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상부(皇城相府 : 황청샹푸)가 진정 진정경의 저택이란 말입니까?

2012. 4. 23.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2011년 10월 29일 여행 19일째

 

어제는 정말 먼 길을 왔네요.

운이 좋아 아침에 후커우 폭포를 구경하고 버스를 몇 번 갈아타며 밤에 황성상부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생각에는 중간에 해가 지면 아무 곳이나 하루를 자고 오려 했지만...

교통편의 연결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아주 매끄럽게 연결되었네요.

 

무척 힘든 하루였지만,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설렙니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며 감탄할까?

또 오늘은 어떤 풍경이 佳人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두근거리게 할까? 하며 말입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아침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후커우 폭포는 정말 접근성에서 멀리 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주변에 함께 연계하며 볼 관광지조차 별로 없는 듯했지요.

그리고 고생하며 가서 바라보는 시간은 고작 30분에서 1시간을 넘지 못하잖아요.

허탈한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황성상부는 이른 아침부터 벌써 여기저기 많은 깃발부대가 나타나 법석거립니다.

목소리가 큰 민족이라 가이드가 통제를 위하여 손에 든 스피커까지 시끄러우니 마치 저잣거리를 방불케 하네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많은 인구로 말미암아 자국 내에서 만의 관광도 아주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잖아요.

이제 조금 시간이 흐르면 이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이기에

우리나라에도 삼천리 방방곡곡 중국의 깃발부대가 점령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후커우 폭포를 가고 오는 길에 우리 부부에게 무척 행운이 따랐습니다.

우선 면산 여행에서 만난 아가씨로부터 허우마라는 도시를 알았고 이곳 황청샹푸라는 곳도 알았습니다.

지에시우 기차역에서 없는 표도 역장님의 배려로 다음날 표로 당일에 타게 해 주고 입석표를 산 우리에게

침대칸 좌석에 앉아 린펀까지 아주 편하게 오게 배려해 주었습니다.

 

이게 모두 佳人이 평소 쌓은 선업(?)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여러분의 조롱과 비웃음을 사겠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정말 세상은 아직 살만한 아름다운 별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후커우를 가는 길에 린펀에서 버스가 없다는 이야기 때문에 하루를 머물 생각을 했지만,

젊은 사람이 지시엔으로 가는 터미널을 알려주었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중국 젊은 여행자를 만나 함께 후커우 폭포를 저렴하게 다녀왔습니다.

 

이곳 황성상부로 오는 길도 하루 만에 버스가 순조롭게 연결되었고 버스 기사와 안내양의 친절한 안내로

진청으로 가지 않고 비록, 캄캄한 밤에 고속도로에서 내려걸었지만, 황성상부까지 쉽게 올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좋은 빠오처 기사를 만나 저렴한 농가삔관에 들게 되었기에 참으로 운이 따랐던 날들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정도 우리에게 이런 좋은 행운만 가득하길 빌어봅니다.

 

8시에 숙소를 나옵니다.

주인아저씨가 우리 부부에게 표를 사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미안하게 우리가 스스로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 부부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리 삐리 한 외국인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게 사실이지만요.

 

자기 차를 타라고 하고 매표소 앞까지 데려갑니다.

그리 먼 길도 아니고 걸어도 5분도 걸리지 않을 짧은 거리를 이렇게 호의를 베푸나 봅니다.

사실은 어젯밤에 산책을 겸해 나와보았기에 우리 부부는 미리 이곳까지 와 지리를 모두 익혀놓았습니다.

지리만 익힌 게 아니라 사진도 찍으며 한참 놀다 갔잖아요.

황성상부의 입장료는 100원/1일이며 경로 할인은 50원입니다.

 

표를 사고 난 후 주인아저씨는 우리 부부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고 매표원에게 무얼 물어봅니다.

그리고는 우리 부부에게 와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잠시 기다렸다가 입구 광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고 난 후

들어가라 하네요.

그러니 이곳에서는 입구에 커다란 광장이 있고 그곳에서 하루 한 번 공연한다고 합니다.

물론 시즌 중에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지금 위의 사진이 진 서방네 집으로 들어가는 중도장이라는 건물입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 역할을 하는 것인데 대문이 아니라 성벽 문입니다.

중국에서 행세깨나 하는 사람이 사는 집의 대문은 이렇게 외부와 담을 쌓고 살았나 봅니다.

 

공연은 9시 30분부터입니다. 

만약 이곳을 오시는 한국사람은 이 무료 공연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공연의 내용은 강희제가 이곳까지 직접 와 오정산촌이라는 편액을 내려주는 것과 진정경이 황제에게

그동안 새로 집대성한 책을 헌정하는 그런 내용인 듯합니다.

