과 바꾼 표와의 차액만 내면 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 아직 밥도 먹지 못했습니다.

새벽부터 라면에 빵과 과일만 먹고 지금까지 보냈네요.

새로 짓는 역이라 주변에 식당조차 없습니다.

그냥 역 구내에 있는 슈퍼에서 중국 컵라면을 삽니다. (5원/개) 

중국의 기차역은 끓는 물이 24시간 공급되기에 컵라면을 먹기는 쉽습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포크를 저렇게 꼽고 기다리는 방법이 중국 여행자의 라면을 먹는 방법이더군요.

 

 

라면을 먹고 나니 쉬고 싶습니다.

그냥 꿈속을 잠시 헤맸네요.

꿈속에서 공명과 방통도 만났습니다.

덕양역은 노약자석이 따로 있어 위의 사진처럼 의자에 레자를 씌워 그나마

차가운 철판 의자 위에 앉아 고생스럽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네요.

 

우리는 중국에서는 약자가 분명하니까요.

왜?

언어도 통하지 않고 글자도 읽지 못하고 정보도 없고... 이유로 따지면 무지하게 많습니다.

장기간 여행을 하시려면 작은 스펀지 방석을 가지고 다니시면 이럴 때 무척 편하더군요.

 

 

오늘은 정말 새벽부터 정신없이 움직였습니다.

물론 아직도 오늘 최종 목적지가 남아 더 가야 하지만, 청두로 가는 기차에 올랐잖아요.

배낭을 기차 좌석 위의 시렁에 올리고 나니 아가씨가 우리에게 3인실 자리에

좁혀 앉으며 같이 앉으라 합니다.

이렇게 입석표를 샀지만, 고마운 친절 덕분에 비록 짧은 한 시간 정도의 여정이지만,

함께 앉아 가는데 말도 통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무척 많은 말을 했습니다.

그 처자 중 하나는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서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종착역인 청두에 도착하고

모든 승객은 짐을 챙겨 내리기 시작합니다.

 

기차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아 6시 조금 지나 청두역에 도착합니다.

역 광장에 나오니 벌써 캄캄해졌습니다.

그 처자는 佳人 오빠와 사진도 찍겠답니다.

그런데 오빠보다 오빠 친구가 더 좋아합니다.

입이 거의 찢어질 정도로 행복해합니다.

 

 

기차 안에서 입석표를 사서 서 있는 우리에게 자리도 양보하며 함께 즐겁게 온 아가씨들이

우리 목적지 신남문으로 가는 버스 타는 정류장까지 배웅해 주겠답니다.

여행하다 보니 보통 사람은 무척 친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관광지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생활 자체가 다르기에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세상 어디나 다 같습니다.

단체여행을 다니다 보면 주로 그런 사람을 만나기에 그곳의 인상이 그리 좋지 않지만,

자유 배낭여행을 다니면 일반인을 주로 만나기에 그곳의 정을 듬뿍 느끼며 여행할 수 있습니다.

 

 

왜 이리 친절합니까?

佳人 때문입니까?

울 마눌님 때문에 물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여행 중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다니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겠지요?

친구는 자기 때문이라고 우기겠지만...

 

 

버스는 청두 역사를 등지고 광장 왼쪽으로 가니 그곳에 큰 버스 종점이 있어 여러 곳으로

가는데 신남문으로 가는 버스는 28번 버스로 2원/1인입니다.

아쉬워하는 처자들과 헤어져야 합니다.

자리도 양보해주고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고마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네요.

 

 

7시에 신남문에 도착하니 삐끼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리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 어두운 밤에 두려운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주는 고맙고 착한 삐끼...

佳人은 이런 삐끼가 너무 좋습니다.

 

당연히 따라가야지요.

늦은 밤이기에...

대강 이 부근의 숙박시세를 삐끼를 통해 1분 만에 파악합니다.

2~300원은 그쪽의 이야기고...

우리는 100원 이하입니다.

 

 

빨리 숙소부터 정하고 짐을 내려놓아야 저녁도 먹고...

오늘은 새벽부터 정말 힘든 하루였잖아요.

따라 들어가니 초대소네요.

 

 

위치는 바로 신남문 버스터미널 후문에 있는 고층건물 꼭대기 펜트하우스 층입니다.

늦은 시각이라 우리가 을이고 주인이 갑이네요.

아니? 슈퍼 갑인가요?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만 머무르려는 게 아니라 4박을 하고 나중에 구채구를

다녀온 후 또 1박을 더하려고 하기에 갑과 을이 바뀔 수 있잖아요.

더군다나 우리는 친구가 있어 방이 두 개나 필요하니까요.

방을 확인하니 바로 신남문 터미널이 아래 내려다보입니다.

 

 

헉!

이렇게 야경까지 덤으로?

이런 방이라면 며칠 쉬어가도 좋겠어요.

 

 

그래서 2인실은 85원, 친구가 머물 1인실은 50원으로 하기로 합니다.

나중에 그 옆에 있는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교통빈관을 가보니 도미토리를 한 사람에

60원 달라고 하니 오히려 이곳이 더 저렴하고 좋습니다.

여기 1인실은 혼자만 사용하는 방이니까요.

비록 늦은 밤이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적절한 가격에 며칠 쉴 수 있겠네요.

며칠을 이곳에 머문다는 결정이 되지 않아 숙박비는 매일 하루 치씩 내기로 합니다.

그 이유는 여기에 머물며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중간에 구채구도 다녀와야 하기에

정확한 일자를 정하기 어려워 그렇게 했습니다.

 

 

초대소라도 깨끗하고 난방기도 가동되기에 이런 곳은 빨래하기도 좋고...

욕실에 뜨거운 물도 펑펑 나옵니다.

방을 구하니 우선 1차 목표는 해결했고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갑니다.

식사를 마친 후 주변의 야경구경을 하며 산책까지 즐깁니다.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오다 옆방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 미국인은 쓰촨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1년에 6개월을 이곳에 머물며 쉰다고 합니다.

시내는 아예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닌다 하네요.

우리의 일정은 청두에서는 도강언, 낙산대불, 구채구, 무후사 등을 다녀오고

이제 다시 동쪽을 향해 머나먼 여행을 떠날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청두란 우리 여행의 반환점입니다.

계속 서쪽으로만 오다가 청두를 기점으로 다시 동쪽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우리 여행의 반이 지났지만, 그래도 여기가 반환점이라는 생각입니다.

청두는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던 곳입니다.

그 이유는 주자이거우라는 구채구를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제 그 소망이 며칠 후 이루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