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 음악회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2. 2. 23.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오늘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북위의 국립 오케스트라를 소개합니다.

오늘 연주하는 곡을 듣지 못하신다면 귀는 있되 듣지 못하고 눈은 있되 보지 못하는 불행한 일입니다.

자! 모두 스피커의 볼륨을 키워봅시다.

그리고 1500년 전으로 모두 돌아가 그들과 함께 마음으로 느껴보는 겁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제12 굴은 이구지보살동(離垢地菩薩洞)이며 다른 말로는

음악굴(音樂窟)이라 불리는 특이한 곳입니다.

준비되셨습니까?

Here we go~

 

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입니다.

들리세요? 그리고 보이세요?

눈을 감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아직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하셨네요.

佳人이요?

역시 마찬가지로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실내는 전실과 후실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실 앞에 있는 외벽은 나무처럼 지붕과 기둥이 조각되었네요.

정말 너무 화려하게 만들었네요.

가슴이 터지고 쪼그라들도록 아름답습니다.

이게 모두 굴을 파고 그 돌 위에 조각을 하여 장인 솜씨를 마음껏 뽐낸 북위의 석공들의 작품입니다.

 

두드리는 북소리는 하늘의 울림이요.

피리 소리는 하늘의 부름이라.

심장이 울릴 정도로 쿵쾅거리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비파소리는 밤잠을 설치게 합니다.

천상의 무희 압사라는 가냘픈 몸매로 음악에 따라 흐느적거리고 온갖 동물이 함께 노래합니다.

금시조도 나와 황금 깃털을 활짝 펴고 함께 춤을 춥니다.

이 모든 장면이 바로 위의 사진 속에 있는데 보이고 들리십니까?

음악굴에 와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은 사람은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이제 더는 가라오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장예모가 아무리 빛으로 발광해도 어찌 이곳의 예술만 하겠습니까?

세상에 이 굴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파내고 쪼아가며 만들었고 그 위에 아름다운 색을 입혀놓았습니다.

색을 입혀놓으니 생명을 불어넣은 듯 아름답습니다.

이제 이들의 조각에 생명을 훅~ 하고 불어넣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 조각을 만든 시기가 1500여 년 전이랍니다.

혹시 이곳은 보살들이 밤에만 모여 디스코라도 추는 곳이 아닐까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세상의 모든 것이 佳人의 작은 가슴에 모두 들어있는 걸요.

내 마음이 넉넉하니 세상이 풍요롭고, 내 마음이 따뜻하니 세상이 온화롭습니다.

내 마음이 고요하니 세상이 조용합니다.

내 마음이 즐거우니 세상 모두가 佳人을 바라보고 노래 부르는 걸요.

옆에서 소곤거리는 마눌님의 목소리는 압사라가 부르는 천상의 노랫소리였고,

마음을 담은 목소리는 바로 하늘의 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옆에 선 울 마눌님의 손을 슬그머니 잡아 봅니다.

아~

울 마눌님의 손이 바로 천상의 선녀 손이었습니다.

하늘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지금도 마눌님의 손을 잡으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니 佳人은 아직 좀 더 사랑하며 살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함께 아직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또 감사합니다.

돌아서 바라보니 佳人에 미소를 보냅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오늘도 세상 속으로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여행길에서도 손을 잡아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미소 짓는 얼굴을 바라보니

佳人 얼굴에도 빙그레 미소가 떠오르니 佳人은 정녕 행복한 사내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북위의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을 소개해 올립니다.

하나씩 여러분에게 인사 올려야 도리지만, 그냥 단체로 소개합니다.

 

북쪽 벽의 상층부는 14명 천상의 연주가가 있네요.

피리를 불고 북을 두드리고, 팬 파이프도 보이고 서양의 악기인 Lute로 보이는 현악기도 있습니다.

비파, 플루트, 하프에 오현이라는 가야금 같은 악기도 보입니다.

장구 모양의 악기도 있고 아주 여러 가지의 악기가 많습니다.

 

이러다가는 세상의 모든 악기의 발생지가 북위라고 중국에서 주장하게 생겼네요.

출입문 상인방에는 천상의 선녀라는 압사라가 떼거리로 몰려 춤을 추고 있습니다.

천상의 여인이라는 압사라...

암리타라는 영생불사의 감로수를 얻기 위해 유해 교반의 과정에 천 년의 세월 동안 우유의 바다를 젖고

또 저어 만들어졌다는 압사라가 아니겠습니까?

압사라는 바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치어리더(?) 인가요?

 

그러나 그 천상의 선녀가 추는 춤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의 춤과 같은 자세입니다.

디스코는 물론 살사도 있고  삼바는 물론 불르스에 니나노와 테크노까지 모두 다 있습니다.