그리고 황성상부는 3시간만 둘러보면 샅샅이 모두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하루 더 이곳에 숙박할 예정이라 느긋하게 즐기렵니다.

 

어젯밤에는 중도장 문이 닫혀 안을 보지 못했지만,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니 입구에 돌로 만든 패방이 보이는데...

어멈!

패방에는 집안 자랑질로 도배했네요.

그러나 집안의 내력을 알아보면 이런 자랑질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들어가서 더 자세히 살펴보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늘 공연은 무슨 촬영 때문에 오후 한 차례 더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 두 번 보았지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공연의 내용은...

중국어로 하지만, 중국어 몰라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공연부터 먼저 볼까요?

아니지요.

우선 안부터 먼저 살펴보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공연 사진을 올려보렵니다.

공연은 표를 사지 않아도 볼 수 있습니다.

어서루라는 누각 앞의 광장에서 했으니까요.

 

이게 진정 진정경의 개인집이라는 말입니까?

이제부터 안으로 들어가렵니다.

함께 들어가시겠어요?

이제부터 내부에 있는 건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춰보며 佳人의 여행기록으로 남길까 합니다.

 

혹시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시면 그냥 사진으로만 훑어보시길 바랍니다. 

표를 검사하는 입구 문 앞에 위의 사진처럼 멋진 누각이 하나 있습니다.

어젯밤에 나와 야경사진을 찍었던 곳입니다.

 

중도장 앞에 세운 어서루(御書樓)라는 누각입니다.

그러니 황제의 하사한 글이 있는 누각이라는 말이지요.

어젯밤에 보셨듯이 강희황제가 스승이자 강희자전을 편찬하는데 큰 공을 세운 진정경의 호인 오정(午亭)을

기리기 위해 직접 그의 집이라는 의미로 오정산촌(午亭山村)이라고 친필로 써서 하사한 글을 보관한 누각입니다.

 

그러니 황제의 글을 보관한 곳이기에 황제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황금색 기와로 폼나게 장식해도

누가 시비나 걸겠어요?

이곳에 있는 많은 건물 중 유일하게 황금색 지붕을 얹어놓았네요.

그러나 어서루의 글은 사실은 진 서방네 문패나 다름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곳에 올라가 구경하는 데는 문표도 필요 없습니다.

밤에 올라가 몰래 비석을 가슴에 품어보아도 좋고 따귀를 때려도 좋습니다.

위의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 보세요.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오늘의 숙제입니다.

어서루라는 곳은 황제의 친필을 보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는

조벽(영벽)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문표를 검사하는 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오면 먼저 두 개의 석패방이 보입니다.

이 집의 주인인 진(陳) 씨네는 명, 청대를 걸치며 황실에 요직을 차지한 명문가라네요.

워낙 잘난 사람이 많기에 자랑질할 게 무척 많을 겁니다.

요직이라 하면 그냥 과거시험에 합격해 어영부영 살지 않고 중요한 자리에 머물렀다는 말입니다.

석패방이 앞뒤로 하나도 부족해 두 개나 세웠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가문입니까?

 

그중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게 바로 앞에 보이는 석패방입니다.

강희 38년인 1699년 진정경이 사부상서라는 관직에 있을 때 황제의 명을 받아 지은 석패방입니다.

기둥이 네 개에 문이 세 개로 자리를 단단히 잡고 있으며 높고 웅장하며 장관입니다.

 

현판의 내용은 진씨 가문 5세대의 승은을 입었다는 관직과 공명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시기하는 사람이 보면 자랑질이라 하겠지만, 사실 자세히 바라보면 정말 자랑질이 맞습니다.

진 서방네 가문은 아마도 중국 내에서 따라올 집안이 없는 명문가였을 겁니다.

 

아주 상세히 기록했기에 진씨 가문을 연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문의 자랑질이요, 영광의 문이라는 말일 겁니다.

황제가 두둔하는 사람인데 이 정도의 패방을 못 만들겠어요?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개선문이라도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황성상부가 좋은 점은 우리 같은 사람도 모두 돌아다니며 순서대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동선까지 표시해 놓았고

한글을 포함한 여러 나라 말로 설명문을 건물마다 붙여놓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황성상부는 최고의 관광지라 할 수 있겠네요.

 

한마디로 쭉죽빵빵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겁니다.

바닥의 기반에는 사자상으로 패방의 기둥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보통 보는 석고(石鼓)가 아니라 사자가 희롱하는 모습까지 멋을 부렸기에 이 패방 자체만으로도 구경거립니다.

그런데 모양이 밑의 사자를 위에 있는 사자가 절벽에서 밀어버리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엉덩이를 밀어버리려고 말입니다.

