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1.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캄캄한 밤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 내렸습니다.
여기가 아는 동네라 할지라도 밤에 고속도로에서 내려 걷는다는 게
두렵고 떨리는 일인데 그런데 말도 통하지 않고 동서남북 구별도 할 수 없는
캄캄한 밤에 이게 도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입니까?
우리를 내려놓고 지들은 오빠~ 짜이찌엔 하며 떠나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님은 떠났습니다.
좋아한다고 하며 사진 찍자고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팔짱까지 끼고 착 감길 때가 바로 몇 시간 전이었습니다.
버스 출발 전까지는 사진도 찍고 팔짱도 끼고 佳人도 헬렐레하며 좋아했습니다.
천당과 지옥을 한꺼번에 모두 맛보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했습니다.
그러나 佳人은 그 말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그 말 한 사람이 호랑이에게 물려보지도 않고 지어낸 말일 겁니다.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려야 속이 편할는지 모릅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우리의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베이류라는 톨게이트에만 불이 켜진 곳입니다.
일단,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왼편으로 가라 했습니다.
3km만 걸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톨게이트를 밝힌 불만 있고 주변은 가로등마저 없는 암흑세계입니다.
인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배낭에 넣어 다니는 손전등을 꺼내 켭니다.
이런 개 같은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여행 전에는 손전등을 챙겼나 봅니다.
이제부터 사진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캄캄
또 캄캄
정말 캄캄
진짜로 캄캄
환장하게 캄캄
암흑보다 더 캄캄
난생처음 보는 캄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우리 부부가 본 것은 위의 검은 여백과도 같은 캄캄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터벅터벅 중국의 어느 시골길을 걷습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세요?
그러시면 여러분께서는 우리 부부와 함께 길동무가 되어
캄캄한 중국의 시골 길을 걷는 겁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십니다.
위의 지도를 보면 베이류에서 항청상푸까지는 가까운 곳으로 보입니다.
佳人이 앞서고 울 마눌님이 뒤를 따릅니다.
도로는 그나마 포장도로라 걸을 만합니다.
못하는 노래지만, 큰 소리로 부르며 중국의 시골길을 걷습니다.
손전등의 불을 일부러 이리저리 비추며 걷습니다.
일부러 큰 소리로 이야기도 합니다.
지나친 친절이 오밤중에 중국의 시골 길을 걷게 합니다.
헐!!!
여러분~
중국에서 처음 가는 시골 마을에 오밤중에 고속도로에 내려서 걸어 보셨수?
우리 부부 지금 걷고 있다오~
아무리 어두운 암흑이 우리 부부 앞에 있더라도 부부 둘이는 못 할 게 없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세상을 살아오며 우리 부부 앞에는 이처럼 앞도 보이지 않았던 일들이 무척 많았지만,
모두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어둠은 우리 부부가 두려워 피할 존재가 아니고 헤쳐나갈 도전의 벽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20분 정도 걸었나요?
뒤에서 작은 빠오처 한대가 다가오더니 우리 옆에 섭니다.
우리 부부는 바짝 긴장합니다.
이거 잘못되면 자량 납치를 당해 내 몸안의 장기 모두 털리고 어느 알지도 못하는
산속에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내 몸은 지금까지는 내 것이었지만,
갑자기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 옵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창문이 열리더니만, 우리에게 "황청샹푸?" 하고 묻네요.
차 안을 들여다보니 나이가 제법 있는 운전기사 혼자입니다.
혼자라면 저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합니다.
그럼 이 오밤중에 배낭 메고 길을 가는 사람이 황성 상부로 가지 않으면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아이구~ 반가워라 10년 대한 가문 날에 단비 같은 소리입니다.
그래 맞는다고 하며 울 마눌님은 당장 얼마냐고 묻네요.
"이거런 산 콰이"(3원/1인)랍니다.
3원이란 말에 안심을 합니다.
조금 전 버스를 타고 오며 톨게이트에서 황성상부로 들어가는 빠오처 요금이
3원이라 했기에 이 차는 양심적으로 영업하는 빠오처라는 말이겠네요.
적어도 납치하려는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울 마눌님 즉시 순발력을 발휘해 "양거런 우콰이?" (5원/2인)라고 합니다.
""커이마?" " 커이~"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심오한 선문답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울 마눌님은 캄캄한 밤에도 순발력을 발휘해 중국에서 차비를 깎습니다.
울 마눌님은 이 맛에 중국 여행한다고 하니 말릴 수 없는 마눌님입니다.
왜 깎았느냐고 물어보니 톨게이트에서 탔으면 3원이지만,
한참을 걸어왔기에 당연히 깎아야 한다고 합니다.
유구무언입니다.