아~ 세상의 모든 춤의 발생지는 중국이었나 봅니다.

여기에 새겨진 악기 종류가 14가지에 총 47개의 악기가 있다고 합니다.

 

두드려라~ 그리하면 울릴 것이다.

불어라~ 그리하면 청명함이 멀리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하고 몸은 음악의 선율에 따라 그냥 맞기기만 하면 된단다

인간의 몸은 저 멀리 안으로부터 자연적으로 흥이 솟아 나오게 되어 있단다.

그냥 몸을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흥에 맞기기만 하면 그게 춤이고 음악이 아니겠는가?

 

볼륨을 올리시고 음악을 들어보세요.

스피커가 찢어지라 크게 들어보세요.

이 굴을 만든 이유가 보는 사람에게 느끼라고 만든 게 아닙니까?

북위의 고승이라는 담요인지 이불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장에 새겨진 천상의 사내 연주자는 강인한 체격의 소유자로 이는 중국 북방에 살았던 민족으로 보입니다.

이런 체격은 한족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북방 소수민족의 기본적인 체형으로 봐야 합니다.

아주 건방진 자세로 한쪽 다리를 슬그머니 올린 짝다리로 리듬을 타고 있네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비파소리에 佳人의 간장은 모두 녹아내려 버렸습니다.

구슬픈 피리 소리는 가슴을 후비 파고 있습니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곳에서 하늘의 음악을 듣게 되다니...

 

이 사내들만 모아놓고 연주하면 무슨 천하장사 연주단이냐고 오해하겠어요.

생긴 게 모두 천하장사보다 더 두껍고 굵게 보입니다.

이게 어디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겠어요?

마님이나 모시고 장작이나 패는 힘쓰는 체격이지만, 섬세한 악기 연주를 하겠다네요.

마님이 장작 패는 대신 곡이나 연주하라 했나요?

모자도 쓰고 멋도 한껏 부렸습니다.

 

이 조각은 북위의 궁정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음악 체계와 밴드 구성은 물론 곡 연주 방법과 악기의 모양까지

보여주기에 고대 중국의 음악 역사와 편제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되겠네요.

그러나 조각 자체만으로도 운강석굴에 많은 석굴 중 단연 뛰어난 곳입니다.

사실 이곳만 보아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습니다.

 

채색마저 무척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마도 이곳은 아까 제3 굴의 체육관 시설과 더불어 밤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가라오케나 뭐 이런 곳이 아닐까요?

제가 혼날 소리만 골라하지요?

너무 많은 부처를 만났나 봅니다.

 

이제 부처가 부처로 보이지 않고 돌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부처도 피곤하면 가끔 이런 가라오케나 노래방에 들려 스트레스 풀어야 합니다.

이럴 때가 되면 우리도 잠시 쉬며 푸른 초원에 누워 하늘에 한가로이 떠도는 흰 구름이라도 바라봅시다.

그런데 오늘은 운무로 가득 차 하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음악굴에 들어와 신명 나게 한판 놀았습니다.

궁둥이가 저절로 씰룩거리고 그냥 어깨가 오르내리며 덩실덩실~

인간에 있어 가장 본능적인 표현이 바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흥을 그대로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그러니 부처가 보살과 함께 이곳에 모여 한판 걸지게 노는 장소였나 봅니다.

구도자도 가끔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합니다.

매일 득도만 하겠다고 명상만 하다 보면 그게 스트레스가 되어 득도고 나발이고 살만 찌게 되어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게 됩니다.

뭐 요즈음 룸살롱에 드나들고 양주 마시는 구도자도 많다고 하는 데 이런 건전한 행위는 권장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운동한다고 손을 높이 들어 내리치는 고스톱에 구도가가 열광하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옛날에는 호파가 비파를 타면 물고기들이 나와서 듣고,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 여섯 마리의 말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꼴 먹는 것을 잊었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왜 이런 놀고 자빠진 신비한 일이 중국에만 나타나는 겁니까?

 

종자기를 처음 만난 날 백아가 탔다는 거문고 연주곡이 고산유수라 했나요?

그날 우연히 광풍이 몰아치고 배를 기슭에 댄 백아가 연주했다는 그 곡 이름이 말입니다.

오늘 이곳 음악굴에 모인 연주가는 백아가 되어 연주하는데

그 곡을 알아주는 종자기가 없어 이를 애달파합니다.

 

백아절현..

오늘 이곳에 거문고는 모두 박살 나게 생겼습니다.

知音이란 그리 쉬운 말이 아닌가 봅니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 사람은 모두 잠시나마 음악굴에 들려 종자기가 되어줍시다.

안 그러면 쟤들 또 삐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