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도 가을이면 아름답습니다.

2011. 12. 23. 00:01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아무리 힘들게 만든 장성이라도 가을만 되면 아름답습니다.

여기저기 단풍으로 장성을 예쁘게 단장합니다.

젠장! 가을의 전설처럼 이곳도 가을만 되면 붉게 물드나 봅니다.

 

장성 위에는 "凹凸凹" 요런 모양의 요철형의 벽돌담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져 있습니다.

나라마다 약간은 그 모양이 달라도 성벽이라 함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보일 겁니다.

그때는 두려움의 눈을 껌뻑거리며 성벽 밖을 넘겨다 보았겠지만,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넘겨다 봅니다. 

 

이곳이 전쟁을 위해 만든 곳이지만, 이렇게 가을만 되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무엇 때문에 붉은 피를 흘려야 했을까요?

오늘 가을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장성에 올라 걸었습니다.

같은 장성이라도 즐기기 위한 곳이 될 수도 있지만, 아픈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가을을 밟으며 아름다운 색깔 속으로 걸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가을이 손 안에서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습니다.

손바닥이 단풍색으로 금방 물들 것만 같습니다.

 

안쪽에서 볼 때 높이 1m 정도의 벽을 우장(宇牆) 또는 여장(女牆)이라고 부르고

바깥의 적을 향해 쌓은 높이 2m의 벽을 타구((垜口)라 부릅니다.

타구의 상단과 하단에는 각각 구멍이 뚫어져 있는데 위쪽에 있는 구멍을 료망구(瞭望口)라 부르며

이는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살피는 기능을 한답니다.

佳人이 살펴보니 오늘은 이곳을 향해 올라오는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인해전술로 몰려오는 중국 관광객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 동네 사는 중국인과 저 동네 사는 중국인이 서로 적이었군요?

 

천고마비...

가을을 대표하는 말 중에 하나이지요?

가을이라는 계절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러나 이게 중원의 사람에게는 환장하는 말입니다.

추고마비(秋高馬肥)라고 생각할 겁니다.

 

장성 북쪽에 사는 유목민족은 여름 내내 푸른 풀을 먹인 말이 살이 찌는 계절이 가을이고 이미 강은 얼어붙기

시작하면 중원의 한족은 추수까지 마쳤을 때가 바로 아름다운 단풍이 물드는 늦가을입니다.

아마도 북방 민죽이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늦가을이기에 가을의 전설은 올해도 계속되었을 겁니다.

중원에 사는 사람에게는 일 년 농사를 마치고 이제 곡식 창고만 바라 보아도 배가 불러 올 즈음이면

여름 내내 좋은 풀만 먹여 튼튼하게 살찐 말을 타고 장성을 넘어 내려오지 않았을까요?

 

성벽에는 또 일정한 간격으로 공격용 대자(臺子)가 외부로 약간 돌출되어 있어 평상시는 병사들이 보초를 서는

장소이지만, 일단 전쟁에 돌입하면 방어 진지로 전환되어 공격과 방어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이를 장대(牆臺)라 부른답니다.

 

이 장대의 일부분은 성벽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이곳에도 타구를 설치하여 성벽을 공격하려는 적을 향해 

3면의 입체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공격하는 적을 물리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공격하려고 안으로 몰려든 적은 삼면에서 쏟아지는 화살과 총알 때문에 3D 입체영화를 보는 듯하지 않겠어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적대(敵臺)라는 시설은 명나라 대장군 척계광에 의해 고안된 시설로 주로 현재 산해관과

거용관 일대에 그 일부가 남아 있다 하는데 2층 또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소에는 무기고로 사용하거나

성벽을 지키는 병사의 숙소로 사용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작전 지휘소나 전략 거점으로 즉시 전환됨으로

유사시에 훨씬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합니다.

 

성벽은 그 모양이 사다리꼴로 아래가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랫부분은 대부분 그 폭이 6.5m인데 성벽 위는 5.8m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한, 성은 외부에서는 높게, 내부는 낮게 설계되어 전쟁이 진행되면 밖에서의 행동은 부자유스럽지만,

안에서의 활동은 무척 쉽게 되어 있어 부상자의 처리나 탄약 등 무기의 보급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 지세가 험한 산악지대는 비교적 낮게 만들어졌으나 평지나 구릉은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말을 이용해 빠른 기동력으로 공격하는 북방 유목민족을 상대하기 위한 방법이라네요.

험준한 팔달령과 같은 지역의 장성은 그 높이가 7-8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합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성벽에는 과거의 통신 체계라 할 수 있는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언제든지 불을 피울 수 있게 연료와 장비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보통 그 간격은 약 5km 내외로 알려져 있고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이용하여 적의 움직임을 알렸다 합니다.

과거에는 적의 숫자가 100여 명 정도이면 봉화 1개와 대포 한 발을 쏘았고 천 명 내외는 봉화 3개에 불을 올렸고

동시에 3발의 포탄을 쏘아 올렸다 합니다.

 

그리고 적의 규모가 5천 명 정도에 이르면 봉화 네 개와 네 발의 포탄이 사용되었고 1만 명이 넘는

대규모로 공격을 할 경우는 5개의 봉화대 모두 불을 올렸다 합니다.

그럼 백만 대군이 몰려오면 어찌할까요?