캄캄한 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이런 악조건 속에서 순발력을 발휘해
1원의 요금을 깎은 울 마눌님이 난 더 무섭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로 우리 부부도 가끔 여행 중에 토닥거리고 싸웁니다.
그러나 이런 마눌님 덕분에 아직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가니 감사해야 할 겁니다.
지금까지 30년도 더 넘게 함께 살아오며 마눌님에게 "마누라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고 늘 교육받아온 佳人입니다.
같은 여자라도 면산 여행에서 만나 이곳을 소개받았고 여기로 오는 버스 안에서 베이류에서
내려 잠시 걸어가면 된다고 우리 부부에게 알려준 사람도 여자이지만, 다릅니다.
그 여자들은 우리 부부에 이렇게 캄캄함 밤에 공포체험을 하며
중국의 시골길을 걷게 만들었네요.
뭐 사실...
마눌님 말을 잘 들었다고 자다가 일어나 떡을 본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까지 맹세코 자다가 일어나 떡을 먹은 기억도 정말 없습니다.
그래도 떡이 생긴다는 말은 아직도 굳게 믿고 살아갑니다.
울 마눌님은 지금까지 슈퍼에 가도 떡을 떨이한다고 세일해도 한번도 떡을 사준 적도
없지만, 살아오며 佳人에 한번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마눌님 말을 잘 들어 자다가도 떡이 생긴 남편분이 계시면
제게도 이야기해 주세요. 네?
차를 타고 잠시 커브를 돌아보니...
그곳은 밝은 전깃불이 비치는 주유소가 보이고 그 앞으로 연결된 길 저편에 우리가
가려고 했던 황청샹푸로 보이는 성이 있고 그곳에는 불을 밝혀 환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걸었던 길은 이미 반이나 캄캄한 길을 걸었고
이곳부터는 아주 쉬운 환한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탄 차는 마을 하나를 지나치는데 흘낏 보니 곽욕촌이라고 쓰여 있고
그 마을을 돌아서니 황청샹푸가 멋진 조명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밝은 곳에 오니 살 것 같습니다.
빠오처 기사는 "주숙? 어쩌고저쩌고" 합니다.
아마도 주숙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가 봅니다.
울 마눌님은 저렴한 삔관을 이야기하니 기사는 "농지아 삔관 커이마?"라고 묻네요.
이게 우리로 치면 농가주택에 숙박업을 하는 곳인가 봅니다.
우리야 당연히 "커이!"라고 했지요.
정확히 말을 알아듣지는 못해도 살아온 눈칫밥이 이렇게 캄캄한 밤에 정확한 의사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인이 우수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합니다.
그러더니 그 기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잠시 후 우리 부부를 똑같이 생긴 주택이
많은 곳으로 데리고 들어가니 나이가 제법 든 사람이 어느 집 앞에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가정삔관이라고 이 동네는 모두 저렴한 숙박업을 하는 곳입니다.
모두 2층으로 된 집이고 1층은 주민이 살고 2층을 숙박업을 하는 마을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시듯이 마을 전체가 엄청나게 숙박업을 많이 하는 동네입니다.
숙소에 도착해 시계는 보니 7시가 조금 넘었네요.
그런데 중국은 이 시기에 무척 어두운 곳이었습니다.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되겠지요?
오늘은 허우마에서 3시간 정도 걸렸고 후커우 폭포로 들어가는 마을인
지시엔에서 8시간을 버스만 타고 이동했습니다.
여러부~~ 우우우운 중국 여행하시며 캄캄한 고속도로에 내려
방향도 모르는 곳을 걸어서 목적지를 찾아가 보셨수?
우리 부부 캄캄한 밤에 걸어봤수~
캄캄한 밤에 걸어보지 않으셨으면 말을 하지 마슈~
우리 부부에게 선의로 진청까지 가지 않고 빠르게 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중간인
베이류에서 내려준 기사 덕분에 잠시 행복하게 생각했지만, 우리는 오늘 아주 식겁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이런 희한하고 이상한 경험도 하며 여행하네요.
이런 길인지 미리 알았다면 아예 허우마나 진청까지 가서 자고 아침에 들어오는 것인데...
우리가 머문 숙소는 833호입니다.
모두 똑같이 지은 단지 안의 주택이라 번호를 모르면 찾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예상은 황성상부로 오는 도중, 중간에 하루 정도 자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만에 이곳에 오니 마음마저 넉넉해집니다.
그래서 1박만 하려고 했던 생각을 바꾸어 2박을 하고 가야겠어요.
2박을 한다는 의미는 간단한 빨래도 한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비수기라서 숙박료도 상상외로 저렴하고 숙소의 주인도 나이가 든 사람이라
친절하여 1박 60원인 것을 우선 50원에 하기로 하고 혹시 1박을 더하게 된다면
2박에 85원에 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물론 이런 결정은 모두 울 마눌님의 전공입니다.