 

아니군요?

떨어지려는 사자를 잡아주고 있군요?

돌로 만든 북이라는 석고를 만들어 드나드는 사람에게 마음의 울림을 전해주는 듯합니다.

성인 키보다도 더 큰 석고도 자세히 보면 역시 멋진 예술작품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을 문당이라고 하여 문 위에 나무 기둥같은 것과 합해 문당호대라고 하던가요?

예전에 결혼하는 사람을 정할 때 비슷한 가문끼리 하기 위해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게 문당호대라고 하지요.

 

현판에 새겨진 여의주를 희롱하는 용과 봉황을 보세요.

죽여줍니다.

위의 사진은 정일품 광록대부며 형부상서를 지낸 진삼락의 자랑질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三樂이라고 이름 지으면 안 되죠~

꼴랑 세 가지만 즐거운 게 아니라 백 가지도 더 많은 百樂이 어떻겠어요?

 

아닙니다, 진만락으로 지어도 되겠어요.

세상에 만인지상이며 일인지하였는데, 그 한 사람이라는 황제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궁에만 있는데 말입니다.

사실 어찌 보면 황제보다 궁 밖의 세상사를 다스렸으니 황제보다 더 즐겁게 살았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황제를 지존이라 하며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지만, 황제는 사실 궁궐 안에서만 큰소리치며 다스렸고

천하는 이런 신하가 다스렸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석패방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먼저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문 위로 지붕을 만들어 아주 위압감을 주는군요.

 

이곳은 관가원(管家院)이라는 건물입니다.

관가원의 역할은 우리 말로는 집사가 머무는 곳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집사원(執事院)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황성상부를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우선 이곳에서 검문검색을 받아야 했을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황성상부에서 견마지로를 다하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요?

크고 작은 일처리는 물론 진 서방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비서실과도 같은 곳이 바로 여기였을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대문 위의 상인방을 보시면 독성(篤誠)이라는 글을 걸어놓았습니다.

충실하게 정성을 다해 주인을 모신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드나들며 그때마다 바라보고 다짐하고...

이런 충직한 사람을 부리려는 진 서방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네요.

네 개나 되는 호대가 눈길을 끄네요.

네 개라 하면 최고 권위를 상징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 건물은 재상부 집사가 사무도 보고 거주하는 곳이지요.

건물은 모두 단층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아주 검소하고 간결하고 소박하게 지어, 주인이 머무는 곳인 다른 건물의 장식처럼 아주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지 않았기에 대조를 이루고 있다 봐야 하겠네요.

뭐 요즈음 세상은 권력의 언저리에 얼쩡거리는 사람이 더 난리를 치더군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지는 않나 생각됩니다.

 

봉건사회에서는 이렇게 거주하는 건물조차도 함께 같은 울타리 안에 살아가도 존비유분(尊卑有分)으로 주인과

다르게 차별하였고 상하유등(上下有等)의 생각으로 상하가 엄격히 다른 곳에 주거하며 일을 보았다 합니다.

요즈음처럼 욕하며 사는 세상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말초적인 욕을 함으로 잠시 동안의 인기에 빠질 수는 있으나 그 잘못이 언젠가 자기 자신은 물론

자식에게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농담으로 뱉은 말이 토마호크 미사일보다 더 큰 위력으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이 관가원 뒤에는 아주 재미있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협소한 골목길 안에 숨어있기에 자칫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네요?

아주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과실(思過室)이라는 방입니다.

 

우리 말로는 회개방이라고 할까요?

그러니 집안의 법도나 가훈을 위반한 자를 이 방에 가두고 스스로 회개하고 뉘우치라고 만든 방입니다.

물론 진 서방네 가족이 아니고 하인 중에 꼴값 떨다 걸린 녀석들일 겁니다.

이 어두침침한 방에 갇혀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 회개하라는 의미로 만들었을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더럽고 지저분하게 만들어놓고 회개하지 않고 고개 쳐들고 사는 나쁜 사람을

모두 이곳에 잡아 처넣어버리고 싶습니다.

 

오른쪽에 입구가 보이시죠?

빛도 통하지 않고 컴컴하고 습한 곳입니다.

내일은 밝은 곳을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이란 내가 그들 안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내 문을 닫아놓고 그들 문만 열려고 하는 일은 우매한 일입니다.

설령 그들이 문을 열어 준다 해도 내 문이 닫혀있으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먼저 내 문을 열어야 그들 문을 열 수 있고 그곳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佳人은 늘 내 문만 꼭꼭 닫고 남의 문만 열려고 합니다.

그러니 하수가 하는 여행이라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