어찌하긴요.

그냥 도망가야죠.

그 정도면 종묘사직이 절단 납니다.

 

성벽에는 중간중간 오르내릴 수 있게 성벽 안으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군사의 이동을 성벽 안쪽에서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서울 성곽에는 성벽에 암문(暗門)이라 하여 수비하는 측에서만 아는 비밀 문이 있어 성벽을 아무도 몰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문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전쟁이 잦았던 나라로 이런 보고 시스템이 무척 발달했던 모양입니다.

장성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반란군이 일어나도 빠르게 도성까지 보고하는 봉화대가 있었다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말을 타고 주야로 죽으라 달린다 해도 베이징까지 열흘 정도 걸리는 변방이라도

일단 봉화가 올라가면 4-5시간 안에 출몰한 적군의 숫자와 전쟁 발발 예상지역을 황성에 보고할 수 있어

미리 대책을 숙의할 수 있다고 하니 그 효용성이 대단히 높은 방법인 듯하네요.

 

장성을 둘러보는 방법으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방법이 있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활차라는 놀이기구와 같은

차를 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보시려면 아무래도 천천히 걸어서 오르내리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가 걸었던 코스는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니라 무척 걷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저질체력도 이곳을 산보하듯 걸었습니다.

 

성벽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너지는 일입니다.

그중에 빗물로 말미암아 무너지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그래서 빗물 관리는 성벽 보호의 첫걸음입니다.

 

장성의 모든 빗물받이는 장성 안으로 흐르게 하였습니다.

외부에 돌출되어 있다면 공격을 당했을 때 적이 이 빗물받이에 줄을 걸고 올라올 수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또 한 작은 일이지만, 그 안에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이제 곰 농장이라는 곳으로 내려왔습니다.

곰 농장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활차 타는 곳이 나옵니다.

그런데 만리장성과 곰과는 무슨 썸씽이 있다고 이곳에 곰 농장을 만들었을까요?

 

곰 농장이라 곰들이 많습니다.

여기는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곰 세 마리가 있군요.

아니군요?

모두 아기 곰입니다. 

 

우리는 만리장성 구경을 마치고 곰 농장을 거쳐서 다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오는 길에 많은 사람이 명 13 릉으로 갈 손님을 찾습니다.

아마도 만리장성 구경을 마치고 다음 코스가 명 13 릉인가 봅니다.

 

사실 우리 부부도 그 코스로 가려고 했으나 마음이 변심해서 그냥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 이유는 오늘 베이징 서역을 가서 17일 후허하오터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함입니다.

자유여행이란 이렇게 마음이 변심하면 쉽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10시 15분에 만리장성에 도착해 꼭 3시간을 돌아보고 오후 1시 15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옵니다.

3시가 거의 다 되었을 무렵 버스는 덕성문에 도착했고 83번 시내버스를 타고 베이징 서역으로 갑니다.

2층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제대로 베이징의 교통혼잡을 경험합니다.

 

별로 멀어 보이지 않는 길을 1시간 30분이나 지난 4시 46분에 도착합니다.

벌써 날씨는 어둑어둑합니다.

베이징 서역에 도착해 표를 사려는데 후허하오터행 10월 17일 모든 열차가 침대표가 없답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급작스럽게 따통으로 변경하였지만, 그곳도 침대는 없고 딱딱한 의자라는 잉쭤만 있답니다.

 

중국 여행 중 가장 식겁할 단어가 "메이요."입니다.

그 이유는 중국어를 못하기에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안을 생각해도 그 뜻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겠지요.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집니다.

밤새워 가야 할 곳을 침대가 아닌 잉쭤를 타고 가야 한다니...

일정을 변경해 버스로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다만 기차표를 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단 17일 밤인 22시 15분에 출발하는 잉쭤를 76원/1인에 샀습니다.

이 열차는 18일 아침 7시경에 후허하오터에 도착한다 합니다.

그러니 9시간을 90도 직각으로 된 딱딱한 의자에 앉아 밤을 새우며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佳人은 그것마저 즐길 수 있지만, 문제는 울 마눌님입니다.

  

서역 앞에서 301번 버스를 타고 전문으로 돌아오는데 비까지 추적거리며 내립니다.

오늘은 우울합니다.

그래도 내일을 위하여 숙소 부근을 산책하다가 돌아와 쉽니다.

 

 

혹시 촨디시아춴이라는 마을을 아세요?

내일은 베이징에서 가까운 촨디시아춴이라는 마을을 찾아 마눌님 손이라도 잡고 데이트라도 즐겨야겠어요.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가끔은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도 나누며 미소라도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맞아요.

사랑이란 가끔 서로에게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는걸요.

가을이 세상 가득 내린 그런 호젓한 시골길을 걸으며 말입니다.

 

어때요?

우리 부부와 함께 가을 속으로 함께 데이트를 즐기시겠어요?

낙엽이 바람에 날리며 도로를 뒹구는 길을 걸어가며 가을을 즐기는 맛도 쏠쏠하답니다.

가을의 노래도 들어가며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추녀 끝에 걸린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어야만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세상을 살며 아무 일도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기에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딱딱한 잉워에 밤새 앉아서 가 봐야 워푸에 누워 가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편안한 일인가 알 수 있습니다.