1층은 주인이 살고 이층은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 방을 빌려주는데 이층은 위의 사진처럼
넓은 거실과 방이 여러 개 있지만,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독채인 셈입니다.
아무리 캄캄한 밤에 동서남북 구별도 하지 못하는 곳에 내렸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목적한 곳까지 무사히 왔고 또 저렴하게 숙소까지 정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살아가게 되어 있나 봅니다.
집이 얼마나 큰지 세상에 화장실이 우리 집 거실보다 커요.
아무리 늦게 도착했다 하더라도 방금 들어오며 지나친 황청샹푸가 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자꾸 나오라고 하는 것 같아 방에만 머물 수 없잖아요?
그냥 머문다면 우리가 아니지요.
우리 부부는 이런 유혹에 단박에 넘어갑니다.
울 마눌님도 피곤하다느니 그냥 쉬자느니 이런 말을 모릅니다.
집에 있을 때는 24시간 내내 피곤해하면서...
황청샹푸는 시즌이 아니라 밤에는 사람 구경도 하기 어렵습니다.
캄캄한 밤길을 걷는데 웬 아가씨가 다가와 욕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욕이 중국말로 식사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아침부터 과일과 빵만 먹으며 왔습니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서 밥을 먹기로 합니다.
우리 부부 배낭에는 늘 빵과 초콜릿과 과일을 넣어 다니며 자주 먹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기에...
볶음밥인 지단 차오판(6원)을 시켰습니다.
입맛에 맞아 2일간 이곳에 있는 동안 매번 이 집에 들러 밥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식당에 단골을 정하면 당당하게 수시로 드나들며 뜨거운 물도
무료로 먹고 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위에 사진에 보이는 밥이 1인분입니다.
식사량이 많지 않은 우리 부부는 둘이 먹어도 남을 양입니다.
식사를 마친 후 잠시 산책합니다.
황청상푸라는 곳을 찾아 참 힘들게 왔습니다.
밤이 늦어 이곳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입구는 불을 밝혀 아름답게 야경을 보여주네요.
상부라는 현판이 걸렸습니다.
아마도 재상이 살았던 집인가 봅니다.
오정산촌(午亭山村)이라는 현판도 보입니다.
어서루(御書樓)라는 누각에 쓰인 현판입니다.
어서루라는 말은 틀림없이 황제와 관련이 있지 않겠어요?
황성상부가 좋은 점은 상부 안의 모든 건물 앞에 이렇게 우리말로도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지난번 왕가대원에 갔을 때는 한글은 없고 중국어로만 그것도 몇 군데만 적어두었더군요.
여기는 먹물 먹고 자란 집이라 뭐가 달라도 달라서일까요?
엉덩이 한번 두드려주고 싶습니다.
얼마나 기특한 일입니까?
어때요? 참 잘 왔지요?
오정산촌(午亭山村)이라고 금칠을 했습니다.
글자에 무척 힘이 있어 보이네요.
오정은 이 집주인 진정경의 호라 합니다.
그러니 오정산촌이란 말은 진 서방네 집이고 이게 문패인 셈입니다.
내일은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렵니다.
올라가 살펴보니 헐~
강희황제와 연관이 있는 글이 분명하네요.
오래 살아 아들이 불행해했던 강희 아니었나요?
이 글을 썼을 때가 벌써 강희 50년 신묘년인가 봅니다.
왼쪽을 살펴보니 강희제가 문연각 대학사 겸 이부상서 진정경에게 내린 현판인가 보네요.
그렇다면 오정산촌이라는 글이 강희제의 친필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그러니 강희황제와 진정경이 무슨 썸씽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내일 그 썸씽에 대하여 묻고 따지고 파헤치고....
중도장이 진 서방네 집인가 봅니다.
오늘은 밤이 늦어 문이 굳게 닫혔으니 그냥 佳人이 하룻밤을 밖에서 유하고
내일 진 서방을 만나보기로 합니다.
황성상부는 모든 곳에 한글 설명이 있고 뜻밖에 모든 물가가 저렴하여
갑자기 이곳이 좋아지려 합니다.
우리 부부는 하루 더 묵기로 하고 들어가는 길에 주인에게 하루 더 있겠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먼 길을 찾아왔네요.
여행이란 이 정도의 수고를 해야 하나 보네요.
이렇게 찾은 곳이 마음에 탐탁지 않다면, 슬픈 일이겠지요?
오늘 밤은 일찍 잠자리에 코~하고 들어야겠어요.
너무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긴장하며 밤길도 걸어 찾아왔잖아요. 그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꽃을 버려라!
그래야 열매를 맺을 것이다.
강을 버려라!
그래야 바다에 이른다.
여행길에도 고생을 하고 가야
판타스틱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냥 주는 것은 없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우리에게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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